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2)

[법륜스님의 하루] 암 진단을 받고 나니 지난 인생이 후회됩니다. (2023.10.01.)

Buddhastudy 2023. 12. 13. 20:11

 

 

 

저는 불교를 접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퇴직할 때가 가까워 오면서 사회참여와 봉사를 생각하던 중

작년에 암을 진단받고 항암 치료 중입니다.

두렵고 공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간절하게 108배를 시작하였는데

그때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숨 돌릴 틈 없이 열심히 살아오느라고

저 자신을 돌보지 못한 어리석음에 화도 났습니다.

지금은 그 마음이 가라앉아 가족관계도 회복이 되었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걷기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활해도 되는 걸까요?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기도문을 하나 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가 암에 걸려서 지금 많이 힘들다고 하니까

모두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

 

질문자의 지금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먹어서 간경화가 생겼다고 할 때

이것은 개인이 좀 부주의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리고 위생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결핵에 걸렸다면

이것 또한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암에 걸린 것과 질문자가 젊었을 때

인생을 잘못 살았다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입니다.

 

첫째, 암에 걸린 것과 인생살이의 관계는

질문자가 자의적으로 연결지은 것 같아요.

질문자가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다든지, 가정밖에 몰랐다든지

종교생활을 열심히 했다든지

이런 것과 암에 걸리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본인 스스로 내가 잘못 살아서 암에 걸렸다하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암에 걸린 사실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암은 유전자의 변이가 생겨서 주로 발생합니다.

어떤 이유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다든지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을 섭취했다든지

자외선과 방사선 같은 것이 유전자 질서를 교란시켰다든지

이런 원인으로 인해 암에 걸린 것입니다.

 

또한 암은 아주 급성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 암이 발견되었다면

이미 5년이나 10년 전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질문자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해서

오늘 당장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1년 전에 잘못한 일 때문에 오늘 암에 걸린 것도 아닙니다.

 

이곳 강연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미 암세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 몸 안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열성일 경우에는 대부분 사라지는데

어떤 조건에서는 그것이 우성이 되면서 증식하기 시작하면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는 과정으로 확대되면서

깨알만큼 커지게 되는데

그럴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 뒤 깨알만 한 크기에서 콩알만 한 크기로 커지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콩알만 한 크기에서 주먹만한 크기로 되는 데에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암세포 덩어리는 이렇게 분열해서 커지기 때문에

질문자가 삶을 어떻게 살았다는 것과 암에 걸리는 것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연결 지을 상관관계가 없는데

질문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연결을 짓고 있는 거예요.

 

둘째, 암이 작을 때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암세포가 일정하게 커지게 되면

그것이 몸의 다른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때 의사에게 가서 암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고 좋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법륜 스님이 오늘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암세포가 있습니다하고 알려주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저는 이것을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속에 암이 있는 데도 발견이 안 되면 암이 없는 줄 알잖아요.

그럴 때 모르는 것이 약이다하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모르면 괴롭지는 않지만, 건강에는 훨씬 더 위험합니다.

암이 있던 것을 모르고 있다가

오늘 갑자기 발견하게 되면 놀랄지는 몰라도

지금 발견된 건 잘된 일이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것을 의사가 발견해 주었으니까 기쁜 일이죠.

그러니 의사에게 암을 발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롭습니다.

울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암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

수술을 하든지, 항암 치료를 하든지 해서

인생 계획을 새로 세울 것 아닙니까?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가서 암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손을 쓸 여지도 없이 곧 죽게 됩니다.

그러니 암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기뻐할 일이지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질문자에게 지금 일어난 일은 아무 문제도 없는 일입니다.

대신 암이 발견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암이 너무 늦게 발견되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고통스럽지만

래도 항암치료를 받으며 몸부림이라도 쳐 보고 죽음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남은 인생을 넉 달이든, 다섯 달이든, 일 년이든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항암치료받다가 죽는 것보다는 낫겠는지

둘 중에 선택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암의 진행 상황이 2기이거나 3기밖에 안 되어서

수술만 해도 10년은 살 수 있다고 하면

수술을 하면 되겠죠.

