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듯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린 우리의 아이들과
저마다의 희망과 부푼 꿈을 안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올랐던 여행길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길이 되어 버린
수많은 영가들 앞에 가만히 두 손 모읍니다.
이생에 당신과의 인연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떠난 뒤에야 사무칩니다.
그토록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랬건만
대답 없는 그대들을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어두운 바닷속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마지막 순간
그곳에서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며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찰나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못다했던 말들 때문에
가슴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더 목이 메이고
슬픔이 차오릅니다.
당신들이 떠난 빈자리가
너무도 허전해서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노란리본이
온 세상에 물결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하려 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아픔이나 고통
그리고 슬픔이나 외로움이 있었다 해도
모두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받아들이십시오.
당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힘들었고
이제 고통과 아픔들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얻었던
기쁨과 지혜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슬픔과 두려움,
질병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불성의 밝고 하얀빛 속에
녹아들도록 놓아버리십시오.
같은 나라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며
당신과 인연 맺는 동안
우리의 부족했던 모든 것
부디 용서 바랍니다.
비록 이생에서 못다한 삶
못다한 꿈이 있었다 해도
당신이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삶에서는 언제나
좋은 부모,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평화롭고 안락한 국토에 태어나기를
두 번 다시는
윤회계에 돌아오지 않고
본래 고향에서 편히 안식하시기를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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