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회식을 너무 좋아하시는 저희 회사 강부장님
왜 그러시는 거죠?
집에 가기 싫어서 그럴 거야.
하하하하하
집에 가면 홀대받잖아.
그런데 회식 같은데 가면 대우받잖아.
허전하니까.
지위가 높아갈수록 허전해요.
지위가 높아갈수록 좋을 것 같지? 안 그래~
지위가 높을수록 외롭다고.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혼이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야 되는 그런 상황이고 애기도 생각나고.
그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위치가 돼서 집안일은 걱정 안 대도 되는 입장이니까
1. 늦게 들어가도 되고
2. 여유로운 위치에 있고
3. 대접도 받을 수 있고
4. 외롭고
그런 여러 가지들이 겹쳐서 그런 게 아닌가.
아랫사람들을 부려먹고 마음대로 너네들 앞에서 왕 노릇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짠한 거야.
우리 때는 그게 법이야.
어른이 가기 전엔 안 가는 거야.
특히 방송국에.
PD가 잔을 내려놓을 때까지는 집에 못 가.
나는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였지. 난 술을 못 먹으니까.
난 가버렸어. 지금 젊은이하고 같아.
“저 높은 술 안 먹는 놈이야.” 이렇게 낙인찍히길 바랬지.
그런데 옛날에는 낙인찍히면 방송을 할 수가 없었어.
스타가 된 뒤에도 그랬지만.
그러니까 짠돌이라는 소리를 들은 거지.
씹는 거야. 나 간 뒤에. 씹겠지 뭐.
그런데 스타들의 특징이 씹는 놈들이 많다는 거야. 하하하하.
끝까지 PD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겁나는 거야. 잘릴까 봐.
화장실을 못 갔다니까 그때는! 씹을까봐
화장실을 못 가는 거야. 그런 말이 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젊은 직장인들이 그런 말이라도 하잖아.
옛날에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한시 두시고 그 자리에서 제일 높은 양반이 가기 전엔 못 가는 거야.
미쳐버리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소위 부장이나 이사들은 또 어떤 불만이 있는 줄 알아?
“옛날에는 말이야! 높은 양반이 있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예!예! 해야 되는데 요즘 것들은 그냥 가잖아.” 이래요.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불만이 많고, 나이 든 사람은 나이 든 사람대로 불만이 많고
내가 그때 얘기했잖아.
항상 과거로 산다고. 나이 좀 든 사람은.
과거의 입장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거야.
‘내가 신입사원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거지.
지금 신입 사원들은 저러겠다. 이렇게 이해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신입사원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이러고 보는 거야.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아빠 나 요즘 힘들어 죽겠어.”
“야, 이 자식아, 우리 어렸을 때, 우리 군대 시절에는 빠따를 매일 맞지 않으면 잠이 안 왔네. 호강에 초 치는 소리 하고 있네.”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거야.
지금 아이들은 어려워요.
지금 애들 군대 생활하기 힘들다고.
부모의 경험을 가지고 자식을 바라보는 거야.
그러니까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찝찝한 거야.
어른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가니까.
어른들이, 예를 들면 부장님이나 이사들이
“부장님은 우리를 이해해 주시는 오픈 마인드야”
아마 저 양반도 지금 별로 표정 보면 다 알아.
일찍 집에 가는 것에 있어서 별로 좋이 않으신데, 그걸 알고 가니까 회식자리가 불편하지.
또 나이 드신 부장이나 이사들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자식 말이야.
“그래, 가. 요즘 것들은 그래 가.”
그래놓고 자기들끼리 “요즘 것들은 말이야!” 이러고 있는 거야. 자기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그러니 문제가 많은 거지.
해답은 뭐냐?
다름을 인정해야 되는 거야.
옳고 그르다가 아니고,
기성세대들이 잘못했다. 젊은이들이 옳다.
젊은이들이 그르다. 기성세대들이 잘못했다가 아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부장님이나 이사들은
“그래, 나도 참으면서 회식에 갔었지. 내가 부장님하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아, 저 양반들은 저런 어려움 속에서 자라왔는데도 우리를 이렇게 보내주시구나.”
고맙게 생각하고
그랬을 때 사회가 좀 더 부드럽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좋은 질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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