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2101. 원인도 모른 채 지체장애 진단을 받은 23살 청년

Buddhastudy 2025. 3. 19. 20:19

 

 

원인도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2018년부터 병원을 다니다

작년 10월 말 지체장애 진단을 받은 23살입니다.

안 되는 걸 추가로 발견하고

몸에 이상이 하나씩 더 생길 때마다

제가 너무 밉고 싫어집니다.

이런 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받아들인다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 우선 갑자기 이런 병이라 그럴까, 이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젊은이로서 받아들이기 참 어렵겠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조금 냉정하게 질문해 보고 싶은 것은

그럼 일어났는데 안 받아들이고 어떻게 할 거예요?

 

자기가 받아들여야 합니까?” 그런데

그럼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방법이 없잖아요.

안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내가 안 받아들인다고 안 일어나면 좋은데

일어났는데 어떻게 안 받아들여요?

 

그럼 안 받아들이면 괴로울 뿐이고

받아들이면 안 괴로울 뿐이다.

이거 차이밖에 없어.

일어나는 거는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계속 일어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주위에서 받아들여라라고 하는 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거예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마치 질문자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지금 묻잖아요.

이 증상이 일어나는 걸 어떻게 해요?

 

즉 제가 늙는 거를 안 받아들인다.

안 받아들이면 내가 괴롭지 뭐.

늙는다는 것은 증상이잖아요.

이걸 내가 안 늙고 싶다고 안 늙어지느냐?

그렇게 안 된다는 거예요.

받아들여야 되는 거예요.

 

저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학교에 걸어 다니고 산에 오르고 이랬기 때문에

내가 산에 다니면 다 젊을 때는

스님이 축지법을 쓴다, 진짜 못 따라다니겠다이렇게 했어요.

근데 심장이 동맥이 하나 막혀서

오르면 숨이 가빠 못 올라가요. 오르막에서 잘 못 올라가요.

그냥 천천히 올라가니까

요즘 스님 따라다닐 만하다”.

 

어제 그저께도 산에 올라갔는데

뒷사람이 내 앞에 가요.

나는 이제까지 내 뒷사람이 내 앞에 가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늘 내가 남을 가로질러서 갔지.

 

근데 요즘은 내 뒷사람이 나 앞으로 가요.

받아들여야지 어떡해요.

 

그다음에 올여름에는 드디어 무릎이 아파요.

연골판이 찢어졌다는 거예요.

내리막이 내려갈 때 전처럼 팍팍팍팍 뛰어다니면 큰일 난다는 거예요.

살살 다녀라는 거예요.

 

그 심장 때문에 오르막은 못 올라가지만 내리막은 잘 다녔는데

이제 내리막도 못 내려가는 거예요.

내려갈 때도 살살 다녀야 돼.

올라갈 때도 숨이 차서 살살 가야 돼.

내 앞에 막 사람들이 지나가요, 내 옆으로.

그래도 어떻게 해요?

받아들여야지.

 

그동안에 다른 사람보다 다리를 많이 썼다.

그러니까 이제 그 정도면 됐다.

이제 걸을 수 있는 데까지 걷고

못 걸으면 휠체어 타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달리 길이 없다는 거예요.

 

늙는 것도 받아들여야 되고

병나면 병도 받아들여야 돼요.

달리 길이 없다는 거예요.

 

근데 자기는 지금 젊으니까

어제까지 걸어 다니다가, 뛰어다니다가 휠체어 타니까

받아들이기 어렵죠.

 

그런데 자기가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버렸다

이러면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다리도 안 부러졌는데 지금 병으로 못 움직이니까

받아들이기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뭐 이해는 됩니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점을

불편하지만은 그래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얼마까지 살지 모르지만은

남의 도움을 좀 받더라도 살아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살아 있는 동안 조금 더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얘기해 보세요.

...

 

그래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할 수 없는 거를.

자기한테 내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자기한테 지금 위로가 되기가 좀 어렵겠습니다.

젊고, 그런데 지금 이런 병이 와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니까

좀 좌절이 되고 갑갑하겠냐.

 

그러나 자기가 이걸 안 받아들이면

하지도 못하고, 절망감에 빠지고

이걸 받아들이면서

할 수 없는 것,

옛날에 건강할 때 하고 싶은 걸 자꾸 집착하지 말고

그래도 지금 이 손이 올라가고 이어폰도 움직이잖아요.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을 하면

자기가 마음도 편하고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고

 

이걸 안 받아들이면

어차피 할 수 없고, 아무리 하고 싶어도

그리고 괴롭고, 좌절감이 들고, 열등의식이 생기고 이런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그나마 아직은 손이 움직여서 괜찮다.

아직은 요 정도는 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똑같은데,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 똑같은데

안 받아들이면 좌절감과 열등의식이 생기고

받아들이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하는

편안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그러죠.

마음에 좀 에너지가 생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 얘기해 보세요.

 

...

 

맞습니다.

그래도 항상 기도를 이렇게 하세요.

교회 다닌다면 하느님이라 그러고, 절에 다니면 부처님이라 그러고

안 다니면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이렇게라도 살아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마음이 자꾸 긍정적이 돼요.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네네 잘 생각하셨어요. 아주 잘 생각하셨어요.

그렇게 하루를 살더라도, 하루를 살아 있더라도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가 질문자보다 더 먼저 죽을지, 더 남한테 의지할지

지금 몰라요.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까 심정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내일 모레 아침에 자고 오라니까

가다가 어디 차에 부딪혀서 다칠 수도 있고

인생이라는 거는.

 

그러니까 항상 지금

살아 있는 지금- 오늘,

충실한 것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여기에 충실하지

내일?

그거 너무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어떻게 될지는 우리는 모르는 가운데 살아가기 때문에

 

그러나 내일도 괜찮으면

다행이다

또 그다음 날도 괜찮으면

아이고, 다행이다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