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인 저에게 늘 고질병처럼 계속되는 고민인데요.
저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잘하는 게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재능이 참 많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제게 장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자신을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100미터를 몇 초에 달립니까?
고등학교 때 체력 검사를 해봤을 거 아니에요. 그때 얼마 나왔어요?
아니, 멀쩡한 사람이 왜 그런 모자라는 소리를 해요?
지금 100미터 세계 최고 기록이 9.58초예요.
올림픽에서 1등 하는 사람이 10초 정도에 달리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10초에 달렸다고요?
질문자는 대략 17초 정도는 달렸어요?
빠르면 몇 초쯤 되는데요? 15초에는 달렸어요?
그러면 17초에 달리는 사람과 비교하면
15초에 달린 것은 빨리 달리는 거예요, 느리게 달리는 거예요?
그러면 13초에 달리는 사람과 비교하면
15초는 빨리 달린 거예요, 느리게 달린 거예요?
조금 전에는 빠르다고 하더니 금방 느리다고 말하네요.
그러니까 15초는 빠른 것도 아니고 느린 것도 아닙니다.
15초가 ‘빠르다’, ‘느리다’ 하는 것은
비교해서 나오는 것이지
단독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15초는 13초보다는 느리고, 17초보다는 빠른 겁니다.
‘15초는 빠르다’ 하는 말은 원래 없어요.
‘15초가 빠르다’ 하고 말할 때는
‘17초보다 빠르다’에서 ‘17초보다’가 생략된 것입니다.
‘15초가 느리다’ 하는 것은
‘13초보다 느리다’에서 ‘13초보다’가 생략된 말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잘하는 게 없다 고 하는 말은
엄격하게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키가 작다고 할 때, 만약 본인의 키가 160이라면
170인 사람보다 작은 거예요.
달리기는 13초 달리는 사람보다 느린 겁니다.
공부 역시 ‘1등보다 못한 2등이다’ 하는 식의 사고를 하는 겁니다.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치를 스스로 높이 설정해 놓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기는 모든 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질문자가 부족한 것은
실제로 부족해서 부족한 게 아닙니다.
속된 말로 눈이 너무 높아서 생긴 문제입니다.
공부도 1등, 달리기도 1등을 해야 한다고 기준을 너무 높여 놓으니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하는
자기 비하가 일어나는 겁니다.
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생긴 문제예요.
질문자의 자존감은
뭔가 노력을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헛된 욕심으로 기준을 높여 놓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눈을 치떴던 것을 내리깔아야 해요.
눈을 약간 내리깔면
‘내가 잘하는 게 많네’ 이렇게 관점이 바뀝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신이 못나서 못난 것이 아니라 잘나고 싶어서 못나게 된 것입니다.
잘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서 못난 자신을 보고 있는 거예요.
엄청나게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금방 알아듣네요.
우리가 열등해서 열등의식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 때문에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가 눈이 너무 높아서 그렇습니다.
아이가 5등 해서 오면 ‘참 잘했다’ 하고 칭찬해 주어야 하는데,
1등을 기준으로 삼아서
‘너는 왜 5등밖에 못하니’ 하고 말해 버립니다.
뭐든지 ‘너는 그것밖에 못 하느냐’는 시선으로 보니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열등의식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지난번에 제가 어떤 미국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 교육에서 제일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 준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학생이 조금만 글을 잘 써도
‘너는 글을 참 잘 쓴다’, ‘너는 소설가가 되겠다’ 하는 식으로
칭찬을 해 준다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학생들을 칭찬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잘한 부분보다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모두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너무 높아서 항상 못한 부분이 자꾸 눈에 보이게 되니까
그걸 지적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늘 기가 죽습니다.
실상은 잘한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습니다.
서로 다를 뿐이에요.
나라는 사람은 종합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물은 배우하고 비교하고
노래는 가수하고 비교하고
달리기는 운동선수하고 비교하고
법문은 법륜 스님하고 비교하는 거예요.
분야별로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가 인물이 잘났나, 노래를 잘하나, 키는 큰가, 운동을 잘하나, 말을 잘하나 하면서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법륜 스님 하나만 가지고 비교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몇 가지는 내가 법륜 스님보다 못 하지만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내가 법륜 스님보다 낫네’ 하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의 좋은 점만 다 비교하니까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못난 사람이 없습니다.
동시에 잘난 사람도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존엄하고 존중할 만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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