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임이든 받으면 애를 써서 하는 저를 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빨리 지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상황이 되든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해 버립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하다가 지치거나 하기 싫은 마음이 들면
그때부터는 그만두려는 마음이 슬쩍슬쩍 올라옵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그만둡니다.
정토회에서 스님 법문도 많이 듣고 돌이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불쑥불쑥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저를 봅니다.
지금은 어찌어찌해서 괜찮아져도
어느 순간부터는 또 그만두려는 마음이 불쑥 올라옵니다.
순간순간 소임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활동을 그만두지 않고 쭉 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않고 쭉 하면 되지요.
(쭉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쭉 하려면 쭉 하면 되지요.
(어떻게 하면 그만두지 않고 쭉 할 수 있습니까?)
그만두지 않고 쭉 하면 된다니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자유와 해탈은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거기에 내가 구애받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구애를 받게 되는 이유는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두 가지 감정 때문입니다.
하나는 ‘하고 싶다’ 하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하기 싫다’ 하는 감정입니다.
하고 싶을 때 해도 되는 일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하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싶을 때는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이 길 가는 여성의 종아리를 만지고 싶다면
그것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하면 안 되는 일을 자기 욕망대로 해버리면 손실이 따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손실을 감수하든지
손실을 피하려면 하고 싶어도 안 하든지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기 싫을 때 안 해도 되는 일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하기 싫다고 안 하면 손실이 따르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안 하고 손실을 감수하든지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하기 싫어도 하든지
두 가지 외에는 다른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하고 싶더라도 손실이 생기면 멈출 줄 알고
하기 싫더라도 손실이 생기면 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감정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져 버리면
이 세상의 어떤 일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멈출 수도 있고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도 있고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도 있고
이렇게 그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수행이란 하고 싶을 때 멈출 줄 알고,
하기 싫을 때 할 줄 아는 것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연습을 하지 않는 보통 사람이라면
하고 싶으면 해야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야 합니다.
그래서 늘 절반의 자유와 절반의 속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하고 싶어도 멈출 줄 알고
하기 싫어도 할 줄 아는 연습이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음’과 ‘하기 싫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수행입니다.
비만이 걱정된다면
저녁을 먹고 싶어도 딱 멈추는 것입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이 싫지만
그냥 일어나는 것입니다.
일어나고 싶을 때도 일어나고
일어나기 싫을 때도 일어나고
그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싫고 좋음이 그다지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가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가끔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하는 겁니다.
물론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면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싫으면 안 하고, 좋으면 하고
늘 왔다 갔다 하는 것을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하기 싫어도 그만두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간단하게 대답한 것입니다.
3년을 하기로 했으면
3년 동안은 싫어도 하고, 좋아도 하는 겁니다.
하기로 한 것은 그냥 하는 거예요.
저녁을 안 먹기로 했으면
안 먹고 싶어도 안 먹고, 먹고 싶어도 안 먹는 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절을 하기로 했으면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고,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고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합니다.
순간순간 마음은
저항이 일어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까르마가 반응하는 것이니 내버려 두고
‘나는 하기로 한 것은 한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싫은 마음이 일어나서 그만두는 것은
까르마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지금 내 목표는 까르마를 극복하는 것이니까
싫은 마음이 일어나도 그냥 하는 겁니다.
등산을 하기로 했으면
다리가 아파도 가고, 다리가 안 아파도 가잖아요.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절을 하기로 했으면
하기 싫어도 하고, 하고 싶어도 하는 겁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기로 했으면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고,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면 됩니다.
이것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정진한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일어나기 싫으면 안 일어나는 것은
특별히 연습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굳이 연습이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에요.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는 겁니다.
이래도 하고, 저래도 하고
그것을 ‘꾸준히 한다’ 하고 말하는 겁니다.
수행이란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농구선수가 연습할 때
골에 공이 들어가도 다시 던지고
골에 공이 안 들어가도 다시 던지는 것처럼
연습할 때는 골에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가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골에 들어가도 다시 던지고, 안 들어가도 다시 던지고,
그렇게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하면
골에 들어갈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입니다.
좋아도 하고, 싫어도 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좋고 싫은 감정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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