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입사해서 퇴직 전까지 진급을 하기 위해 두 번의 큰 시험이 있습니다.
저는 2010년에 첫 번째 시험 자격이 주어졌을 때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단 한 번 만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합격한 저한테 진급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그 후로 매년 저보다 늦었던 다른 추가 합격자들만
합격과 동시에 저를 제치고 진급을 하였습니다.
한해 한 해가 갈수록 제 삶은
패배 의식과 자괴감에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첫 시험 합격 후 진급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2017년에 진급을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흘러서 작년에 두 번째 시험이 있었고,
그때도 역시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두 번째 시험도 단 한 번 만에 합격을 했습니다.
이 두 번의 시험을 1번에 합격한 사람은
저희 회사 역사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현재는 진급을 또 기다리고 있는 입장인데
과거의 전철을 또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밤에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도 많이 꾸고
어떤 때는 봉변을 당하는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려고 취미 생활도 해보고 노력은 많이 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이 생각만 하면 다시 불안해집니다.
이게 첫 번째 제 상황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저는 태어나서
40년 넘게 부산에서만 살아오다가
6년 전에 제 고집으로 아내와 아들만 데리고
소도시인 이곳 포항까지 와서 살게 됐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포항이라는 도시가 너무 매력 있고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떠나온 양가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면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최고로 잘 살게 해주고 싶은데
그걸 못 해주는 게 항상 미안합니다.
이런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제가 타고난 성격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과한 욕심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내려놓고 편하게 살 수 있을까요?//
내가 돈을 많이 벌겠다, 내가 승진을 하겠다
이런 것을 가지고 욕심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승진을 하겠다고 노력한 결과
승진이 안 됐을 때
그로 인해 괴로워하면 욕심이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서울대학교에 가겠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도전하면 되고, 떨어지면 또다시 도전하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해보고 안 되면 저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안 되면 이렇게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괴로워하고만 있다면 그건 욕심이에요.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느 정도의 열의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노력을 안 해놓고는 안 됐다고
‘나는 자격이 없나 봐’, ‘나는 실력이 없나 봐’, ‘내 적성에 안 맞나 봐’ 하면서
패배감을 갖는다면
그건 욕심 때문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그 규모가 크다고 욕심이 아니에요.
욕심을 가졌는지, 원을 가졌는지, 구분하는 기준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괴로움이 일어나느냐를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여자나 혹은 어떤 남자를 좋아해서 고백을 했는데
상대가 싫다고 해서 괴로워한다면
이것은 욕심이에요.
내가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상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혼자 사랑을 고백해 놓고
‘네가 어떻게 나를 안 받아줄 수 있느냐’ 하면서
일방적 생각을 하는 것이 욕심이에요.
만약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상대가 싫다고 했을 때 욕심이 없는 사람은
‘그래.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가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그만두거나,
아니면 예전에는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나를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러면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내가 어떤 노력을 하면 되지?’ 하고 연구를 합니다.
상대가 싫어한다고
이것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싫어한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도록 만들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연구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본인한테도 물어봐서
호감을 살 수 있는 어떤 행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로 낙담하거나 괴롭거나 패배감이 들지 않습니다.
그 일이 안 됐기 때문에 패배감이 드는 게 아니고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패배감이 드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시험에 합격하면 무조건 승진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승진할 기본 자격을 갖춘 사람인 겁니다.
그중에 누구를 승진시킬 건지는
또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시험만 합격하면 무조건 승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를 한번 연구를 해보세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쳐서 10명이 합격했다면
10명 중에 승진할 사람을 3명 정해서 승진을 시키는 거예요.
그다음에 또 시험을 쳐서 5명이 합격했다면
앞에 합격한 사람 7명을 포함하여 이제 승진 대상자는 12명이 됩니다.
그중에 다시 5명을 승진시킨다고 할 때
이 사람은 먼저 합격했기 때문에 먼저 승진시키고
이 사람은 나중에 합격했기 때문에 나중에 승진시킨다는 규정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합격한 것만 가지고 무조건 승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자신의 예측과 결과가 안 맞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의 경우 제일 좋은 방법은
시험에서 떨어지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고민을 하나도 안 해도 돼요.
