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불교대학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시작을 하긴 했는데, 뒤돌아 보면
먹고살기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기가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요즘은 수행의 좋은 점을 조금씩 알게 되어서
새벽에 일어나 21일을 목표로 절 수행과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좋은 마음인데,
반면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 수행을
일과 병행하며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와 같은 초심자가 수행의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가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우리가 일을 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밥을 안 먹고 1시간 일을 더 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잠시 쉬면서 밥을 먹고 하는 게 더 효과적일까요?
일을 하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잠을 자야 합니다.
이때 잠을 안 자고 계속 일을 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자고 일어나서 일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까요?
일을 하다가 몸이 되게 피곤하면 잠시 쉬었다가 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쉬지 않고 계속하는 게 더 효과적일까요?
질문자가 일상이 바쁘다고 하는데,
그렇게 바쁜 와중에 쉬는 건 왜 쉬고, 밥은 왜 먹고, 잠은 왜 자요?
그렇습니다.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이 수행을 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면
지금처럼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누구를 미워한다거나, 실망한다거나, 괴로워한다거나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죠.
우리가 피곤할 때 쉬고, 배고플 때 밥을 먹고,
밤에는 잠을 잔다고 해서 일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밥도 먹고, 휴식도 취하고, 잠도 자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일상적으로도
‘일했으니까 쉬자’ 이렇게 말하지 않고
‘쉬었다가 일하자’라고 하는 겁니다.
또 ‘일했으니까 먹자’ 이렇게 말하지 않고
‘밥 먹고 일하자’라고 하는 거예요.
오늘 일을 많이 했으니 밥이나 먹자고 하는 건 일종의 보상입니다.
그런데 밥 먹고 일하자는 말은
밥 먹는 게 보상이 아니라
밥을 먹는 게 곧 일을 잘하기 위함이니
밥 먹는 것도 곧 일의 일부분임을 뜻합니다.
그러니 밥을 먹을 때는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잘 때는 잠을 잘 자는 게 일을 잘하는 방법이에요.
안 자고 계속 일을 하는 것보다
잠을 자고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그게 곧 일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쉬면 어떡하냐’
‘일이 이렇게 많은데 밥을 먹으면 어떡하냐’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자면 어떡하냐’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적절히 쉬고, 적절히 밥 먹고, 적절히 잠을 자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수행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거나 반대 요소가 아닙니다.
‘생활이 이렇게 바쁜데 무슨 수행이냐’ 하고 생각하는 건
‘이렇게 바쁜데 무슨 밥을 먹냐’ 하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도 안 좋아지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아침에 1시간 정도 마음공부를 하고 관점을 잡으니까
삶이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낀다면
1시간 수행을 하지 않은 것보다
수행하는 게 일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입니다.
옛날 같으면 어떤 문제를 가지고 화가 나서
3일 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수행을 한 후에는 금방 풀어지고,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어했는데
수행을 한 이후로는 금방 마음이 풀어진다면
수행을 안 하는 것보다 삶이 훨씬 더 나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이 분명하면
수행을 꾸준히 하게 됩니다.
만약 질문자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수행을 안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인생은 자기가 생각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살아가는 거예요.
제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수행을 안 하는 것보다
수행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느껴서 수행을 합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일상도 바쁜데 왜 굳이 시간을 내서 30분씩 운동을 하겠어요?
30분 운동을 안 하고 바로 일을 하면 일을 더 많이 할 텐데,
운동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일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운동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게임이나 도박과 같은 활동은
일상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조금만 할 때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활동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중독이 되면
오히려 삶의 효율과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중독이 될 수 있는 건 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피곤하잖아요.
그런데 아침에 가볍게 일어나서 정진을 하고
마음가짐을 정비한 후 하루를 시작하면
여전히 하루가 피곤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아침부터 짜증을 내면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신을 위해서 1시간을 수행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나와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나를 위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하루를 시작할 때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먼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나머지 시간에 일도 하고, 봉사도 하고, 가족도 돌보는 것이
결국 자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는 것도 혼자서 해나가려면 힘듭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다 같이 약속을 해서
아침 5시에 일어나 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천일결사’라고 합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한 수천 명이
매일 아침마다 정진을 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어요.
