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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우리 몸과 생각을 지배하는 진짜 주인, 무의식 시스템

Buddhastudy 2025. 1. 20. 19:11

 

 

차를 몰다가 차선을 바꾸는 동작을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상상 속에 운전대를 잡고 오른쪽으로 차선을 바꿔 보는 겁니다.

운전하시는 분들에겐 아주 간단한 동작이겠죠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서서히 돌렸다가

다시 똑바로 되돌리면 됩니다.

상당히 쉽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대부분 이렇게 상상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차선을 바꿀 때 하는 동작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린 다음

왼쪽으로 최대한 돌렸다가

똑바로 되돌리는 겁니다.

 

만약 처음처럼 운전대를 돌렸다간

차는 분명 도로를 벗어나게 될 겁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다음에 운전석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차선 바꾸기처럼 간단한 동작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동작이 우리의 의식이 접근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차선 바꾸기뿐 아니라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하기, 타이핑하기처럼

반복을 통해 학습된 활동들도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우리의 근육들은

무의식의 명령에 따라 정확한 타이밍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동작을 수행하지만

우리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 몸이 자동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암묵 기억]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무의식 속에 꼭꼭 숨은 기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암묵 기억은 근육의 활동뿐 아니라 지각이나

생각, 믿음 같은 것에도 적용됩니다.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생각 역시

수많은 신경세포의 반복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빠의 걸음걸이나 아빠의 웃는 버릇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빠와 비슷하게 걷거나 웃는다면

아이는 그 즉시 알아차립니다.

오랫동안 봐온 아빠의 특별한 행동이

아이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떤 제품이나 사람 얼굴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그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더 선호하게 됩니다.

이를 단순노출효과라 하는데

이 단순노출효과를 이용해

회사는 제품을 홍보하고 유명인들은 인기를 유지합니다.

 

단순노출된 정보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나중에 그 정보를 다시 접했을 때

같은 조건의 다른 정보들보다 더 신뢰가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들이나 종교인들은

그 내용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반복적으로 메시지만 던집니다.

 

제품 브랜딩, 유명인의 평판, 정치 캠페인은

우리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을 공략합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많은 행동은

의식보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동물들은

무의식적으로 활동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해삼이 무언가에 닿았을 때 움츠러드는 것

생쥐가 먹이에 반응하는 것

올빼미가 소리에 반응하는 것

인간이 아빠의 미소를 알아보는 것

모두 입력된 정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신경회로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무의식 시스템은

생존에 있어서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속도입니다.

자동적 반응은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합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이게 직접적인 위협인지 아닌지

여러 선택지를 의식적으로 차근차근 살펴보다간

그게 자기 인생의 마지막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움츠리고 보는 게 생존 확률이 높겠죠.

경험이 쌓여 자동화 시스템이 완성되면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번개처럼 반응합니다.

 

무의식 시스템의 두 번째 장점은

에너지의 효율성입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인 동시에

에너지로 움직이는 생물체입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에너지 절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처음 자전거에 오른 아이의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몸의 균형을 잡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자전거 타는 기술이 반사작용처럼 자동화됩니다.

아이의 뇌 속에 자전거 타기만 전담하는

신경망이 구축된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암묵 기억에 따라

몸의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무의식 시스템은

우리 뇌에서 에너지 절약의 일등 공신입니다.

 

 

무의식은

빠르고 에너지 소모가 적습니다.

그에 비해 의식은

느리고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습니다.

 

우리 뇌를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의식이 필요 없는 신경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뉴런들이 수행하는 전체 기능에서

의식은 아주 작은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무의식이 그렇게 효율적이라면

진화적으로 무의식을 더 많이 발전시키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무의식만큼 의식의 지배도 많이 받습니다.

과연 의식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혹은 의식이 왜 필요하게 되었을까요?

 

타석에 선 야구 선수들은 투수가 던지는 공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속도 계산이나 궤적 분석 같은 것을 하지 않고도

배트의 중심에 정확히 맞추어 냅니다.

타자들의 스윙은

차선 바꾸기와 마찬가지로

암묵 기억의 활약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의 훈련은 의식이 담당합니다.

무게 중심을 앞으로, 베트는 더 낮게

코치가 이렇게 말하면

어린 선수들은 의식적으로 그 말을 따르면서 스윙을 합니다.

그렇게 수천 번 스윙 연습을 반복하면

뇌 속에 수많은 시냅스 연결망이 미세하게 조정되면서

반복적인 스윙 동작을 정확히 예측하는 수준에 도달합니다.

운동 예측이 완벽하게 다듬어지면

그때부터 스윙 동작은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뇌는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식은 또 언제 작동할까요?

우리의 의식이 언제 작동하는지 생각해 보면

실제 사건과 우리의 예측이 어긋날 때입니다.

 

자기 집 방문을 열고 들어갈 때

우리는 문고리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도

문고리를 정확히 잡고 돌릴 수 있습니다.

 

방문을 여는 오랜 동작이 몸에 밴 덕분에

우리의 암묵 기억은 문고리의 위치와 잡고 돌려야 할

적당한 힘을 정확히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고리가 떨어져 있거나 잠겨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암묵 기억의 예측에서 어긋난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우리는 그제서야 문고리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의식이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 방법을 개발하고

근육에 새로운 지시를 내립니다.

 

타자의 의식이 다시 등장하는 때도

암묵 기억의 예측에 따라 스윙을 했는데

공을 맞추지 못했을 때입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의식의 존재 이유는 유연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특정한 작업들을 아주 잘 수행합니다.

다람쥐는 솔방울에서 씨앗을 기가 막히게 파냅니다.

그러나 새로운 작업을 빠르고 역동적으로 개발해 내지는 못합니다.

 

그에 비해 인간은 의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그에 맞게 신경 회로를 유연하게 조정해 냅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인간은 언어를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고, 우주선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물들에게도 의식이 있을까요?

거울 속에 자신을 알아보거나

새로운 과제에 빠르게 대응하거나 하는 유연한 의식 말입니다.

 

현대 과학은 아직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동물의 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의식이란

100% 있거나 없는 게 아닙니다.

의식은 동물의 지적 능력에 따라

다른 수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은 기업에 연봉 300만 달러짜리 비싼 CEO가 필요 없듯이

지적 능력이 낮은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의식은 필요 없을 겁니다.”

 

이글먼의 주장대로라면

동물과 인간의 의식은

서로 다른 종류의 의식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물과 인간은

각자 다른 종류의 의식에 따라

서로를 인지하고 공감하고

때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오늘 이야기는 데이비드 이글만의 책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이글먼은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에서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의식보다

주로 무의식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의식을 지닌 나는

뇌에서 벌어지는 일 가운데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합니다.

 

놀랍게도 의식을 지닌 나는

무의식의 나에게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내면에서는 이성과 충동이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글먼은

무의식이 우리를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게끔 하는지를

많은 사례를 들어서 보여줍니다.

 

이처럼 인간의 모든 생각, 마음, 행위가 무의식의 작동이라면

의식을 지닌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갈릴레이의 발견으로

인간은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격하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세기 동안

뇌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 우리 자신의 중심에서도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인간 중심주의에서 점점 벗어날 때마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은 깊어졌겠지만

지식은 풍요로워졌습니다.

 

지난 400년 동안, 인간 중심주의를 잃은 대신

우리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얻었습니다.

의식을 지닌 나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우리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 내면의 경이로움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의 차이만큼

우리와 우리 자신의 차이도 크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무의식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입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