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연방법원에서
모든 미국인이 주목하는 재판이 열렸습니다.
진화론과 창조론, 과학과 종교의 대리전처럼 치러진 재판이
6주 동안 진행된 것입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미국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이지만
기독교를 포함해 특정 종교를 공교육 현장에 끌어들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창조론이 과학으로 인정받는다면 수업 시간에 가르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생각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 창조과학입니다.
창조과학은 성경의 창조론도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하다고 보는 주장이죠.
하지만 1987년 미연방 대법원에서
창조론은 종교일 뿐 과학이 아니라고 판결한 이후
창조론을 공립학교 과학 시간에 가르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창조론자들은 작전을 수정했습니다.
창조론이 종교라 과학 수업에 낄 수 없다면
애초에 창조론은 종교가 아닌 과학이 있다고 주장하면 되잖아?
기이한 논리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지적설계입니다.
지적설계는 어떤 초자연적이고 지성적인 힘이 우주를 설계했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그런 초자연적인 힘도 크게 보면 과학의 범위에 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적설계 논증은 1802년에 한 신학자가 얘기한
일명 시계공 논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 해변을 거닐다가 모래 속에서 시계를 발견했다.
돌멩이라면 몰라도 시계처럼 복잡한 구조물이 저절로 생겨났을 리 없다.
그보다는 누군가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처럼 복잡한 구조도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설명이 더 적합하다.
그 누군가가 바로 신이다.
그로부터 200년 뒤에 생겨난 지적설계는
그 누군가를 신에서 지적인 설계자로 바꾼 것뿐입니다.
창조론을 종교가 아닌 과학이라고 주장하려면
신이라는 표현을 빼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종교적 목적을 위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
지적 설계가 처음으로 작전을 개시한 곳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자치구 도버입니다.
2004년 창조론자들 위주로 구성된 도버 지역의 교육위원회는
지적설계를 과학 수업에 포함시키려 했습니다.
지적설계도 엄연한 과학 이론이니
진화론과 동등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편 것입니다.
도버는 전통적으로 기독교 영향력이 강한 곳이지만
도버의 학부모들과 과학교사들은 이를 막으려고 교육위원회를 고소했습니다.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습니다.
펜실베이니아의주 연방법원은
지적설계가 과학인 종교인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만약 지적 설계가 과학으로 인정받는다면
초자연적인 설명을 옹호하는 다른 종교, 다른 사이비 과학도
수업 시간에 들어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미국 과학 교육의 미래가 달린 셈입니다.
재판의 쟁점은 지적설계가 과학인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창조론 대 진화론, 나아가 종교 대 과학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미국언론의 관심이 인구 2천의 작은 도시에 쏠렸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도버 재판 얘기를 했습니다.
지적설계에 관심을 가지는 거물들도 많아졌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공개적으로 지적설계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담당 판사는 존E 존스 3세로 정해졌습니다.
판사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 측과 과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존스 판사는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인 데다가
공화당 지지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교육위원회 측은 환영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크게 기대 안 하던 재판이었지만
존스 판사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5년 9월 26일 마침내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원고는 태미 키츠밀러를 포함한 학부모들 11명
피고는 도버 지역 교육구입니다.
원고측이 승소하려면 지적설계가 과학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 위원들의 행동에 종교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합니다.
원고측과 피고측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전문가 증인단을 구성했습니다.
재판은 먼저 원고측 전문가의 증언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재판-
“밀러 박사님 진화란 무엇입니까?”
“진화란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변화해 온 과정이며 역사입니다.
기존의 종들은 새로운 종으로 분화해 나가고 오랜 시간을 거쳐
미생물에서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저명한 과학자와 철학자로 구성된 원고측 증인단은
여러 화석 증거와 유전학적 증거들을 들어 진화를 검증해 나갔습니다.
원고측은 또한 지적설계자처럼 초자연적인 요인이
과학의 범죄에 들 수 없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약 3주간 진행된 원고측의 진술은 법정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제 피고측 차례입니다.
피고측도 지적설계가 과학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피고측은 여덟 명의 전문가 증인을 구성했습니다.
대부분은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입니다.
디스커버리 연구소는 지적설계를 선전하는 대표적인 기독교 단체입니다.
그런데 재판 날이 다가오자,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증언을 포기했습니다.
덕분에 피고측의 주요 증언은 거의 마이클 비히 박사 혼자 맡았습니다.
비히 박사는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진화론 저격수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는 리하이 대학의 생화학 교수이지만
지적설계와 관련된 논문을 제출한 적은 없습니다.
“비히 박사님, 지적설계는 무엇입니까?”
“지적설계는 과학입니다.
생명체에 몇몇 구조를 들여다보면 설계의 흔적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보는
과학 이론이죠.”
“지적설계가 특정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적설계의 예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가장 확실한 설계의 예는 박테리아 편모입니다.
박테리아는 꼬리에 달린 편모를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편모는 몸속에 있는 작은 모터로 작동합니다.
