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

지식줌) 어떻게 EU GDP의 25%가 한 나라에서 나오게 되었을까?

Buddhastudy 2025. 1. 2. 19:54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을 보유한 독일,

EU에서 탈퇴한 영국을 포함하더라도

가장 경제력이 높은 국가라 볼 수 있죠.

 

먼저 독일은 유럽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까지 접하고 있고,

해상으로는 영국, 스웨덴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훨씬 큰 영토를 가진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경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죠.

그렇기에 외부로 나가기 쉬우니 좋은 거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독일 주변에서 내부적으로 힘을 모은 국가들의 공격을 받아

자원을 빼앗기기 쉬운 땅이 독일 지역이었습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지리를 보죠.

남쪽은 알프스산맥 근처이며

북부에는 평야가 펼쳐져 있지만

중앙에는 고원이 있습니다.

중부 고산지대는 험준하고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이라

지금도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데

과거에는 더욱 힘들었겠죠.

 

그렇기에 지리적으로 중앙이 덜 발전하였고

오히려 전통적으로 독일의 핵심 영토는

가장자리에 있었습니다.

 

또 역사적 과정을 간략히만 볼 텐데요.

중세 시대 오랜 기간 동안 독일 지역을 점령한 신성 로마 제국은

건국 초기부터 말씀드린 지리적 이유 등으로

지방의 힘이 강했고, 왕의 힘이 약했는데

결정적인 사건 하나가 일어납니다.

 

종교개혁 이후인 1600년대 초

신성로마제국은 지방의 힘이 강했기에

통일된 종교가 없었고

지방 제후국별로 국교인 가톨릭과

신교인 개신교 제후국으로 나뉘어져 있었죠.

 

아무래도 종교가 다르다 보니

구교와 신교 세력이

각각 제후국 연맹을 만들어 대립하게 되었고

강력한 가톨릭 세력인 페르디난트 2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취임한 후

보헤미안 공국은 반란을 일으키는 등

종교 세력 간 내전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주변 유럽 국가들까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일명 ‘30년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가톨릭 세력의 신성로마제국이 패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베스트팔렌 조약을 맺게 되는데

신규인 개신교를 허용하는 건 당연하고

원래도 힘이 약했던 왕가의 권위가 더 추락하며

사실상 제국들에 대한 우월권이 사라졌기에

각 지방은 더욱 독립적 세력이 된 것이죠.

 

이처럼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중앙집권화가 약했던 독일 지역이기에

외부 세력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각 지역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더욱이 산업화 이전에는

도시 간 교류가 더 어려웠기에

국가적 차원의 정책 추진이나 발전이 어려웠고

각 도시는 금융, 산업, 교육, 인프라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국가가 아닌 도시 정부가 주체가 되었죠.

 

결국 지리적으로 통합이 어려우니

주변에 통합된 국가들이 발휘하는 역량을

각 도시별 정부가 발휘해야 했는데

독일의 도시들은 지역별 발전을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여기엔 또 다른 지리적 이유가 있죠.

그것은 강이 매우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수로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엔 최고의 운송망이었죠.

라인, 엘베, 오데르, 다뉴브 등

유럽의 젖줄이 되는 여러 강들이

독일 중앙 고원을 둘러싸 전역으로 흐르고

이 강들은 주변 국가들로 이어지죠.

 

국경도 많이 마주하고 있고

강이 많다는 것은

거의 유럽 대륙 전체에서

경제적 접근성이 가장 높다는 걸 나타낸다고 볼 수 있죠.

 

독일은 유럽 내 경제 활동에 유리한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경제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일 지역의 각 도시들은

골고루 발전해 나간 것이죠.

 

그리고 1840년대에서 50년대

독일은 산업화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춘

발달된 도시가 이미 수십 개나 있었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나라가 전체적으로 산업화, 도시화가 되어 고루 발전하게 되고

산업도로와 철도가 독일 전역에 깔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과거와 달리 보다 통합된 국가인 독일 제국이

1871년 드디어 탄생하게 됩니다.

