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변화가 없던 저희 팀도
팀장이 승진하게 되면서
팀장으로 다른 팀의 팀원을 지명해서
그 팀원을 신임 팀장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임 팀장은 저와 친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좀 복잡하고 괴롭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가 기존의 팀장과 4년 가까이 함께 일을 했었는데
저를 포함한 함께 일한 팀원이 아닌 다른 팀의 팀원을 후임으로 정했다는 것이
굉장히 서운했습니다.
둘째, 신임 팀장이 저의 친구라는 점입니다.
친구를 상사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니 불편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친구를 상사로서 인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임 팀장이 업무 얘기를 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계속 올라옵니다.
친구가 상사로 있기 때문에 제 개인의 성장이 정체된 것 같고
제가 인정받을 가능성이 좀 제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됩니다.
이 팀에서 내가 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직장인으로서 지금 질문자가 갖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과거에 경찰이나 검찰처럼 위계질서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곳에서는
인사이동이 있을 때
어느 기수에서 총장이 나오면
그 기수 이상은 다 강제퇴직을 시켜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후배가 상사가 되면
그 선배 입장에서는 지금 질문자처럼 상사로 안 대해지고
자꾸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임 책임자가
본인보다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평등성이 보장된 사회로 바뀌면서
이제는 후배가 상사가 돼도
선배나 같은 기수라고 퇴임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다만 본인의 역할을 약간 한직으로 옮겨서
경찰대학 학장이나 연수원장처럼 직급은 높지만
직계가 아닌 쪽에서 근무를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다니는 일반 회사는
그런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얼마 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군대의 소령 출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어요.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 사회에서도
이런 인사 배치는 받아들이기 좀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하잖아요.
나이라도 많으면 괜찮은데 40대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계속 일해 온 사람이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TV 프로를 진행하던 사람을 임명한 겁니다.
이것뿐 아니라 요즘 한국 사회도
파격적인 인사 배치가 많이 있지 않았습니까?
옛날에는 나이별, 기수별 질서를 존중했는데
요즘은 능력과 성과 위주로만 평가하여 연공서열을 다 파괴하고
승진시키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입니다.
물론 질문자로서는
기존 팀장님이 질문자를 팀장으로 추천해 주었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세상일이 꼭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승진 여부를 기존 팀장님이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닐 겁니다.
추천은 했겠지만
기존 팀장님이 볼 때나 회사 전체에서 봤을 때
친구 되는 분이 팀장으로 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럴 때 질문자처럼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서 사표를 내고 나가는 경우가
지금까지의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사회는
직위 체계가 경력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의 흐름이 될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이런 사회 변화에 좀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질문자가 팀장이 안 된 것이 섭섭하긴 하겠지만
타 부서의 모르는 사람이 팀장이 된 것보다는
오히려 내 친구가 팀장이 된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첫째, 친구가 승진한 것을 기뻐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내 친구가 승진해서 내가 일하는 부서에 팀장으로 왔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지만
부서에서는 팀장으로 대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부서의 팀장을 자꾸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인연법에도 맞지 않습니다.
제가 스님이라고 해서 고향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절을 하라고 하면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버지가 절에 오셨는데
아버지를 대우한다고 절을 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아버지이지만 절에 오면 신도가 되기 때문에
스님에게 절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절에서는 스님이지만 집에 가면 아들이니까
아버지에게 절을 해야 합니다.
관계를 이렇게 인연을 따라 맺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술자리에 가면
친구로 지내더라도
직장에 출근하면 상사로서 대우를 해야 인연법에 맞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 인생은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질문자가 수행자가 아니라면
기분이 안 좋아서 사표를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인연법을 아는 수행자이잖아요.
수행자는 내 친구가 팀장으로 오든, 후배가 팀장으로 오든,
그런 것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인연을 따라서 직장에서는
직장의 위계질서를 지켜주고
사적으로 만났을 때는 친구로서 대해주어야 합니다.
제가 고향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스님이라는 걸 버리고
친구로서 대해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친구라고 하더라도 절에 왔을 때는
신도로서 깍듯이 스님을 대해야 합니다.
인연법을 따른다는 것은
내가 택시를 타면 승객이 되고
학교에 가면 학부모가 되고
가게에 가면 손님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연법을 아는 수행자는
누가 상사로 오든
회사 안에서는 상사로 대해야 합니다.
회사 밖에서 차를 마실 때는
친구로 대해도 되고요.
그런 관점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가 팀장이 안 돼서 섭섭한 건 이해가 됩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질문자가 관점을 이렇게 갖는 게 잘 안돼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남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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