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년, 동탁의 만행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각 지역의 주 목과 자사, 태수들은
서로 긴밀히 연락해 동맹을 맺으며 반동탁연합군을 형성했는데
연합군은 하북 지역에서는 원소를 중심으로 사예주 하내군에 주둔했고
중원 지역에는 장막 장초 형제와 유대, 교모, 조조 등이
진류군에서 장홍을 중심으로 회맹을 맺었으며
형초 지역에서는 원술을 중심으로 노양군에 주둔했습니다.
반동탁연합군, 즉 전체 반란군의 맹주로는
대부분 발해태수 원소를 추대했는데
제북상 포신은 평소 원소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떠올리며
반동탁 연합군의 총대장은 원소가 아닌 조조가 적임자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얼마 전 동탁에게서 도망쳐 나와
이렇다 할 군세나, 공식적인 지위가 없었기에 나설 수 없었고
조조는 포신의 호의에 친근하게 대우했습니다.
맹주로 추대된 원소는 자신의 병력과
왕광의 군대는 하내에 배치시켰으며
기주 목 한복에게는 업성에서 식량 등의 군수물자를 맡겼으며
조조에게는 다른 군웅들로부터 직함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끔 분무장군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한편, 동탁을 몰아내고자 하는 뜻으로 모인 반동탁연합군 이었지만
젊은 원소나 조조, 장홍 등을 제외하고는
기성세대의 관리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는데
그중에서도 기주 목 한복은 처음부터 이 반란에 대해
그리 탐탁지만은 않아, 어떤 노선을 취해야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복은 교모가 위조한 헌제의 칙서가 도착했을 때도
동탁 편에 붙을지, 연합군에 붙을지 고민하던 차에
부하인 유자혜로부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행동에 면박을 받았으며
그 후, 유자혜의 조언으로 명분은 정의로운 편에 서되
우선은 군대를 먼저 내세우지 말고, 다른 자사나 태후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 눈치껏 행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복은 기주 내의 발해 태수로 있는 원소에게
먼저 기병하도록 권유하였는데, 이에 원소는
자신이야말로 총대장 자리에 어울리는 명문 가문이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반동탁연합군 맹주 자리에서 전체 연합군을 이끌었습니다.
한복은 이러한 원소의 적극성으로 인해
실제로 높은 관직의 사람들이 원소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자
질투와 시기에 사로잡혀, 원소를 의심하였고
매번, 군량 보급량을 부족하게 공급하면서
원소가 이끄는 반동탁 연합군의 사기가 꺾이기를 바랬습니다.
동탁의 집권 초기, 오래된 환관들의 폐정을 바로 잡고자
동탁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한 주비와 오경은 신임을 얻으며
주변 사람들의 명사들을 발탁하여 추천하였습니다.
하지만, 황제까지 갈아치우며 한조를 대체하려는
동탁의 야욕이 점점 드러나자
주비와 오경은 동탁을 축출하기 위한 음모를 진행하였고
신임을 반대로 이용하여, 반동탁연합군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인사들을 주변 지역의 자사와 태수로 임용시켰습니다.
그 중, 유비나 유언, 유표와 같이
황실 가문 출신의 유대는 연주자사로 임명되었는데,
유대 역시 원소와 힘을 모아 반란군에 가담하였습니다.
유대는 하북에 있는 원소와 공손찬과 사이가 매우 좋았던 사이로
한복이 원소에게 제대로 갖추지 않은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걸 보자
격분하여 한복에게 위협적인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편지에는
“지금 모든 이들이 천하의 역적인
동탁을 토벌하고자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그대는 강성한 군대로도 아군에 훼방을 놓고 있으니
이 또한, 역적과 다를 바가 없기에
동탁을 죽인 후에는 반드시 그쪽을 토벌하겠소”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복은 유대의 감정 섞인 편지뿐만 아니라
조조와 장막 등 주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자
이 책임을 부하인 유자혜에게 돌렸습니다.
자신이 여지껏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은
유자혜의 이야기를 따른 것 뿐이라면서
모든 죄를 유자혜에게 덮어씌우며 처형하려 했는데
한복의 또 다른 부하 중 한 명인 경무가 그 자리에 엎드려서
제발 유자혜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면서
유자혜를 죽일 것이라면, 자신도 함께 죽여달라고 청했습니다.
한복은 경무를 포함한 여러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아량 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둘 다 살려주었지만
유자혜에게 죄수복을 입혀 관부의 문을 청소하는 일을 시켰습니다.