 

 

이번엔 현재와 미래에 대해 볼까요?

산업경쟁력이 높은 독일 제품은

대량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습니다.

 

딴 얘기 같지만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게 소시지와 맥주일 텐데요.

간단하게 조리가 가능하고

에너지도 보충이 되죠.

 

산업이든 음식이든

효율성, 합리성, 예리함, 정확성 등의 특징이 떠오르죠?

이렇게 넘쳐나는 좋은 물품들이 독일 내에서 모두 소비가 될까요?

당연히 안 됩니다.

 

독일인 하면 떠오르는 게 근검절약 아닌가요?

또 도시별 역량이 높은 독일 도시들은

교육, 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등을 위한 많은 유지 발전 비용이 드는데

이 때문에라도 독일인들은

소비보단 그 돈을 모아

지역 공동체 발전에 사용하자는 것이 모토였죠.

소비문화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겠죠.

 

또 일찌감치 나라 전체가 산업화에 동참한 만큼

전체적인 도시화와 출산율 감소현상도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비시장은 당연히 내부가 아닌 외부이고

과거 주요 대상은 최고의 경제적 접근성을 활용할 수 있는 유럽이었죠.

 

하물며 냉전 시기임에도

이념적으로 다른 소련과도 경제적 관계는 긴밀히 가져가며

이익을 극대화해 왔습니다.

 

1973년 독일의 기술로 독일과 소련을 잇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그 건설 대금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등

이념적으로 다른 동유럽 세력과도

무역을 적극적으로 해 온 것이죠.

 

당연히 이런 협력을

미국이나 서방은 반대했지만

독일은 적국과도 경제 협력 등으로 접점을 찾는다면

화해에 다가갈 수 있다는 동방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행해왔고

결과적으로 동쪽의 공산주의 국가에도

독일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들로 현재까지

경제 강국의 명성이 이어질 수 있었죠.

 

그런데 유럽의 시장성도

더 이상 과거 같지 않습니다.

산업화가 가장 빨리 시작된 지역인 만큼

유럽 전체 인구가 함께 감소하고 있죠.

 

또 그리스처럼 디폴트를 선언하는

유럽연합 내에 국가들도 늘고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경제력이 높은 독일 같은 국가들이

금융 지원을 해주었는데

지원의 조건이 긴축 정책이었고

이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낮추고

해당 국가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일 등 유럽연합이 요구한 긴축 정책이

유럽의 소비력 약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겠죠.

 

현재 독일의 무역 의존도는 66% 정도나 되는데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높은 수치이죠.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수출이 활발하다 보는 반면

외부 환경에는 취약하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반도체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무역 적자가 나며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미래를 위한 독일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과거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는데요.

이번엔 소련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과거 EU는 중국을 파트너이자 경쟁자, 체제 라이벌정도만으로 규정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폭제가 되어

EU가 똘똘 뭉쳤고

대중 강경론’ ‘탈중국기조가 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작년 11월 독일의 숄츠 총리는

중국에 방문하여

중국은 중요한 경제 및 무역 파트너이고

디커플링을 반대하며

중국과 경제 무역 협력을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유럽 국가들이 틱톡퇴출령을 내렸을 때도

독일만은 보류하다

올해 3월이 되어서야 퇴출령에 동참했죠.

 

이런 행동들의 중요한 이유는

독일의 7년 연속 최대 무역국이 바로 중국이며

미래 시장도 중국에 있다,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경제를 위해 가장 큰 시장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죠.

 

최고의 지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해왔고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해 온 결과가

EU 경제력 1위인

지금의 강대국 독일이라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EU나 주변 국가들이 잃는 것도 많이 있었을 것이고

독일의 동방정책이

결국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실패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답은 없기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독일과 마찬가지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도

대입해 보며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지 않을까 습니다.

 

오늘 영상이

독일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도움 되었길 바랍니다.

시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