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리노이에 있는 연구소에서
단일 중성자를 이용해서
이중슬릿 간섭계 실험을 진행했고
놀랍게도 단일 중성자가
두 개의 구멍으로 동시에 통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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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고전역학은
어떤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으면
이를 통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계산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알려지게 되죠.
우리가 어떤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물체로 무언가를 던져보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빛을 던져서
그 물체를 부딪치고 나온 것을 보고
그 물체의 위치를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그 물체를 본다는 것은
눈이 있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튀어나온 광자의 정보가
우리의 눈과 상호작용을 해서 나온 정보를
시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하고
뇌가 그 정보를 재해석한 결과입니다.
이것은 시각이 아니라
오감 중에 그 어느 것을 사용하더라도 비슷한데
물체를 만져서 알 수가 있는 촉각은
전자기력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며
미각, 청각, 후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너무나도 작은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려 할 때가 문제가 됩니다.
전자는 너무나도 작아서
관측한다는 행위 자체가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바꿀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자의 위치는
특정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어도
정확한 위치를 구하는 것이 힘듭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실제로 전자의 위치는 존재하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알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으면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코펜하겐 해석이었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관측 전에 정확한 위치가 존재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뭐 지금까진 말이죠.
얼마 전 일리노이에 있는 연구소에서
단일 중성자를 이용해서
이중슬릿 간섭계 실험을 진행했고
놀랍게도 단일 중성자가
두 개의 구멍으로 동시에 통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게재된 이 연구의 놀라운 점은
기존 이중슬릿 실험과는 달리
단 1개의 단일 중성자가
2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중슬릿 실험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건
중성자 하나가 동시에 통과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우 미세한 이중슬릿을 통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한 소립자의 위치는
측정하기 전까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고
대략 어느 범위 안에 있을 것이다라는 사실만 알 수가 있는데
관측을 하는 순간
그 범위 안에 한 곳에서
소립자의 위치가 확정된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관측 전에
소립자의 위치가 확정이 되지 않는다는
양자역학의 이 설명이 맞다면
이중슬릿 간섭계를
이 중성자가 존재할 수가 있는 범위보다
미세한 간격으로 만들어서 실험을 하면
중성자는 관측 전까지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일 중성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증거를 얻을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연구팀은 하나의 중성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했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중성자의 스핀과 자기장을 사용했는데요.
어떤 구멍을 중성자가 지나느냐에 따라서
스핀의 방향이 미세하게 바뀌도록 설정이 된 실험에서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중성자 하나가 구멍 2개를 동시에 통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이중슬릿의 간격이 멀어져서
중성자가 동시에 존재할 수가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게 의미하는 것은
어떤 물체를 관측하기 전까지
그 물체의 위치는
범위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정확한 위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양자역학의 해석이 옳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이 의미하는 것도
비슷한 것 아니냐고 할 수가 있는데,
다수의 전자가 스크린에 도달한 형태를 통해서
간섭현상을 확인하는 기존의 실험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단일 중성자만으로
단 1개의 소립자가
동시에 2개의 구멍을 지나서 스크린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결국 중성자나 전자나 관측 전에는
정확한 위치를 가지는 게 아닌
모호한 데이터만 가지고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만
특정 범위 안에 있는 무작위한 위치 데이터를 가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이 우주는
이러한 중성자와 전자가 모여서 구성이 되므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관측 순간에만 정확한 위치를 가진다는 것이죠.
지구에서는 많은 물질들로 인해서
계속해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만
사실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순간 순간에만
정확한 위치로 확정이 되는 것이며,
모든 것은 애매모호한 데이터만 가진 정보 덩어리뿐일 수도 있습니다.
물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보기 때문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아직도 이 사실을 믿기 힘들며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20년 전에 했던 플러렌 이중슬릿 실험에서는
상호작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플러렌 같이 큰 분자가
파동성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을 했고,
최근에는 원자 수천 개로 이뤄진 거대한 분자에서조차
이중슬릿의 파동성이 확인이 된 상황입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나 세균까지도
상호작용을 완전하게 제어할 수가 있으면
하나의 바이러스가 이중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대 과학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아내면서 발전했는데요.
모든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뉴턴은 물체가 왜 땅으로 떨어지는지 설명하려고 했고
이를 통해서 천체의 움직임을 알아냈죠.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이 흐른다는 게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상대성 이론이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어나 하이젠베르크는
물체의 위치나 속도가
확정된 것이 아닌 측정 전까지는
확률로서 존재한다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양자역학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과연 이 우주에서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중에서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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