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에서 우리는 보통 ‘생각’이라는 말로 느슨하게 부르는 것이 실은 ‘생각-과정’이며,
그것은 17단계 혹은 17심찰나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았다.
이번 장에서는 보통때 생각-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그 다음의 두 장에서는 죽을 때의 생각-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태어날 때는 생각-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각각 설명할 것이다.
이제 정상시 하나의 생각-과정이 어떻게 17단계 혹은 17심찰나들을 통하여 진행되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주석서의 설명대로 추적하여 보자.
정상적인 경우 그들이 일어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정상적 생각-과정의 순서
1. 과거의 무의식
2. 무의식의 동요
3. 무의식의 중단
4. 다섯감각의 문을 향함
5. 다섯갈래의 의식
6. 받아들임
7. 조사
8. 결정
9~15. 생각-촉진
16, 17. 경험의 등록
그럼 17단계의 정상적 생각-과정의 순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각 단계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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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심찰나 : 과거의 무의식
우리는 의식단계의 과정이 가동하기 직전 단계부터 추적해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의식단계의 마음이 정지 중에 있어 무의식단계의 마음의 흐름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흐르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한 상태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있어
바깥 대상이나 자극에 마음이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 존재한다.
이 단계는 추적 조사를 시작하기 위해 첫 단계로 간주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아직 과정이 시작되지는 않은 단계이다.
이 첫 번째 단계는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의식단계의 한 생각이 가라앉고
다음 것이 일어나기 전의 그 짧은 시간 간격 동안에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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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심찰나 : 무의식의 동요
이제 외부의 물체나 자극이 잠자고 있는 사람에게 모양이나 소리, 그 밖의 감각인상
즉 오관의 하나를 끌어당기는 어떤 종류의 자극으로 받아들여진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무의식단계 마음의 흐름은 방해를 받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의 심찰나 혹은 단계이다.
이런 현상 역시 깨어있는 상태에서 하나의 의식단계의 마음이 가라앉고
다음 것이 일어나기 전에도 일어난다.
그때 마음은 매우 짧은 사이지만 무의식상태에 있다.
무의식의 흐름은 이제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때의 동요는 한 심찰나 동안 지속된 다음 가라앉는다.
이 상태를 쉐 잔 아웅은 철학개요 서문에서
회전속도가 떨어져 막 넘어지려는 순간의 팽이의 흔들림에 비교하였다.
이것은 자극이나 (감각)대상이 무의식의 흐름을 막아서 그 주의를 의식단계의 마음 쪽으로 돌리도록 강요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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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심찰나 : 무의식의 중단
이것은 무의식단계의 마음의 흐름이 저지당하거나 끊기는 단계이다.
그 결과 의식단계의 마음이 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그 자극물이나 감각대상은 인식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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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심찰나 : 다섯 감각의 문을 향함
이 단계는 무의식단계의 흐름을 저지한 대상을 의식단계의 마음이 인식하기 시작한 첫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안·이·비·설·신 다섯 감각의 문 중 어느 쪽으로 자극이 들어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리번거리기 때문에 ‘빤짜드와라 아왓자나’라 불린다
‘빤짜드와라’는 다섯 개의 문을 의미하며 ‘아왓자나’는 향해 돌아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봄, 들음, 냄새 맡음, 맛봄, 접촉의 다섯 감각통로 중
어느 하나를 통해 오는 자극이나 대상 쪽으로 주의를 돌리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잠을 자던 사람이 방금 깨어났기 때문에
그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 쪽으로 향하지만 그것에 대해 더 알지는 못한다.
이 상황은 때때로 거미줄이 흔들렸을 때
줄을 흔든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행동을 취하는 거미의 움직임에 견주어진다.
의식단계의 마음의 활동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평온하게 흐르고 있는 무의식단계는
거미줄 한복판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거미의 조용한 모습에 비교된다.
곤충이 거미집에 들어와 어느 한 줄에 얽히면 거미집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거미는 어느 줄에 무엇이 얽혀있는지 보려고 몸을 돌린다.
이러한 것이 정확히 다섯 감각의 문을 향하는 심찰나의 기능이다.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은
자극이 다섯 가지 감각의 문 중 어느 것을 통하여 들어왔는지 알아보려 한다.
