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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이, 운석의 정체를 알아내기까지 걸린 시간 200년

Buddhastudy 2025. 2. 24. 19:51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맑은 하늘을

인내심을 가지고 응시하다 보면

하늘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유성 혹은 별똥별이라 불리는 이 빛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순간부터

줄곧 경험해 온 현상 중 하나였습니다.

 

유성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동안, 사람들은 소원을 빌었습니다.

 

 

유성은 보통 초속 20~70킬로미터로 날기 때문에

불과 30초 만에 한반도를 남북 방향으로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빠른 속력으로 나는 유성은

보통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가루들이

대기권을 빠르게 지나면서 불타는 현상입니다.

혜성의 돌가루가 모여 있는 공간을 지구가 관통할 때면

유성들이 1분에 하나 정도로 쏟아지는 유성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성과 그보다 조금 더 밝은 불빛인 화구는

혜성의 돌가루뿐 아니라

우주 다른 곳에서 날아온 암석들이기도 합니다.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 역시

대부분 완두콩만한 크기라서

대기권을 지나는 동안 다 타서 없어집니다.

그러나 크기가 큰 극소수는 살아남아 지표면에 떨어집니다.

 

이 여행에서 살아남은 암석을

운석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운석의 정체를 궁금해했습니다.

도대체 하늘에서 왜 돌덩어리가 떨어지는지

그 돌덩어리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최근에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소행성과 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 오늘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이

그 정체를 알아내기까지의 역사를 한번 추적해 보겠습니다.

 

고대인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신성시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는 하늘에서 온 철을 뜻하는 상형문자가 있었고

남미의 한 원주민 부족에는

하늘에서 태양신이 나타나 땅으로 떨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아마 고대인들은 하늘에서 암석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은 중세시대에 들어 단절되었습니다.

유성과 화구를 운석하고 연관지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여 년 전입니다.

 

1751년 어느 여름날 저녁

크로아티아 북부의 하늘에 아주 밝은 섬광 2개가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폭발음을 내며 하늘을 가로지른 섬광들은 곧이어 땅에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지점에는 불에 그을린 암석 2개가 땅속 깊이 처박혀 있었습니다.

목격자들은 하늘에서 암석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건을 믿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하늘은 완전 무결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신의 영역인 천상의 세계에서 암석 덩어리 같은 게

난데없이 나타날 리 없었습니다.

 

아이작 뉴턴도 우주 공간은 텅 비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주는 행성과 위성,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혜성 외에는

암석이나 작은 물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유성은 번개와 마찬가지로

그저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빛의 현상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그 당시의 보편적인 개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

그 보편적인 개념에 반하는 과학적 주장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독일의 과학자 에른스트 클라드니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여러 대륙에서 목격된 하늘의 불덩어리들을 조사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들은 대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고의 물체가 아주 빠른 속도로 대기권으로 들어와

떨어지면서 생긴 것이다.

고체 물질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나르려면

대기보다 훨씬 위에 있는 외부 우주에서 날아와야 한다.

운석은 지구의 물체가 아니다.”

 

하늘의 불덩어리들은 사실

고체의 물체이며, 그 기원은 우주라는 주장은

당시로서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과학계는 클라드니의 주장을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설령 하늘에서 돌덩어리가 떨어질 수 있다 해도

그게 우주에서 왔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운석은 아마 화산 폭발의 잔해이거나

대기에서 만들어진 어떤 것이었을 겁니다.

 

클라드니의 논문이 발표되고 바로 다음 해

이번에는 보편적인 견해를 흔들 만한, 운석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179512, 영국 요크셔주 월드 코티지 농장에 떨어진 운석은

곧바로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농장의 소유주가 마침 에드워드 토펌이라는 언론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특종을 물은 토폼은

하늘에서 떨어진 돌덩이 사건을 전국 뉴스로 내보냈습니다.

월드 코티지 운석은 순식간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타가 된 운석은 런던으로 보내져 전시회까지 열렸습니다.

운석 전시회는 과학계의 관심을 확실히 끌었습니다.

 

영국의 화학자 에드워드 하워드는

월드 코티지 운석과 다른 운석들 표본을 입수해 정밀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운석에서 놀랍게도 많은 양의 니켈이 검출되었습니다.

지구의 암석은 니켈을 다량으로 포함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운석은 정말로 우주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워드의 분석 결과는

클라드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물리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과학계는 천천히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유성은 대기 현상이 아니라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이며

이 암석들은 가끔 지표면까지 도달한다는 개념입니다.

 

19세기 중엽이 되자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클라드니의 가설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큰 의문이 하나 남았습니다.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왔다면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 걸까?

 

천문학에서 거리를 표시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단위 중에는 천문 단위가 있습니다.

1천문 단위, 혹은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말합니다.

수성은 태양에서 0.4AU 거리에서 태양 주위를 돕니다.

금성은 0.7AU, 지구는 1AU, 화성은 1.5AU에서 태양 주위를 돕니다.

그런데 그다음 행성인 목성은 아주 뚝 떨어져 5.2AU에 있습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이토록 큰 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수백 년 동안 천문학계의 미스테리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화성과 목성 사이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잃어버린 행성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180111일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는

별들의 지도를 작성하는 일을 하던 중에

이상한 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별의 위치가 매일매일 바뀌길래

처음에는 혜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혜성 치고는 주변에 혜성 특유의 흐릿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궤도 역시 혜성과 달랐습니다.

