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자해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데
이대로 집에만 있도록 두어도 될까요?
혹시나 무기력함에 빠져
또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될까 봐 많이 염려가 됩니다.//
자기 인생인데
‘스님 말을 듣고 참고해서 제가 하겠습니다.’ 이래야지
‘스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런 거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관점을 그렇게 가지셔야 한다.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르면 일시적으로 좋지만
그게 자기 원하는 만큼 안 되면
또 그 사람을 원망하게 돼요.
우리가 다 하느님이나 부처님한테 빌어놓고
자기 비는 게 안 되면
다 하느님을 원망하고, 부처님을 원망하잖아요.
‘기도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더라.’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이런 말 하잖아요.
누가 빌라 그랬나?
자기가 가서 빌어놓고
되면 좀 좋아서 가피 입었다고 그러지마는
안 되면 실망하고 욕하고 ‘소용없더라’ 그러고.
그게 다 하나님하고 부처님하고 아무 관계 없는 일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다
이런 얘기예요.
성인의 아들이면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부모의 길이다
이런 얘기예요.
애가 아무리 집에 있고 싶어 하고, 나도 집에 잡고 싶어 해도
나가서 자립하도록 하는 게 부모의 일이다.
근데 이 아들은 나이로 보면 성인이지만 지금 병을 앓고 있잖아요.
이럴 때는 기준을 성인이라고 안 보고 환자라고 봐야 해요.
환자는 건강한 사람이 돌봐야 하는 거예요.
병원에 누워 있는 30살짜리 환자를
‘너 나가 자립해라.
나이가 서른이나 먹은 게 왜 침대에 누워 있나’ 이러면 말이 안 되잖아요.
그 사람은 환자이기 때문에
보호받고 있고 치료받고 있는 중이다.
지금 아들이 환자잖아요.
그러니까 환자를 우선적으로 봐야 된다는 거예요.
성인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남편도 자기도 나이가 40이고 50이 되고 60이 돼도
환자면 누군가가 돌봐야 하는 거다.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얘기예요.
그러니까 아들이 성인이다.
그 관점은 지금 여기에 맞지 않는 거다.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이 나왔고
지금 내버려 두면 자해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그래서 병원에 치료를 받고, 상담 치료도 받고
집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따뜻하게 보살펴야 한다.
그걸 뭐 귀찮다고
오늘 이거 해달라고 내일 저거 해달라고
변덕을 부린다고
귀찮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늘 뭐 스키 타러 가겠다, 스키 사내라’ 이거 사줬더니
하루 갔다 ‘오더니 안 간다.’
내일은 ‘승마하겠다’ 또 30만 원 주고 사줬더니
또 하루가 지나 안 하고, 내일 뭐 하겠다
이런 거를 어떻게 볼 거냐?
의사하고 상담해 보면
이게 어릴 때 욕구 불만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기 때문에
이 과정을 다 거쳐야 된다 하면
그걸 다 치료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스키 문제고 승마 문제가 아니라
이 상처를 치유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해서 돈 많이 드는 건 당연하고
이렇게 돈이 드는 거는 안 된다
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거예요.
항상 의사하고 상담해서
지금 환자니까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조처를 하세요?
하는 대로 따라서 치료를 해야 되고
그게 어느 정도 치료가 되면
그다음에 성인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하겠죠.
그런데 만약에 아까 첫 번째 질문자처럼
‘치료가 안 되면 어떡합니까?’
그건 지금 생각할 필요가 없고
치료가 안 되면 영원히 환자로 보살펴야지
굳이 말한다면.
그러고 그렇게 될 때는
치료가 안 되고 영원히 보살펴야 된다면
내 인생에 좀 손해가 생길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이제 이건 사회의 보장이
미국 같으면 이건 다 정부가 국가가 책임을 지죠.
그러면 이거는 이제 국가기관하고 의논해 보면.
왜냐하면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마는
환자를 가진 부모나 형제나 남편이나 아내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 환자를 다 감당하기 어려우면
그것은 사회가 공익적으로 그 사람을 보살피도록 돼 있다
이게 이제 사회보장제도 아니겠어요.
근데 우리는 지금 사회보장제도가 좀 약하죠.
경제 수준에 비해서, 1인당 소득에 비해서
사회보장이 약하단 말이에요.
왜?
우리가 그런 세금이나 보장기금을 많이 안 내려 그래요.
‘난 안 아파’ ‘나는 문제가 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그런 돈은 막 저항이 심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보장 제도가 낮죠.
저부담, 적게 부담하고 적게 혜택을 받겠다는 거예요.
우리가 말하는 복지국가는
다 고부담, 내가 건강할 때 벌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내고
나중에 내가 어려울 때, 고 혜택을 받는 이런 거란 말이에요.
지금 우리는 수준이 저부담, 저 택이에요.
그래서 한꺼번에 갈 수는 없고
우리가 부담을 점점 늘리고, 혜택을 또 늘리는 쪽으로
적어도 가줘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같은 두 나라, 이웃에 있는 두 나라인데도 차이는 뭐냐?