한번 시작했으면 적어도 3년은 해야 몸에 익습니다.
그래서 천일을 약속하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3년을 한꺼번에 하는 건 또 쉽지 않으니까
그걸 100일 단위로 끊어서 정진을 합니다.
100일을 정진한 다음 중간 평가를 통해서 놓친 게 없는지 점검을 하고
또다시 100일을 하고 점검하고
이렇게 100일씩 해서
적어도 3년은 해보자는 게 천일결사입니다.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내가 화가 많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면
최소한 100일은 정진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너 요즘 변했다’
이렇게 알 정도로 변하려면
3년은 정진을 해야 합니다.
사람이 완전히 변한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 정도의 변화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3년은 걸려요.
이 세상이 변하려면
한 세대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즉, 꾸준히 노력해서 30년은 지나야 세상이 변해요.
우리나라를 봐도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를 시작해서 30년 정도가 흐른 뒤에
서울올림픽을 개최했고,
민주화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나서
한국 사회가 민주화에 이르렀습니다.
뭐든지 목표로 설정한다고 다 달성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세대가 30년 동안 노력을 하면
세상에 변화가 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목표로 정한 것에 대해 30년은 노력하자는 뜻으로
만일결사를 하고 있습니다.
만일결사는 세상을 좋게 바꾸자는 뜻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직 자기 살기도 바쁘기 때문에
천일결사만 권하고 있는데,
저는 만일결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해온 것도
만일을 목표로 정진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앞으로의 삶도 다시 만일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삶만 따지면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를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에 사용하자는 거죠.
여러분들은 아직 삶에서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있으니까
일단 세상을 놔두고
나부터 편안하게 살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천일은 정진해 보자는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자는 거죠.
누가 굶어 죽는다고 하면 좀 도와주고
전쟁이 난다고 하면 평화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지구에 기후 위기가 도래한다고 하면 소비 수준을 줄이는 운동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는 수행과
주위에 도움이 되는 실천을 같이 해나가는 것이 천일결사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천일결사에 많이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100일 기도를 시작하려면 부담이 되니까
정토불교대학에서는 수행 맛보기로 21일 동안 정진을 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1일 정진을 맛보았으면
다음에는 100일 기도를 제대로 한번 해보세요.
최소한 3년은 해보는 게 좋습니다.
수행은 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밥은 평생을 먹어도 불평을 안 하고
잠은 매일 자면서 불평을 안 하는데
밥보다 더 좋고 잠보다 더 좋은 수행은
언제까지 해야 되는지 왜 물어요?
가끔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을 하곤 하는데,
약을 먹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약을 먹는 것은 밥을 먹는 것보다 쉽잖아요.
그냥 입에 탁 털어 넣고 물만 한 모금 마시면 끝이잖아요.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하면
그때 그만 먹으면 되는데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지 왜 묻는지 모르겠어요.
밥은 매일, 그것도 하루에 세 번이나 먹는데,
왜 밥은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지,
왜 매일 세 번을 먹어야 되는지 아무도 안 물을까요?
누가 저한테 그걸 물으면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된다고 대답을 해줄 텐데
아직까지 그걸 묻는 사람은 없어요.
수행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수행도 밥 먹듯이 하면 됩니다.
아침이 되면 밥을 먹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정진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거예요.
듣기만 해도 얼마나 좋습니까?
아침에 탁 가볍게 일어나서 정진부터 한 다음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 기분이 얼마나 좋겠어요?
정진에 대해서 ‘언제까지 해야 됩니까’ 하고 질문을 하는 건
아직 자기 삶에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그런 거예요.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2024.01.07.) (0) | 2024.02.06 |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85. 16살 딸이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0) | 2024.02.05 |
[법륜스님의 하루] 참아보려 하지만 감정 조절이 너무 힘듭니다. (2024.01.05.) (0) | 2024.02.05 |
[법륜스님의 하루] 일을 잘하면 일이 자꾸 늘어나서 고민입니다. (2024.01.04.) (0) | 2024.02.05 |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질문-한심한 정치인들 때문에 뉴스 보기가 싫어요. (0) | 2024.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