혜성은 길쭉한 타원 궤도를 그리는 데 비해

이 천체의 궤도는 거의 원에 가까웠습니다.

그것은 행성의 궤도와 비슷했습니다.

게다가 그 궤도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었습니다.

 

피아치는 성도를 그리다가 우연히 잃어버린 행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새로 발견된 태양계 행성에는 케레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케레스가 발견되고 1년 뒤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케레스의 공전궤도에서 또 하나의 행성이 발견된 것입니다.

새로 발견된 행성은 팔라스로 명명되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팔라스와 케레스가

거의 같은 공전 궤도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태양계 행성들은

모두 자신이 지나가는 궤도에서 지배적인 천체였기 때문입니다.

 

팔라스를 발견한 올베르스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케레스와 팔라스는 원래 하나였던 행성이었는데

혜성과 충돌하거나 내부 폭발로 인해 둘로 쪼개어졌다.

그렇다면 아마 다른 파편들도 발견될 것이다.

올베르스의 예측은 몇 년 안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1805년에 주노가 발견되고

1807년에는 베스타가 발견되었습니다.

1845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33개의 행성이 발견되었고

다시 10년 뒤에는 48개가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모든 천체가 행성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행성이 아닌 소행성으로 불렀습니다.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우주 공간에

넓은 띠 모양으로 분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잃어버린 행성은

하나의 전체가 아닌

수많은 암석 조각들로 이루어진 소행성대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소행성이 발견되면서

이 소행성들이 바로 운석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소행성들이 충분히 많다면

목성과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소행성들이 지구로 튕겨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력 상호 작용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행성의 공전 속도가

목성의 공전 속도보다 2배 빠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목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소행성은 두 바퀴를 돌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2:1 궤도 공명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소행성이 두 바퀴 돌 때마다

목성과 소행성은 일직선으로 정렬됩니다.

이때 목성의 거대한 중력이 소행성을 살짝 끌어당겨

소행성의 궤도를 약간 타원으로 비틀어 놓습니다.

이런 현상이 수십만 번 반복되고 나면

소행성은 중력작용이 더 안정적인 장소로 이동하게 됩니다.

 

궤도 공명 위치에 놓인 소행성이

자기 자리에서 쫓겨나는 셈입니다.

이런 현상은 3:1이나 5:2, 7:3 같은 궤도 곡명 위치에서도 일어납니다.

 

소행성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텅 빈 간극이 생깁니다.

쫓겨나는 소행성 중 일부는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수많은 파편을 남기기도 합니다.

혹은 소행성대에서 완전히 이탈해

태양을 향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태양으로 향하는 소행성이 마침 지구를 지나가게 된다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구로 향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운석이 소행성대에서 날아온 그런 파편일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운석의 소행성 기원설은 유력한 가설이 되었습니다.

남은 건 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운석의 출발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날아오는 운석을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입니다.

운석의 궤적을 연속으로 촬영하면

그 속도와 궤도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처음으로 머리 위로 지나가는 화구가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계산 결과 화구는

일단 태양계 바깥이 아닌 태양계 안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더 정확한 출발점을 알기 위해선 동시 촬영이 필요했습니다.

2대 이상의 카메라로 촬영하면 삼각법으로

화구의 진행 궤적과 역궤적까지 아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 촬영은 1959년에 들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남쪽 관측 기지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화구를 동시에 포착했습니다.

화구의 출발지는 소행성대 외곽이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 설치된 카메라가

하늘을 관측하면서 허구의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모든 결과가 하나같이 소행성 때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클라디니의 주장이 나온 지 200여 년 만에

음속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지구의 땅에 떨어지는 대부분의 운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날아온 암석이었습니다.

 

운석은 적도 부근 지역에 조금 더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대체로 지표면 전체에 골고루 떨어집니다.

대다수의 운석은 바다로 떨어져 심연 속에 영원히 가라앉습니다.

운이 좋아 마른 땅에 떨어지더라도

대부분은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지구인에게 발견되는 운석은 극히 일부입니다.

 

떨어지고 한참 뒤에 발견된 운석을 발견운석이라 하고

떨어지자마자 발견한 운석을 낙하운석이라 합니다.

낙하 운석은 아주 귀하며 가치가 높습니다.

 

진공 상태를 떠도는 우주의 암석은

태양계 생성 당시의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싱싱한 낙하운적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몇 배나 값이 비쌀 때가 많습니다.

낙하운석이 우리 집 뒷마당에 떨어진다면

말 그대로 하늘에서 금덩어리가 떨어지는 셈입니다.

운석은 우리가 태양계 식구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운석이 지구에 날아오는 이유는

서로 같은 우주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역시 다른 태양계 천체들처럼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구도 근처 다른 천체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공간을 공유하고 중력을 주고받기 때문에

운석이 우리에게 날아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소원을 비는 불빛의 형태로 찾아오지만

가끔은 땅에 떨어져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그리 아주 가끔은 더 큰 덩어리로 찾아와 지구 역사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며

운석은 그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