모양인가 소리인가 아니면 다른 감각 인상인가? 그는 계속 두리번거린다.
그것은 아직 무언가를 낌새채는 정도이다.
만약 자극이 다섯 가지 감각 기능을 통해 야기된 것이 아니고
생각을 통하여 내적으로 발생된 것이라면 이 단계는 ‘뜻의 문을 향함’이라 한다.
이것은 다섯 가지 감각의 문에 포함되지 않는 색다른 과정이다.
이 생각-과정의 진행에서는 다섯 번째에서 여덟 번째까지의 심찰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기술하고 있는 생각-과정과는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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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심찰나 : 다섯 갈래의 의식
이제는 자극에 의해 생겨난 감각인상과 부응하는 종류의 의식이 나타나는 단계이다.
만약 자극이 모양에 의한 것이면 안식이 작용한다.
만약 그것이 소리에 의한 것이면 이식이 작용한다.
이런 식으로 각 감각기관 나름대로 특정 감각 의식이 있어
그 감각 의식들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자극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어느 감각 문에 나타났는가를 알아차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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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심찰나 : 받아들임
이것은 자극으로 인해 야기된 감각인상이 제대로 받아들여졌을 때 일어나는 심찰나이다.
감각된 것이 이제 받아들여진다.
일곱 번째 심찰나 : 조사
받아들이는 기능에 뒤이어 조사하는 기능이 일어난다.
이 생각-과정은 감각인상을 발생시킨 자극이나 대상을 조사하고 분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받아들여진 것이 조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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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심찰나 : 결정
이것은 감각인상을 일으킨 자극에 관하여 결정이 내려지는 심찰나이다.
조사된 것이 결정되거나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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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에서 열다섯번째까지의 심찰나: 생각-촉진
이제 일곱 심찰나 동안 자와나, 통각 혹은 촉진이라고 불리는 단계가 이어지는데
심리적으로 중요한 단계이다.
그것은 내적 통찰의 단계이며 그 뒤를 이어 행위가 일어난다.
이 심찰나의 심리적 중요성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자와나란 말은 달리다, 몰아가다, 혹은 자극하다를 의미하는 빠알리어 ‘자와띠’에서 파생된 말이다.
따라서 이들 식의 상태는 앞의 상태와 달리, 심찰나가 길게 지속되는데
그 주요 기능 중의 하나가 촉진하는 기능이다.
이 촉진력은 의식단계 마음의 진행이 절정에 달했을 때 뿜어 나온다.
이 단계가 인식이 최고조에 이른 때이므로
사람은 비로소 대상이나 자극을 모든 연관관계 속에서 충분히 의식하게 된다.
업이 선 혹은 악을 짓기 시작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인데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에서 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다른 모든 의식단계의 순간들은 반사반응과 같다.
일어나야 되기에 일어나는 것이다.
자와나 만이 사람이 나름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이다.
이 중대한 심찰나에는 선택의 요소가 존재하며
이 요소가 어떤 성질의 의지를 발휘하는가에 따라 사람의 장래가 좌우된다.
만일 마음에 들어온 감각대상이 탐욕이나 미혹이라는 때로 더럽혀지지 않고 올바르게 사념된다면 조화로운 결과가 따를 것이다.
만일 그릇되게 사념된다면 조화롭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 같은 맥락의 ‘자와나’는 번역하기 힘든 단어임에 틀림없다.
리스 데이비스 교수는 빠알리어 사전에서, 의식 단계마음의 활동 과정 중 열두 번째 단계로서의 자와나는 ‘나아감'이되,
빨리 달린다는 뜻이 아니라 지적인 움직임이라는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충분한 지각 혹은 통각의 단계인 것이다.
리스 데이비스 여사는 자와나에 관해,
신경조직 내 중추기능이 원심성 신경활동을 시작하거나 신경섬유를 분포하려고 할 때
신경돌기 내에서 나타나는 정신적 국면 혹은 그에 유사한 국면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신경분포란 생명유지와 체내 여러 기관들의 기능을 위해 필요한 신경작용을 말한 것이므로
이 같은 비유가 부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리스 데이비스 여사는 이 단어 번역에 여러 시간을 할애한 다음에도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자신은 원어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쉐 잔 아웅은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철학개요서문에서
자와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제 온전한 인지의 통각단계가 나타난다.
