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에 가면 항상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질문자는 자기 혼자서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나 보네요.
윗분이 질문자에게 뭐라고 합니까?
일하는 게 좀 느리다고 하나요?
그러면 ‘죄송합니다. 조금씩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되죠.
그게 뭐 어려워요?
...
일을 느리게 하면 불이익을 받아야죠.
일을 느리게 하면 남보다 일을 덜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불이익은 안 받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예요.
불이익을 주면 받으면 됩니다.
...
우리가 보통 걸음걸이가 늦고 동작이 느린 사람한테
굼벵이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굼벵이한테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요?
자기 나름대로 엄청나게 빨리하는 것이라고 할 거예요.
‘늦다.’, ‘빠르다.’ 하는 것은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저도 비교적 다른 사람들보다 일 처리가 빠른 편이에요.
질문자는 저하고 같이 다녀보면 괜찮을 것 같아요.
본인이 얼마나 느린지 확실하게 자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며칠 전 강연을 할 때의 일입니다.
질문하려는 분들이 여기서 한 사람, 저기서 한 사람씩 손을 번쩍번쩍 드는 상황에서
마이크를 전달해야 하는 봉사자의 행동이
제가 보기에 느려 보였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봉사자가 강연장 안을 항상 잘 지켜보고 있다가
누가 손을 번쩍 들면
빨리 그쪽으로 가서 마이크를 건네줘야 하는데
손을 어디서 드는 줄도 모르고
걸어갈 때도 천천히 움직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왜 이리 굼벵이같이 느려요?’ 하고 지적을 했어요.
나중에 강연이 끝나고 마음 나누기를 했는데 그분이
‘그 많은 청중 앞에서 스님이 굼벵이 같다고 했지만
저는 엄청나게 빨리 움직인 거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습니다. 스님도 웃으라고 한 얘기예요’라고 했죠.
그런데 질문자가 생각하기에
윗사람이라는 분은 그 일에 익숙한 사람이에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럼 신입 사원은 일에 익숙한 사람이에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 일에 익숙한 사람이 자신을 기준으로 볼 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하는 속도가 빠르게 보일까요? 느리게 보일까요?”
신입 사원이 일 처리가 느린 건 당연한 거예요.
그건 당연한 일이에요. 질문자는 안 그럴 것 같아요?
질문자도 사람을 데리고 일해 봐요.
자기 수준으로 일하기를 원하죠.
나처럼 일하는 것을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나처럼 일해야 한다고 단정을 해버리면
나처럼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납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원인은
다른 사람이 일을 느리게 해서가 아니고,
나처럼 해야 한다는 데에 내가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화와 짜증이 나지 않으려면
나보다 느린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만약에 상사인 사람이 스님한테 와서
‘신입 사원이 들어왔는데 일을 느리게 해서 답답해 죽겠어요’ 하고 질문하면
제가 이렇게 대답을 해줄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에게
‘일은 느리게 할 수도 있는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것은
질문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질문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요?
‘내가 일을 빨리한다고 해도
윗분들로서는 느리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주어야겠죠.
질문자는 윗분들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첫째, 윗분들이 질문자의 일 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윗분들로서는 짜증을 낼 만하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윗분들이 뭐라고 해도 질문자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습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짜증을 낼 만하다.’ 하고 받아들이고
‘죄송합니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못해서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나는 빨리하는데 왜 나보고 느리다고 하는 거야’,
‘자기도 한 번 해보라지’ 하는 식으로 반발심을 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마음 한편으로는 일자리에서 잘릴까 봐 겁이 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발하는 겁니다.
굽실대지도 말고, 반발하지도 말고,
가볍게 이야기하세요.
‘알겠습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윗분들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지금은 거북이처럼 걷고 있어서
토끼가 보기엔 조금 답답한 것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도 언젠가 토끼가 될 날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열심히 일하면 돼요.
그런데도 직장에서 잘리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윗분들의 권한이니까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그걸 가지고 질문자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을 받아들여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 입에서 농담이 나옵니다.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길 수 있게 돼요.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부장님에게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 하시나 봐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부장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잘하셨어요?
20년 경력이 있으니까 잘하시는 거잖아요.
저는 들어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어떻게 부장님처럼 하겠어요.
제가 못하는 건 아는데
너무 그렇게 기대를 높게 갖지 마시고
제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회를 주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질문자의 말을 듣고도 기회를 안 주면 할 수 없어요.
상사를 두려워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마세요.
비굴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장 생활에 조금 여유를 갖고 당당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원래 동작이 느린 사람일 수도 있어요.
공동체에서 저와 같이 사는 대중 중에도
동작이 느린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 그분과 얘기해 보면
‘제가 요즘 굉장히 빠릅니다’ 하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말이 이해돼요.
우리가 그분을 느리다고 하는 것은
우리 기준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빨라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예전보다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속도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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