이 모터는 약 40종류의 단백질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40개 중 하나라도 없으면 모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편모는 진화론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단백질이 하나씩 추가되었다면
그동안에는 모터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편모는 처음부터 오로지 모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배열된 게 분명합니다.
이는 명백한 설계의 증거입니다.”
비히 박사가 편모의 예를 들어 설명한 개념은
보통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라고 부릅니다.
생명체들의 구조가 너무나 복잡해서
자연 선택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체가 한꺼번에 생겨났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주장이죠.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은 지적설계의 대표적 논증입니다.
그래서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인정하는 다른 과학자들이 있다면
지적설계도 일부분 과학적 설명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박테리아의 편모가 설계의 증거라고 인정한 다른 과학자가 또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브랜다이스 대학의 생물학 교수 데이비드 드로지에입니다.
드로지에는 199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박테리아의 편모는 그 어떤 모터보다 인간이 만든 모터를 닮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박테리아 편모가 설계된 구조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비히 박사의 진술을 들은 드로지에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테리아 편모가 인간이 설계한 모터와 닮았다고 말했지
그게 지적설계의 산물이란 뜻은 아니었습니다.
편모는 오히려 굴절 진화의 좋은 예입니다.
박테리아의 편모는 모터 기능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주사기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단백질 몇 가지가 없는 상태에서도
여러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 진화해 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박테리아 편모는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드로지에 교수의 반박에 비히 박사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또 다른 예로
동물의 면역계를 들었습니다.
“면역계 역시 워낙 복잡한 구조라서 오직 면역 기능을 위해
처음부터 한 번에 생겨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증거로 면역계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연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면역계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나 논문이 하나도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런 연구는 없습니다.
무작위의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으로는 면역 개처럼 복잡한 구조가 생성되는 과정을
결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원고측 변호사는
증인석에 책과 논문을 수북이 쌓아 올렸습니다.
척추동물의 면역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 주는 수많은 연구 성과물 들이었습니다.
자기가 모른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게 아닙니다.
면역계 역시 환원불가능하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지적설계가 과학이냐 아니냐 하는 쟁점이 이어지는 동안
존스 판사는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재판은 두 번째 주요 쟁점으로 옮겨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적설계를 학교에 도입하라는 교육위원회 측의 지시가
종교적 의도 때문이었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 지시에 종교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면
종교와 정치제도의 분리를 명시한 미헌법 수정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누가 봐도 종교적 의도임이 분명했지만
재판에서는 이를 물증으로 보여줘야 했습니다.
“책 <판다와 사람>은 도버 교육위원회가 지적설계의 교재로 선택한 책입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책이죠.
<판다와 사람>의 원고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미연방 법원이 공립학교의 창조론 수업을 금지시켰던 1987년 재판 이전의
원고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의 원고입니다.
두 원고를 비교해 보면 창조론이란 단어는
지적설계로 신이란 단어는 지적인 힘으로 수정되었을 뿐
내용이 똑같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수정했는지 지적설계라는 단어 앞에
창조론의 c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 이론을 설명한다는 지적설계의 교재는
사실상 창조론 책입니다.”
포리스트 교수의 증언은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피고측의 종교적 의도를 보여 주는 증거가 여럿 제출되었습니다.
그중에는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내부 문서도 있었는데
거기엔 지적설계의 놀라운 목적이 적혀 있었습니다.
/진화론을 제거하고 지적설계를 지배적인 과학 이론으로 만들어
미국 사회를 기독교적 토대가 굳건한 사회로 만드는 것
일상생활 모든 부분이 기독교적 원리에 지배를 받는 것/
피고측의 종교적 의도는 명백해 보였습니다.
판사는 여전히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6주간의 재판은 최종 변론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재판은 지적설계 교육이 위원인 것임을 입증했습니다.
지적설계는 그 자체가 종교이며 창조론의 현대적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만적 행위는 중단돼야 합니다.”
“원고측은 아무런 증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고측의 행동은 헌법을 조금도 위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새로운 과학적 가설을 제시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람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2005년 12월 20일 마침내 139쪽이나 되는 이례적으로 긴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존스 판사의 판결문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판결문(요약)-
지지자들의 주장과 법정에 제출된 문서
그리고 6주간의 면밀한 조사를 토대로
주의 깊게 검토한 결과
재판부는 지적설계가 과학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적설계가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과학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첫째, 지적설계는 초자연적인 인과관계를 끌어들임으로써
과학의 기본 규칙들을 위반한다.
다양한 전문가 증언이 말해주듯이 지적설계는
초자연적인 인과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연에서 풀지 못한 답을 지적설계처럼 자연계 밖에서 찾으려 한다면
이는 과학을 멈추려는 시도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 현상의 원인을
검증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힘으로 돌리게 되면
우리는 호기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는 항상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설계를 선전하는 단체인 디스커버리 연구소는
지적설계 운동의 목표가
기독교 과학이 기존의 과학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6주간의 재판 과정에서
지적설계를 과학으로 지지하는 주요 과학 협회나 학회, 기구의 이름을 하나라도 댄 사람은 없었다.
