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사람들의 인식이 모두 다른 것 같습니다.
시간이 경과하면 서로 기억하는 내용들이 더욱 달라지는 현상도 보입니다.
각자 다르게 보고 입장도 모두 다르다면
사실이나 진실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사람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같은 것을 보고
각자 생각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기억에 남는 것도 각자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은 가볍게 들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새겨지는 것이 있고
어떤 사람은 지금은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버리면 잊어버리는 것도 있고
다 달라집니다.
그것은 개인과 개인도 그렇고
집단과 집단 사이에도 그렇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그렇고
종교와 종교 사이에도 그렇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다.
진실은 사실을 진실이라 그래요.
진실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래서 서로 다른 게 사실입니다.
--사실은 모두에게 있어 똑같지 않아
"그러면 누구 얘기가 사실이냐?" 이런 말은 맞지 않습니다.
어떤 말이 사실이라는 건 없습니다.
각자 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본인에게는 그게 사실이고 진실입니다.
그럼, 제3자가 봤을 때는 어떤 게 사실이냐?
서로 다르다는 것만 사실이다, 이 얘기에요.
그래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면
사건의 실체가 어떠냐 하는 것도 100% 사실은 없습니다.
이미 그 일이 일어나고 지나가 버린 후 제3자가 왔을 때는
100% 그대로 누군가가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실에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다는 얘기에요.
그리고 사실이 이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좋게 보느냐, 나쁘게 보느냐
이건 각자 또 달라집니다.
사실에 대해서 견해가 다르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그것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르다’는 것이 진실이라 말할 수 있어요.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방식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우리가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에요.
상대가 옳다는 얘기도 아니고, 내가 옳다는 얘기도 아니고
서로 다른 견해, 이념, 사상
또는 어떤 것에 대한 서로 다른 앎
이걸 가지고 대화하면서
동의할 부분을 찾아간다든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한다든지
그걸 바탕으로 해서 (또는) 그걸 뛰어넘어서 관계를 맺자든지
그러니 헤어지자든지
하는 건 그 다음의 문제다.
--기억을 편집하는 심리 메카니즘
10명이든 20명이든 회의를 하면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하자, 어떤 사람은 저렇게 하자 하고
자기 견해를 내서 이렇게 장시간 토론을 해서
그러면 어떻게 하자고 결론을 냈다(고 칩시다)
1년쯤 지나면 결론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때 자기가 낸 의견은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낸 의견으로 결론 난 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 자체가 그렇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다 합의해서 결론을 냈는데도
(각자) 달리 기억하는 거예요.
자신이 낸 의견이 관철이 됐을 때, 즉 결론이 났을 때는
본인(의 기억)은 이 회의의 결론하고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가 낸 의견이 결론으로 채택이 안 되고
다른 것이 채택이 됐을 때는
1년쯤 지난 후에
자기가 낸 의견이 관철된 것처럼 기억에 남는 거예요.
우리가 회의록을 적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인간의 기억이 (갖는) 성격이 그래요. 성격 자체가.
그래서 저 사람이 결론도 잊어버리고
엉뚱한 소리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는 거예요.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
그래서 유명한 정치인들이 서로 독대를 하지 않습니까
남의 얘기를 듣고 오해한다고 독대를 했는데
항상 나와서 하는 얘기 보면 (서로) 다릅니다.
능력은 몰라도 진실성에 있어서는 거짓말할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만나도 나오면 (서로) 딴 소리를 합니다.
왜냐하면 각자 자기가 생각한 것을 가서 얘기하거든요.
상대 얘기는 듣긴 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남습니다.
자기 얘기하기 바빠서.
TV에서 토론하는 거 한번 보세요.
자기 얘기를 하고 상대가 이야기할 때 들어야 하는데
계속 다음에 자기가 할 얘기를 적고 있어요.
상대편도 마찬가지에요.
그럼, 장시간 토론했으면 처음 의견이 100쯤 벌어졌다면
(토론 후에)일치는 못하더라도한 50은 근접해야 되잖아요.
근데 토론을 하면 할수록 더 벌어집니다.
처음에 만나 인사하고 토론하고
끝날 때 또 각자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그냥 인사하고 헤어지는 거예요.
왜 그러냐 하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목적으로
토론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그건 대화가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버리고, 같고 다름을 인식해야
대화라는 것은 상대의 얘기를 듣는 게 대화예요.
듣고 조정을 해서
'이런 점은 다르고 이런 점은 우리가 합의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의견이 좁혀져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근데 여러분들도 '나하고 비슷하겠지' 이래서 얘기를 해보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고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이것이 인간의 정신작용의 성질이라는 거예요.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늘 작용합니다.
그래서 남이 들으면 변명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변명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 생각이 옳다는 쪽의 관점에서 자꾸 얘기를 하니까
남이 들으면 사과를 안 하고 자꾸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점은 같네" "이런 점은 다르네" 이렇게 (이해)해야지
어떤 사람은 옳고, 어떤 사람은 그르다고 접근을 하면
(상대의 얘기) 소리가 잘 안 들리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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