사람들은 흔히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유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전의 영향도 있지만
아기의 뇌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한 순간부터 아기의 뇌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합니다.
출생 전에 분당 25만 개의 신경세포가 형성되고
초당 700개의 신경세포 연결선이 새로 형성됩니다.
가장 극적인 성장은 임신 제2, 3분기 후기에 완료됩니다.
계속해서 성장하지만 구성 요소 대부분이 태어나기 전에 마련됩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은 뇌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납니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가능하게 한 골반 변형의 결과 때문에
아이를 낳을 때 태아가 지나는 통로,
즉 산도의 크기를 제한합니다.
그 결과 아기의 머리는 산도의 크기만큼밖에 커지지 못한 채
바깥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다른 많은 동물들에 비해 인간은
더 부족하게 연결된 뇌를 가지고 자궁에서 나옵니다.
태어났을 때 갓난아기의 뇌 무게는
약 350G, 뇌 부피는 약 34㎤로 성인 뇌의 3분의 1에 가깝습니다.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극적인 성장률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약 1% 수준으로 성장하다가
90일이 지나면 약 0.5%로 점차 느려지는데
이 무렵이면 크기가 2배 이상 커져 있습니다.
성장률은 뇌 전체에 걸쳐 똑같지는 않습니다.
더 기본적인 구조와 연관되는 영역, 이를테면 시각과 운동을 통제하는 영역은
더 빠른 변화를 보입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소뇌는 주로 운동을 통제하는데
첫 3개월 동안 크기가 2배 이상 커집니다.
갓 태어난 뇌에는 주의력, 스포트라이트가 없습니다.
즉,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뇌 과학자들은 신생아의 뇌에는
물리적 환경을 더 넓게 비추는 손전등이 많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환경에서 주어지는 거의 모든 자극을 두루 감지하는 것입니다.
신생아의 뇌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신생아는 시각도 불완전합니다.
망막과 시신경의 기본 구성 요소는 약 30주의 임신 기간에 자리 잡지만
눈 기관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망막의 또렷한 상을 형성할 수가 없어서
태어났을 때 아기의 시각은 상당히 흐릿합니다.
아기는 20~25CM 이상 떨어진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들어 합니다.
게다가 첫 3~4개월 동안은 두 눈이 제대로 협력하지 않아서
깊이 지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갓난아기의 두 눈은 가끔 따로 놀아서 부모를 불안하게 하지만
생후 6주에서 16주에 이르면
두 눈이 협력하기 시작하여 양안시를 사용하게 됩니다.
갓난아기는 기본적인 색깔은 볼 수 있을
일반 회색보다 색깔이 있는 자극을 더 좋아합니다.
성별에 상관없이 붉은 계열의 자극을 제일 오래 쳐다보고
푸른 계열과 노란 계열의 자극을 제일 짧게 쳐다봅니다.
아기의 청각은 시각보다 정교하게 태어납니다.
한 연구에서는 분만 초기, 자궁 내에서 녹음된 소리는
엄마의 말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자궁 내에서 듣는 소리는 신체 기관들을 통해 걸러져
단어의 의미를 식별하는 데 중요한 높은 주파수는 약해진 반면
말소리의 음악적 특성인
음고 윤곽, 음량의 변화, 리듬 패턴 및 템포는 잘 보존되어 전달됩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산달보다 약 10주 먼저 태어난 영아들에게서
소리에 대한 EEG 반응, 즉 뇌파 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들은 일부 자음의 소리와 남성과 여성의 소리를 구분하고
엄마의 목소리를 가장 선호하고
외국어보다는 모국어에 더 반응하였습니다.
뇌는 태어나기 전 자궁에서도 많은 것을 들은 것이죠.
그런데 태어난 후 몇 달 동안 아기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소리에 휩싸입니다.
신생아의 뇌는 주변의 모든 소리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내에 말소리와 말소리가 아닌 소리뿐 아니라
초인종 소리나 개짓는 소리와 같은 환경적 소리에
차별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아기의 듣기 체계가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것과
무시할 것을 걸러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기의 뇌는 이러한 방식으로 언어도 배웁니다.
아기들은 생후 6개월에 8개월까지
노출되는 언어와 말할 언어에 상관없이 여전히 모든 소리를 구별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기가 주변에서 한국어만 듣는다면
영어에서는 중요한 R발음과 L발음 구분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소리들과 관련된 신경 연결은
가지치기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잘 듣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10개월에서 12개월에 이르면
자신의 언어에서 뚜렷이 다른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도 시작됩니다.