이 나라의 가장 신망 높은 과학 학회인 국립과학아카데미는
지적설계는 과학이 아니며 그렇게 간주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이 나라의 최대 과학자 기구인 미국과학진흥협회도
지적설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교육의 일부로 포함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지적설계는
과학의 기본 규칙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것만으로도 지적설계를 과학이 아니라고 판결 내리기에 충분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리고 확실히 해두기 위해
추가 논증들을 분석하겠다.
둘째, 지적설계의 핵심인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논증은 모두 반박되었다.
환원불가능하게 복잡하다고 주장하는 구조를 자세히 조사해 보면
보통 그렇지 않다.
복잡한 생화학적 체계는 더 단순한 체계에서 시작해
자연선택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비히 박사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증거로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것은 박테리아 편모, 혈액 응고 과정, 면역계다.
하지만 이 사례들이 실제로는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하지 않다는 증거들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특히 면역계의 진화과정에 대해 58편의 논문과 9권의 책
여러 면역학 교재들이 비히 박사 앞에 제시되었는데 불구하고
비히 박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
과학계 전반에서 반박되고 부정되었다 본다.
부정되지 않았다 해도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은 지적설계의 증거가 아니다.
그것은 진화에 대한 검증이지 설계에 대한 검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진화론을 부정하는 지적설계의 공격은
과학계에 의해 반박되었다.
지적설계는 동료 검토를 거치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없다.
연구와 검증을 하지도 않았고 과학계의 승인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지적설계는 과학 교과과정에 전혀 맞지 않다.
게다가 지적설계 지지자들은 과학 시간에 지적설계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진화론에 대한 논란만 가르치려 한다.
이 전략은 좋게 봐도 부정직한 것이며
나쁘게 말하면 유언비어다.
지적설계 운동의 목표는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혁명을 노리는 것이다.
-결론-
관련 기록과 적용 가능한 판례를 검토한 끝에
재판부는 지적설계가 과학이 아니라 창조론과 한 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면 공립학교 과학 수업에서
진화에 대한 대안으로 지적설계를 가르치는 것은 위헌임이 분명하다.
이 사건은 지식이 부족한 교육위원회와
지적설계에 대해 판례를 남기려는데 혈안이 된 법률 회사의 공조로
이 법정까지 온 것이다.
이 재판을 통해 그들의 결정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둔한 것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도버 지역의 주민들은 그들로 인해 피해를 입을 이유가 없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1조의 국교금지 조항과
펜실베이니아 헌법 제1조 3항의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명한다.
피고들은 앞으로 도버 지역 학군 내 어떤 학교에서도
지적설계 정책을 유지하면 안 된다.
피고들은 교사들에게 진화론을 헐뜯도록 요구해서도 안 된다.
피고들은 교사들에게 종교적인 설명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또한 피고들은 원고측의 손해 배상금과 변호사 비용을 책임질 것을 명한다.
-재판이 끝나고-
에피소드 1: 존스 판사
판결은 과학계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존스 판사의 논리는 흠잡을 데가 없으며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모든 요점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판결에 분노했습니다.
그들은 보수 성향의 존스 판사를 진보 운동권 판사로 몰아가고
수차례 살해위협까지 가했습니다.
덕분에 판사와 가족들은 몇 달 동안 24시간 경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존스 판사는 자신의 판결에 확고했습니다.
“처음 재판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지적 설계도 과학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양쪽의 논리를 들어보니
지적설계가 과학을 가장한 종교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종교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피소드 2: 도버
재판장 밖에서는 도버 교육위원회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선거 결과는 진화론을 지지하는 교육위원들의 대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어리석은 전임 교육위원회가 초래한 법정 비용을 떠맡아야 했습니다.
에피스도 3: 디스커버리 연구소
디스커버리 연구소는 재판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적설계 선전 책자를 더 왕성히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식어 갔습니다.
2005년 이후 구글 트렌드를 보면
지적설계에 대한 언급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창조론의 새로운 주역으로 ‘창세기의 응답’이라는 단체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켄터키 주에 창조론 테마 파크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4: 판다와 인간
판다와 인간은 또다시 제목만 바뀐 채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네, 도버 재판에서 드러났듯이
창조론자들의 진짜 속셈은 과학의 정의를
초자연적인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적설계와 같은 초자연적인 설명도
과학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영적존재를
과학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행위는
한마디로 지난 400년간 이룩한 현대문명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갈릴레오나 뉴턴에서 비롯한 17세기 과학혁명은
초자연적인 요소들을 몰아냈고 때문에
지금의 문명 사회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그런 과학혁명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무서운 얘기입니다.
“비히 박사님,
박사님의 정의에 따르면 지적설계는 과학이론입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과학의 정의가 초자연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에 찬성합니다.”
“같은 정의를 적용해 볼 때 점성술도 과학이론이겠네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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