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의무감으로 하면 일이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농사짓는 것이 일이었어요.
부모가 시키니 안 할 수가 없어서 하게 되니까 일이 되었습니다.
당시 부모님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연장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일할 땅이 없어서 일을 못했습니다.
당시 제 부모님은
연장도 사 줬겠다, 낫도 있고 톱도 있고 도끼도 있고 지게도 있고 땅도 있는데
왜 일을 안 하는지 저를 이해 못 하셨어요.
‘공부를 하면 돈이 생기냐, 밥이 생기냐’라고 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마을에서 공부해서 돈이 생긴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 야단을 치니까 숨어서 공부를 했어요.
밤에 호롱불을 켜놓고 책을 보고 있으면
‘어두우면 자야지 왜 불을 켜놓고 놀고 있느냐’ 하고 호통을 치셨어요.
일을 하면 괜찮은데 논다고 생각하신 거지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저하고 똑같아요.
저는 공부하고 싶을 때
책도 없고 시간도 없고 해서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그런 조건이 다 갖춰지면
공부를 마음껏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시골에 살다 이곳 경주에 왔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이 도서관이었어요.
온갖 책이 다 있는 거예요.
점심시간이 되면 밥도 안 먹고 매일 도서관에 가서 살았어요.
한 번은 친구집에 갔는데 위인전집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저는 시골에 살아서 그런 것은 학교에도 없었는데
개인 집에 열몇 권짜리 전집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빌려다가 밤을 새워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 보고 뭐라고 하나요?
‘책이 없냐, 책상이 없냐, 등불이 없냐, 학원을 안 보내주냐, 왜 공부를 안 하느냐?’ 하며
공부하라고 호통을 치죠.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일이 되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일하기 싫은 것하고 똑같은 거죠.
하기 싫은 데 억지로 시키니까
부모가 볼 때는 왜 공부를 안 하나 싶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중노동입니다.
오히려 게임하는 것이 놀이가 되는 거지요.
저는 공부하는 게 놀이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것이 놀이가 된 세상이 된 겁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자발적으로 공부를 시키려면
아이들이 공부하려고 할 때 하지 못하도록 야단을 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서 숨어서 공부를 하도록 해야
공부가 놀이가 되는 거예요.
어떤 일이든 놀이가 되면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져요.
집중력이 높아지면 기억력이 엄청나게 발달되고,
창조성 또한 엄청나게 생깁니다.
햇빛이 비쳐도 돋보기로 그 빛을 모아줘야 열을 받아서 불이 붙듯이
어떤 것에 집중해야 문리가 트입니다.
집중이 되면 한 번에 전체를 파악하는 힘이 생겨요.
자동차를 오래 집중해서 고친 사람은
시동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난지 압니다.
명의는 환자의 목소리나 얼굴 표정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압니다.
그냥 지식으로 배워서 아는 것과
문리가 트이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집중해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쌓다 보면 통찰지가 생깁니다.
무엇이든 좋아서 하고, 놀이 삼아 하다 보면,
밥 먹으라고 해도 밥 생각이 없고,
놀러 가자고 해도 별 생각이 없고,
여자가 남자 손을 잡아당겨도 별로 관심이 없고,
그 일이 더 재미있을 정도로
집중이 되어야 문리가 트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불교에서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화두는 놓치면 안 된다’ 하는 말은
그만큼 집중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일상이 놀이가 되는 삶-
물론 집중을 하고 싶다고 집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면 저절로 집중이 돼요.
즉 놀이 삼아 하면 됩니다.
조금 일하고 많이 놀려고 하지 말고, 일상을 놀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노동의 해방이 노동 시간의 축소나 임금의 향상이 아니라
노동이 놀이화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은 일상이 수행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일치합니다.
돈을 받지 않고 직장에 다니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아닌가요?
저는 일을 놀이화하기 위해서 일절 강의료를 받지 않습니다.
돈을 받으면 이 일이 노동이 되잖아요.
돈을 안 받으니까 저에게는 이 일이 놀이입니다.
정토회가 봉사를 지향하는 것도
우리가 수행자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놀이 삼아 하자는 취지입니다.
돈을 받으면 노동을 하게 되는데
노동한다는 것은 한쪽에서 고용을 하는 것이 되잖아요.
그런데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고용을 하거나 고용이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어요.
다 자유인들이 모여서 살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봉사를 노동 착취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기실현을 위한 놀이라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인생의 3분의 1은 노동을 해야 하는데,
그 3분의 1을 놀이화 하는 게 매우 필요해요.
억지로 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임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노동한다고 스트레스받고,
스트레스 푼다고 또 그 돈을 쓰잖아요.
월급 100만 원을 받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100만 원을 쓰는 것과
월급 30만 원을 받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이익이겠어요?
얼마를 받느냐 그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쓰이는 것을 안 쓰이도록 하면
월급을 절반만 받아도 삶이 훨씬 더 풍족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사회에 세뇌된 틀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나도 밝아지고 세상도 밝아지게 하는
그런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역사기행을 하면서
이차돈이 불교를 국교로 만들기 위해서 고안해 낸
지혜로운 순교 정신을 배우지 않았습니까?
서로 싸워서 소모전을 하는 것보다
서로 양보해서 통합함으로써 더 큰 비전을 만든
신라와 가야의 통합 정신을 배웠잖아요.
삼국통일을 이룬 주역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비전이 있었습니까?
그런 자세로 여러분들이 사회생활에 임하면,
어디에 가서 정치를 하든, 경제 활동을 하든, 가게를 운영하든
행복하고 소탈하고 검소하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역사공부를 놀이 삼아 다닌 겁니다.
일상이 그렇게 놀이가 되도록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서 저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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