생후 9개월쯤 된 아기 옆에서
당신이 왼쪽에 있는 무언가를 뚫어질 듯 응시해 보면
어느새 아기도 그쪽을 쳐다보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쳐다보게 됩니다.
이것은 비교적 복잡한 사회적 소통 능력인데
생후 9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쳐다볼 뿐만 아니라
어느새 그 기법을 습득하여
“저걸 원해, 저걸 갖다 줘” 같은 눈빛과 손짓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양육자가 아기를 바라보고 장난감을 바라보며
“강아지 인형이네”라고 말하면
양육자의 말과 시선을 통해
아기는 장난감 강아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이러한 양육자의 지속적인 관심 공유를 통해
아기는 세상 환경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떤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지를 조금씩 배웁니다.
그러면 아기의 뇌는
생존 및 신체 에너지 예산과 관련이 있는 것과
무시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자기 환경을 구성해 나가게 됩니다.
이런 통합적인 방식으로
뇌는 주변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다중 감각들을 하나의 전체로 모아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와 키스를 하면
얼굴 모습, 숨 쉬는 소리, 감미로운 입술의 느낌, 향기, 맛
그리고 심장 소리 등까지 결합한
통합적 경험에 둘러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감각통합’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감각통합은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뇌에서 세부 조정되고 가지치기 됩니다.
신생아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나지만
아기의 작은 뇌는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의 각 패턴과
자신의 체내 감각들을 흡수하고 그 의미에 대해 배웁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신체 예산을 조절하는 법을 익힙니다.
감각통합을 통해 아기는 처음으로 신뢰감을 느끼며
이는 애착을 위한 신경적 토대의 일부를 이룹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기 뇌에는 시냅스를 통한 연결선이
성인의 뇌에 있는 것보다 거의 두 배로 많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다른 모든 그것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즉 태어난 이후의 환경과 양육자에 따라 뇌의 많은 부분의 신경 연결성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자주 듣는 소리는 의미 있는 일부로 여기기 시작하여 세부 조정되고
어쩌다 듣는 소리는 무시할 만한 소음으로 처리되어
결과적으로 그것과 관련된 신경 연결은 사용되지 않고 가지치기 됩니다.
중요한 사실은 주변 환경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성장하는 뇌가
그 사건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경로에 따라
거의 어김없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양육자와 주변 환경이 뇌에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양육자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2세 정도가 되면 아기들은 양육자를 확실히 모방할 수 있게 됩니다.
뇌는 모방을 잘하는 특징 덕분에 많은 것들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엉뚱한 말과 행동을 따라하는 것에 놀라워합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어도 모방하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과잉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과잉 모방은 다른 사람의 행동 중에서 불필요한 요소까지 모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자 안에 간식이 들어있고
이것을 꺼내서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상자 안의 간식을 꺼내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행동을 해도
아이들은 따라합니다.
비합리적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뇌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 요소까지
모방을 통해 속한 환경의 문화와 관습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은 사회적 신호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과 같은 사회관계가 더 중요한 동물에겐
과잉 모방이 더 유익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아기는 모른다는 이유로
아이 앞에서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어린 아기도 양육자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학습한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6세 정도가 되면 뇌의 크기도 성인의 90%가량까지 성장합니다.
뇌는 계속해서 신경구조를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는데
이런 뇌의 유연성을 가소성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평생 지속되지만 6세까지가 최고조에 달합니다.
6세 정도까지의 양육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양육자의 보호와 교육이 적절히 제공되지 않으면
아기의 뇌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뇌는 세상이 입력하고 있는 것에 절묘하게 반응하고
입력이 부족하면 뇌는 그 결핍을 반영하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가 한쪽 눈을 가려놓고 성장시키면
나중에 다시 그 눈을 뜬다고 해도 그 눈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아기를 수직선이 없는 세계 안에서 성장시키면
그 아기는 수직적 물체가 앞에 놓여 있어도 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뇌는 그 뇌가 속한 특정 환경에 최적화되는 것입니다.
뇌는 성인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환경에 맞게 세부 조정과 가지치기를 합니다.
약 25년에 걸쳐 주요 배선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온전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성인의 뇌가 됩니다.
우리는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아기들이 놀랍도록 양육자를 닮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우리는 사람들이 유전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아이들의 행동 중 상당 부분이
태어난 이후부터 아기의 뇌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양육자와 주변 환경에서 배운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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