미국은 부담이 적어요. 대신 혜택도 별로 없어.
근데 캐나다 같은 데는 세금의 부담이 큰 대신에
늙거나 병들면 전부 다 정부가 책임져요.
가족이 책임지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젊을 때는 다 미국을 좋아하고
늙으면 캐나다를 좋아하는 거예요.
캐나다에 계신 어르신들 제가 만나면
“아이고 스님, 효자라 해도 정부보다 더 좋은 효자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정도거든요.
근데 우리는 미국 시스템이 좀 많은 편이에요.
대신 의료 시스템만
우리가 좀 사회주의적인 그런 시스템이라 잘 돼 있는 편이고
세계에서도 괜찮은 시스템이에요, 의료는.
나머지는 거의 우리는
제대로 사회보장이 좀 처지는 그런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보면요, 유럽 사회에 비교해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도
지금 그래서 복지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지금은 우리는 아직도 가족 개념이 강합니다.
일단 가족에게 먼저 책임을 져야 해요.
그리고 가족이 책임질 수 없는 범위가 되면
사회가 책임지는
즉 정부가 책임지는 쪽으로
많은 걸 알아보면
그때 가서 그런 보호시설로 이관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은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이면
부모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게
그리고 자기가 부모로서, 보호자로서 보살피는 게 맞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자기가 그 정신질환의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의사가 하라면 해야지
의사가 ‘많이 걸어라’ 그러면 걷기 싫어도 많이 걸어야 되고
의사가 ‘뭘 먹지 마라’ 그러면 먹고 싶어도 안 먹어야 되고
그런데 ‘저는 그건 절대로 안 먹으면 안 돼요.’
‘난 술은 꼭 먹어야 돼요.’
‘아이고 나는 운동은 정말 싫어요.’
이런 얘기하면 뭐 해요?
‘살갑게 좀 대해야 된다’ 이렇게 애에게 애정 표현을
‘엄마는 널 사랑해, 엄마는 널 좋아해’
누워 있어도
‘엄마는 괜찮아, 너만 건강 좋아하면 돼’
이런 표현을 좀 하라면
그동안에 안해서 입에서 안 나와도 자꾸 해야지
왜냐하면 그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니까
...
거북해 하지.
그거 안 하던 짓을 하면 ‘뭐 때문에 저러나’ 그러지만은
칭찬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 한두 번은 좀 거북해하죠.
거북해하는 건 뭐냐?
또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저래서 또 나한테 무슨 짓 하려고 저러냐’ 하는
의심이 들어서 거북해하는 거예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정말 그런 마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받아들이죠.
그러니까 말로라도 우선 자꾸 하고
마음을 ‘우리 아들이 환자구나’
근데 엄마가 돼서
나이가 애가 자해할 정도까지
애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걸 모르고 지냈다 그러면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예요, 솔직하게 말해서.
엄마란 건 아이들에 대해서 이렇게 잔소리하지 말고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육체적 건강은 어떤 상태고, 정신적 상태는 어떤 상태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늘 지켜보는 사람이 돼야 하거든요.
그걸 갖다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그래서 항상 조용히 도와주는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이 세상에 누구보다도 엄마한테 와서 먼저 의논하도록
여자 아이가 만약에 연애를 하더라도 어떤 고민이 생기면
그걸 숨기는 게 아니라
엄마한테 와서 남자애가 나 하고 있는데 뭐 깨안았다든지 어떻게 했다든지
이런 걸 엄마한테 얘기해야 되는데
엄마랑은 또 뭐냐?
‘당장 그만둬라, 그건 나쁜 놈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애가
‘이거 엄마한테 얘기하면 야단 맞구나 안 해야지’ 이래서
여러분들이 자녀와 엄마 사이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자라면서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해 가면서 이렇게 살아가기 때문에
엄마가 그걸 지켜봐 주고 야단치기보다는 대화해 주고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자기가 그래 못 했으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그러니까 애들이 싫어하는 건 간섭이라는 거예요. 간섭.
이래라 저래라고 자꾸 한다는 거야.
‘네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취직도 안 하고’
이런 소리는 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애가 누워 있어도 미안해 해도
괜찮아 괜찮아. 네가 지금 몸이 안 좋으니까
의사 선생님 말하는데 ‘쉬어라고 하더라.
이렇게 조금 보살펴 주는 그런 마음을 내야 된다.
...
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환자를 잘 돌보기를 바랍니다.
내 아들 네 아들 떠나서, 성인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현재 정신적으로 자해를 할 만큼 정신적으로는 안 좋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심리적 안정을 하고 보살피는 게 중요하다.
나머지는 다음에 가서 생각할 일이다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조금 어려운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듣는 것이 조금 불편했을 수도 있지만
이게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런 속에서도 웃으면서
또 이런 것을 극복해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사다.
이것저것 다 핑계 대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인상만 쓰다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속에 내가 살고 있고
나는 그래도 안 죽고 살아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삶을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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