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2학년 때까지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갑자기 생긴 병으로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그 결과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제 욕심에 차지 않는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전공과목 공부도 재미있지 않고 원치 않는 대학에 다니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아서
바로 휴학을 했어요.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계속 고민하면서 휴학 중입니다.
저는 왜 하필 가장 중요했던 고3 시기에
아파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후회하며 자꾸 과거에 집착하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싶은데
정작 내가 언제 행복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학과를 잘못 선택해서 가령 천문학과를 가려고 했는데 토목과를 갔다거나,
그래서 학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문제라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입이 가능하다면 재수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대학 3학년에 편입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새삼스럽게 대학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 성적이 100인데
이 130이 되어야 갈 수 있는 대학을 목표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첫째, 입학시험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다행히 붙었다고 해도
대학 생활 내내 성적이 잘 나오질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격한 기쁨은 잠깐이고 4년 내내 헐떡거려야 돼요.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남이 봤을 때 ‘잘 들어갔다’, ‘네 실력에 그 정도면 좋은 회사다’
이렇게 평가되는 회사에 입사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 실력에 대한 상사의 기대가 있고, 동료들도 실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늘 심리적으로 위축이 됩니다.
좋은 회사여서 월급은 조금 많을지 몰라도
나는 기를 못 펴고
자꾸 남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젊은 나이에 인생을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요?
반대로 내가 실력이 좋아서 월급을 100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월급이 60이나 70 정도인 회사에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첫째, 들어가기가 굉장히 쉬워요.
둘째, 회사에서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어요.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도 그 정도 회사는 갈 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간부나 사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고
간부나 사장이 내 눈치를 보게 됩니다.
괜찮은 사원이 한 명 들어왔는데 나가면 어떡할까 싶어
회사에서는 늘 잘해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장이나 간부에게만 권한이 있고
아랫사람이나 노동자는 속박을 받는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결국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 생기는 겁니다.
실력이 괜찮다가 고3 때 몸이 아파서 공부를 좀 못했고
그 결과 A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B대학에 갔다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인해 기분이 좀 나쁘긴 하겠지만
학교생활은 쉬울 거예요.
놀며 공부해도 중간은 할 수 있거든요.
자기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상위그룹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도교수 눈에 띄기도 쉽고
학교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기에 훨씬 유리할 겁니다.
일부러 게으름을 피울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워서
가슴 졸이고 애를 태우며 살 필요가 있을까요?
목표와 기대를 조금 낮추면 조금만 노력해도
남한테 뒤처지지 않고 여유롭게 살 수 있잖아요.
우리들의 열등의식은 다 상대적인 겁니다.
‘열등하다’, ‘우등하다’ 하는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모든 존재는 다 존엄합니다.
비교를 하다 보니 ‘누구보다 못하다’, ‘누구보다 낫다’ 하는 분별이 생기는 겁니다.
특히 좋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성적이 떨어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1등을 하다가
1등만 모아놓은 대학에 들어가서
맨날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면 자존심이 더 상합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늘 중간쯤 한 사람은
오히려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얼굴도 그래요.
젊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사람일수록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큽니다.
저처럼 대충 생긴 사람은 늙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어릴 때 대충 생긴 사람은 오히려 늙으면 얼굴이 더 좋아져요.
젊을 때야 예쁘냐 안 예쁘냐 이런 것을 따지지만
늙으면 얼굴형이 다 비슷해집니다.
이처럼 지금 좋은 것이 나중에 반드시 좋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안 갔기 때문에 공부도 하기 싫고, 농땡이 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
‘내가 고3 때 아파서 원하는 대학에 못 갔지만
또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대학 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에 왔기 때문에 오히려 친구도 사귈 수 있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고, 수행도 할 수 있고,
그러면서 성적도 괜찮게 나올 수가 있는 겁니다.
죽기 살기로 공부하지 않고도 이 모든 걸 이 대학에서는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지나 놓고 보면
‘아, 내가 고3 때 아팠던 게 큰 복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이 도저히 안 맞으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
그런데 전공이라는 것도
내가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 때문에 법학과에 간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없습니다.
의대, 간호대, 약대 같은 대학을 빼고는
전공과 취직이 연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근본적으로 말하면
취직을 하기 위해 대학을 반드시 나올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취직만 생각하면 대학을 다니는 것이 낭비일 수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해서 바로 직장에서
필요한 실무를 익히는 게 훨씬 더 노동효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승진에서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 가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기술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대학을 안 나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부는 직접 사회에 나가서 하는 공부가 제일 효율적이에요.
여러분들이 하는 공부는 다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하는 공부입니다.
꼭 일회용과 같습니다.
지식을 시험칠 때만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거든요.
여러분들은 그냥 시험을 잘 봐야 하기 때문에
외우는 공부를 합니다.
그래서 현실에 적용할 가치가 별로 없는 것들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수준의 과학이나 수학을 물어봐도 대부분이 몰라요.
학교 다니면서 배운 것이 생활에 활용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요즘 시대는
지식적인 것은 인터넷에서 다 찾아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학교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한 10년만 지나면 관료 사회를 빼고는 학교가 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현재 학교와 같은 이런 교육 시스템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처럼 독특해서 아예 대학을 안 가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통과 의례로 생각하고
얼른 졸업해 버리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요?
어느 대학이든, 무슨 전공이든, 신경 쓰지 말고
대충 해서 졸업해 버리세요.
정말 자기가 필요한 공부는 취직해서 실용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
장기적인 진로를 생각했을 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대학에 무슨 전공을 해야겠다는 것이 뚜렷하다면 재수를 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면 시간 낭비일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졸업해 버리는 게 제일 낫습니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학비 내고 노는 것보다
자립이 될 수 있는 자기 삶을 사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자가 되려면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학자가 되어 연구소에 취직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상위권에 들어야 하고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쳐야겠죠.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빨리 끝내버리고
딱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자기 실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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