앞에까지의 행위에 의해 결정되었거나 두루 통합된 대상이 통각되는
즉 적절하게 인지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통상 일곱 심찰나가 걸리든가 아니면 전혀 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종 순간이나 마취, 환각, 기타 다른 특별한 경우에는 일곱 이내의 심찰나가 진행된다.
이 통각단계에서 주체는 감각인상을 해석하고 이 경험의 객관적 의미를 속속들이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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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및 열일곱 번째 심찰나 : 경험의 등록
이들은 앞의 생각-촉진 심찰나들의 결과로 생기는 찰나들로
두 심찰나 동안 지속한다.
이들 찰나의 유일한 기능은
생각-촉진 심찰나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상을 등록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식단계의 과정을 구성하는 데 없으면 안 되는 부분은 아니고
단지 사라져버리는 경험의 회상일 뿐이다.
만약 감각인상이 강하지 않다면 이 심찰나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따달람바나’는 ‘그 대상’이라는 뜻의 ‘따다람마나’에서 나온 말이다.
앞의 생각-촉진과 같은 대상을 취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으며
청정도론에서는 배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때
잠시 배 뒤를 따라 돌아치는 물의 흐름에 비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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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심찰나에 대한 개괄
언뜻 생각하면 길게 느껴지는 이들 17심찰나들은
무한히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단 하나의 생각과정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의 진전은 자극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만약 강도가 아주 클 때는 전 과정이 모두 일어난다.
강도가 보통 큰 정도면 열여섯번째와 열일곱번째의 등록 순간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강도가 작거나 아주 작으면 과정은 기능적으로만 작용할 뿐 온전하게 인지되지 않는 상태에 머문다.
유명한 ‘떨어지는 망고’의 비유
이들 17단계의 심찰나를 옛 주석가들은
잠자던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망고 때문에 잠이 깨서 그것을 먹고 다시 잠들 때까지 일어나는 17단계에 비유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망고나무 밑에서 머리를 덮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하자.
문득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자 익은 망고가 그의 옆에 떨어지게 된다.
잠자던 사람이 그 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난다.
그러고는 떨어진 망고를 발견한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고 검사한다.
그것이 먹음직스러운 과일임을 알게 되자
그것을 먹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삼킨 후, 머리를 덮고는 다시 잠이 든다.
이 사람의 수면상태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흐르는 무의식단계의 마음의 흐름을 나타낸다.
바람이 나무에 와서 부딪치는 것은 첫 번째 심찰나 ‘과거 무의식’을 나타낸다.
잠자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계속 잠을 잔다.
무의식단계도 이와 같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두 번째 심찰나인 ‘무의식의 동요’를 나타낸다.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
무의식도 이와 같다.
망고의 떨어짐은 세 번째 심찰나 ‘무의식의 흐름이 정지됨’을 나타낸다.
사람의 깨어남은 네 번째 심찰나인 ‘다섯 감각의 문을 통해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가 일어남’을 나타낸다.
머리 위에 덮었던 것을 벗고 망고를 보는 데 눈을 사용하는 것은
다섯 번째 심찰나 ‘안식(眼識)’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는 의식의 다섯 형태 중의 하나를 가리킨다.
과일을 집는 것은 여섯 번째 심찰나인 ‘받아들임’을 나타내며,
그것을 검사하는 것은 일곱 번째 심찰나 ‘조사’를 나타낸다.
과일이 먹음직스러운 망고임을 발견하는 것은 여덟 번째 심찰나 ‘결정’이다.
과일을 먹는 것은 일곱 심찰나 동안의 ‘통각 행위’를 나타낸다.
아홉에서 열다섯 번째까지의 일곱 심찰나 동안의 통각행위를 나타낸다.
입 안에 남은 마지막 조각을 삼키는 것은 인상의 ‘등록’ 열일곱 번째 심찰나를 나타낸다.
이 사람이 머리를 가리고 다시 잠드는 것은
무의식단계의 마음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평탄하게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