이 외에도 반동탁 연합군에는 예주자사 공주와 왕광, 교모 등이 있었는데
공주는 말재주가 뛰어나 청담고론에 능하여
마른 나무에도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왕광은 의협심으로 명망이 높고
자신의 재산을 가벼이 여겨, 남을 돕는 데 힘썼다고 합니다.
하진이 집권할 무렵의 왕광은 대장군부의 부관이었으며
십상시의 난으로 하진이 살해당했을 때
원소와 합류해 환관들을 죽인 전적이 있고
189년 동탁이 권력을 잡자, 고향으로 낙향해 있었던 왕광은
하내 태수로 임명되었지만, 이듬해 반동탁연합군에 가담했습니다.
교모는 교현의 집안 조카로 유대에 앞서 연주 자사를 지냈으며
그가 자사로 있을 때 백성들에게 은혜를 깊이 베풀어
칭송을 받기도 하며, 학문에도 열심히 하는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각 지역의 여러 인사들은 동탁을 타도하고
조정을 바로잡기 위해 뜻을 함께 모으고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동탁을 향한 반발이 일어났을 때
동탁이 제일 먼저 취한 행동은
이유를 시켜 홍농왕 유변에게 사약을 먹인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으로부터 동탁 정부를 지지하는 군대를
대대적으로 징발하여, 연합군을 토벌하고자 준비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동탁의 발 빠른 대처에 신하들은
감히 아무도 동탁에게 반대할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상서이자 유학자인 정태가 홀로 나서서 동탁의 뜻을 말렸습니다.
정태는 본래 주비와 오경이 주도한 반동탁 모의에 참가한 자로
동탁이 대규모 군대를 모으게 된다면
더욱 그 흉폭함이 증대하여 막을 길이 없다 생각해
동탁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덕으로 하는 것이지 강성한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유교적인 주장을 꺼냈습니다.
그러자, 불쾌한 표정을 지은 동탁은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이상만을 추구하는 정태의 말은 헛소리라며
그럼 병사는 왜 존재하냐고 반문하니
이때, 정태가 10가지 이유를 꺼내 들어 동탁을 설득했는데
그 내용은 동탁을 두둔해 주면서도
논리적인 다음 내용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첫째, 한나라의 전쟁은
광무제 이후로 크게 터진 적이 없기 때문에
반란군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하며
-둘째, 명공(동탁)께서는 변방에서 젊어서부터 많은 전투를 경험해 왔지만
반란군의 총대장인 원소는 가문만 번지르르 할 뿐입니다.
-셋째, 연합군들의 개인 면면을 보더라도 특출난 자가 없기에
싸움에 잔뼈가 굵은 장수들만 잘 운용하여도 토벌이 가능하고
-넷째, 숫자만 많은 반란군은 위아래 질서가 없기에
각자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니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다섯째, 명공이 오래전부터 이끈 병사들은
변방의 오랑캐들과 지속적으로 싸워왔기 때문에 강건하며
-여섯째, 예로부터 한나라의 사람들이 두려워한 부족들은
흉노나 서쪽의 양주를 비롯한 8개 부족인데
명공께서는 이들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입니다.
-일곱째, 명공의 장수들은 함께 해온 세월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모두 마음으로 심복하고 있으며 은혜와 신뢰가 두터우며
-여덟 번째, 명공께서 나라를 평정하고 환관을 토벌하였는데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반란군의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홉째, 예전 춘추전국 시대 때 그 많은 강성한 나라가 망했던 것도
조정의 어진 중신들이 반란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열 번째, 반란 세력이 그리 큰일도 아닌데 병사들을 징발하는 것은
백성들에 대해 위엄과 무게를 가벼이 하는 행동입니다.”
동탁은 정태가 자신에게 반대할 것이라 짐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자신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며 두둔해 주자 감격해하면서
정태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반란군 대항의 총책임자로 두려고 했습니다.
정태는 10가지 이유를 들며, 군대를 지휘하면서
실은 반동탁연합군들과 합세하여
금세 동탁 정권을 뒤집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정태의 계획을 꿰뚫고 있었던 가후가
동탁에게 찾아가
자신의 정보통에 의하면
정태는 연합군과 내통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우환거리를 만들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자를 임명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가후의 말에 다시 한번 생각해본 동탁은
정태의 총사령관 임명을 취소하며, 군사를 몰수하였고
의랑 관직을 주며, 그저 조정에 묶어두기만 하였습니다.
오늘은 삼국지 39번째 시간으로
반동탁 연합군 내부에서도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한복과
동탁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정태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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