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아난존자는 부처님을 곁에서
25년간 모시면서 법문을 들어서
모든 경전을 다 구술할 만큼 뛰어난 사람인데
그때까지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집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아난존자가 용맹 정진해서
겨우 깨달음을 얻어서 결집에 합류했다고 해요.
그래서 벽화 중에 아난존자가
바위 끝에 앉아서 마지막으로 용맹 정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있어요.
법문을 많이 듣는다고 깨닫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오백 명이 모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백 명이니까
이 자리에 오백 명이 앉아질까요?
빈공간에 백 명이 더 앉아지겠죠.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무슨 오백 명이 앉을 수 있느냐?’ 하고 의심을 하는데
몇 년 전에 실제로 오백 명이 순례를 와서 앉아 봤어요.
그래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곳에서 무엇을 결집했을까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부처님의 법문입니다.
무아, 무상, 연기, 이런 법문을 모으는 게 우선 필요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계율입니다.
‘이건 먹어도 된다’, ‘이건 먹으면 안 된다’
하는 규칙이 바로 계율입니다.
다른 말로는 인격적인 가치와 실천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법문은 부처님의 사상을 말로 표현한 것이라면
계율은 실제로 부처님이 행동하신 것을 의미합니다.
법문은 부처님을 25년간 시봉한 아난다가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첫째, 부처님과 늘 가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난다가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좋고 실제로 가장 가까이에서 법문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난다가 초안을 발표합니다.
초안 없이 오백 명이 모여서 의논할 수 없잖아요.
한 사람이 초안을 내면 그걸 가지고
‘거기에 뭐가 빠졌다’
‘아니다. 그것은 거기에서 한 얘기가 아니고 다른 데서 한 얘기다’
이렇게 토론이 되는 거죠.
계율은 우파리가 초안을 발표했어요.
우파리는 부처님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데
석가족의 노예 계급 출신입니다.
출가하기 전에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사 일을 했습니다.
아는 게 적으면 시킨 대로 잘하잖아요.
아는 게 많으면
자기가 알아서 이렇게 저렇게 변칙을 많이 쓰게 되는데
우파리는 그냥 곧이곧대로 실천을 했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먹지 마라’ 하면 안 먹고
‘먹어라’ 하면 먹고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 행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소소한 계율은 버려라’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부처님 당시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규칙들이 생겼지만
나중에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규칙이 너무 세세하면
조직이 경직되잖아요.
그래서 작은 것들은 버리라고 하신 거죠.
그런데 어느 게 작은 것이고, 어느 게 큰 것인지도 물어봐야 하는데
그건 안 물어본 겁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어떤 게 소소한 것이고
어떤 게 중요한 것인지 구분을 지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부처님 당시에 지키던 계율을
모두 그대로 지키자고 결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계율은 우파리가 초안을 내고,
경전은 아난다가 초안을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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