매년 대충 시험 쳐서 떨어지는 겁니다.
또 시험 쳐서 떨어지고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승진에 대해서 기대를 안 하니까
시험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되잖아요.
그거보다야 한번 만에 합격해 놓고 기다리는 게 낫지 않아요?
다섯 번 떨어지고 여섯 번째 합격해서 승진하는 게 나아요?
한번 만에 합격해서 기다리다가 6년 있다가 승진하는 게 나아요?
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어요?
회사는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
회사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을 임명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가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을 갖췄는데도
회사가 임명을 하지 않을 때는
질문자가 윗사람들한테 약간 뻣뻣하게 행동했거나
특별히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진하고 싶다고 해서 로비를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직장 상사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대화를 하면서
선출 기준이 뭔지 자연스럽게 슬쩍슬쩍 물어보는 거예요.
어떤 서류를 잘 만들어야 한다든지, 브리핑을 잘해야 된다든지
이런 걸 알고 나서
최종 선발되는 결과를 보면
‘우리 회사는 저런 사람을 선발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그 선발기준에 잘 맞춰서 생활하든지
아니면 ‘뭐 그렇게 까지 해서 승진을 해야 하나?
나는 그냥 꾸준히 월급만 받으면 된다’
이렇게 입장 정리를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빨리 진급은 되었지만
이사로 올라가기 바로 직전의 직위에 있으면서 이사로 못 올라가면
잘릴 확률이 높습니다.
요즘에는 옛날보다 직위에 따른
월급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좀 천천히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저 같으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 먼저 진급시켜 달라고 하겠어요.
사장이 ‘자네 이번에 승진해야 하지 않나?’ 하고 얘기하면
이렇게 대답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팀에 아무개가 젊은 사람이지만
애도 둘이고 먼저 승급을 시켜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는 것도 괜찮고, 천천히 올라가겠습니다.”
이런 정도의 마음을 가지면 회사 생활이 편안하지 않을까요?
회사는 그 사람이 정말 필요하면
내가 승진을 안 하겠다고 해도 승진을 시키고
필요 없으면 내가 승진을 하겠다고 해도 승진을 안 시켜줍니다.
그런데 마치 질문자는
내가 승진을 원하면 승진을 시켜줘야 하고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시켜줘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자기한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승진은 사장이 그들만의 기준으로 알아서 선발하는 것입니다.
승진하고 싶으면
그 기준을 알아서 그 기준에 맞추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 먼저 올라가고 저는 천천히 올라가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나만 손해입니다.
그리고 부산 살다가 포항 와서 6년 살았으면 부인과 애들한테
‘나는 포항에서 사는 게 참 만족스럽다. 너희는 어떠니?’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그러면 ‘아빠가 만족하면 저희도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도 있고
‘우리는 도저히 못 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의견을 들어보고
가족이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면
월급이 좀 적더라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조금 불만이 있지만 그래도 아빠가 좋다니까 여기서 지낼게요’
이렇게 대답하면
‘미안하다’ 하고 질문자가 가족들에게 다른 서비스를 좀 해주면 됩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최고의 생활 조건을 갖춰주겠다는 생각은
안 하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욕심이에요.
어느 정도 갖춰주어야 최고의 생활 수준인가요?
집 평수를 늘려주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적인 것은 형편 되는대로 살고
가족들 특히 아내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같이 대화하고, 같이 놀아주고, 설거지 좀 해주고
이런 것을 가족들이 원하는 것이지
돈을 많이 벌어다 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여간 한국 남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돈만 많이 벌어서 갖다 주면 가족들이 만족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큰 착각입니다.
제가 여성들과 얘기해 보면
물론 남자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게 최우선순위는 아니에요.
그런 것보다는 같이 대화도 좀 나누고, 같이 생활도 좀 나눠서 하고
이런 모습을 더 원합니다.
그러니 가장이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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