그게 아니라 암이 1기밖에 진행이 안 되었다면

간단하게 방사선 치료만 하면

아무런 이상 없이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급성이 아니면 요즘 대부분의 암은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암에 걸렸다하면 집 한 채 값을 날렸지만

요즘은 암에 걸려서 수술을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저와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사람은

어느 날 밭일을 하다가 호미로 손가락 하나를 내리쳐서 힘줄이 끊어졌는데

병원비가 260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것보다 암에 걸렸을 때 치료비가 더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의 병은 큰 병이 아니라는 거예요.

괜히 마음 아파하면서 울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곧 있으면 죽을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것도 다 암에 대한 선입견에 불과합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닙니다.

 

암 환자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첫째,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고

둘째,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음식에 발암물질이 많기 때문이고

셋째,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 원인에 암의 비율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래 살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먹는 음식에도 콜레스테롤이 많기 때문에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사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이 사람이 오래 살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오래 사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오래 살기 때문에 병의 주종이 달라질 수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1년을 울다가 죽는 것이 나을까요?

 

건강한 사람들은 남은 시간이 많으니까

괴로워하는데 시간을 좀 보내도 상관없지만

나는 1년 밖에 못 사니까

울 시간도 슬퍼할 시간도 남과 싸울 시간도 없잖아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굳이 기도문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면 살아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걸 기도문으로 해서 기도해 보세요.

 

제가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해 드릴게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젊어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 겨우 살만해졌는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암이라고 했어요.

 

암이 요즘은 큰 병이 아니지만 옛날에는 큰 병이었어요.

암에 걸리면 대부분이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 거죠.

몇 개월 못 산다고 해서 병원에 누워있었는데,

주위 친구들이 가슴 아파하면서 병문안을 왔습니다.

그런데 병문안을 와서 위로해 주고 갔던 사람 중에

3일 후 교통사고가 나서 죽은 사람이 생겼어요.

3일밖에 못 살 사람이 1년 살 사람을 위로해 주고 간 겁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이 사람을 1년밖에 못 산다고 불쌍히 여겨 위로를 했는데,

나는 3일밖에 못 살았던 겁니다.

어떻게 3일밖에 못 사는 사람이 1년 사는 사람을 위로할 수가 있나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1년밖에 못 산다고 하더라도

여기 강연장 안에는 질문자보다 먼저 죽을 사람이 여러 명 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요.

 

그러니 1년밖에 못 살기 때문에

인생이 슬프거나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1년밖에 못 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1년을 괴롭게 살다가 죽는 겁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요?

 

1년밖에 못 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쁘고 마음 편하게 살아야 합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싸울 일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오래 사니까 싸울 수도 있지만

나는 얼마 못 사니까 싸울 시간이 없어요.

오히려 남들보다 인생을 더욱더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오래 산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닙니다.

3일밖에 못 살 사람이 1년 사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3일밖에 못 산다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거꾸로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고, 당신들은 남은 생을 힘들어서 어떻게 살래요?

나는 조금만 살면 되니까 별문제가 없거든요.’

이렇게 위로해 주어야 해요.

 

경전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마 거사가 병든 몸으로 누워 있으니까

많은 수행자들이 위로를 하러 찾아 왔어요.

왜 거사는 몸이 아픕니까?’ 하고 사람들이 물으니까

유마 거사가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내가 아프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언제 병이 낫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낫는다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픈 몸을 갖고 있었지만

병문안을 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병을 소재로 법문을 해준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소재로 진리에 대해 논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서 곧 죽을 상황이 되었는데,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을 향해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주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두 인간은 지옥에 쳐 넣어 주세요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을 넘어서서 그가 곧 하느님이 되었습니다.

 

이런 경지까지 이르게 된 것은

자기를 죽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죄를 용서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한 겁니다.

 

긴 시간을 사는 것보다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순간순간을 살아갈 것이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니 슬픈 티 그만 내시고

동정받으려고도 하지 마시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세상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사시기 바랍니다.

 

울다가 죽으면 누구만 손해일까요?

자기만 손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