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예전에는 아내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오면
제가 같이 욕설이나 험담을 해주면서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같이 실없는 얘기나 수다를 떨면서
아내가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제가 그런 걸 하지 않고 듣기만 합니다.
물론 저는 마음을 공감해 주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아내는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고 서운해하더라고요.
아내가 서운한 마음을 느낄 때
어떻게 풀어줘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째, 질문자가 같이 욕을 안 하더라도 들어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습니까?
그러니 옛날보다 더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 줘야 합니다.
‘당신 화가 많이 났겠다,
‘당신 기분이 많이 나빴겠다’
‘당신이 참 괴로웠겠다’
‘당신이 참 슬펐겠다’ 이렇게요.
‘나는 수행자니까 그건 괴로울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공감해 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대신에 충분히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내가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화를 내고 욕설을 한다면
그것은 내가 평정심을 잃어버린 것이 됩니다.
그러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공감을 하면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같이 욕도 해주고 같이 노닥거려 주기를 원하는 것은
내가 수행자이기 때문에
해줄 수 없는 영역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수행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기를 좀 삼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아내가 고기 먹는 걸 보고
‘먹지 마라’ 하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시빗거리가 됩니다.
아내가 고기 먹는 건
내 일이 아니고 아내의 일이니까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내가 밥을 먹을 때는 가능한 고기를 적게 먹거나
안 먹는 쪽으로 하는 거예요.
내가 고기를 안 먹는다고 아내한테 손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잖아요.
내가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해서
아내도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정도의 관점은 최소한 가져야 됩니다.
상대가 원한다고 내가 다 해줄 수는 없습니다.
상대가 도둑질하자고 한다고 해서
같이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되잖아요.
남을 때리자고 한다고 해서 같이 때릴 수 없는 겁니다.
그런 것처럼 아내가
‘너 옛날엔 같이 욕하더니 이제 욕을 왜 안 하느냐?’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욕한다고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
화를 내봐야 나만 손해라는 걸 요즘 자각하고 있어.
그래서 네가 화를 내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덩달아 나까지 화를 낸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이렇게 내가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금씩 소개를 하되,
그러니 ‘너도 해라’ 하고 강요만 안 하면 돼요.
아내에게 강요하면 기분 나빠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얘기하는 걸 오히려 적극적으로 들어주되
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 하면 됩니다.
내가 안 하는 게 아내한테 손해 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아내가 원하는 것을 다 못 들어주는 것일 뿐입니다.
마치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할 때
다른 건 다 사주더라도
아이의 건강에 나쁜 건 안 사줘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막 울고불고할 수는 있겠죠.
‘장난감 총을 사 달라’ 하고 요구하면
‘그건 안 된다’ 하고 말하는 겁니다.
아이는 그걸 갖고 싶으니까 울고불고할 수는 있지만
장난감 총을 사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이런 관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수행을 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나쁜 짓도 같이 하는 게
수행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해 나가지만
그걸 아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관점만 가진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출가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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