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 지리
한때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영국
지금도 여전히 강국이지만
특히 브렉시트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어
GDP가 이젠 인도에게마저 밀려
세계 6위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급변하는 영국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지리를 중심으로 영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영국 내부 지리부터 볼까요?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국이 연합해 형성한 국가이며
수많은 섬들이 모여 만들어진 섬나라입니다.
만조 때를 기준으로 하면 수천 개의 섬이 있고
200여 개의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죠.
그리고 해안은 영국 해협, 북해, 아일랜드해, 대서양과 직접 이어집니다.
지대는 낮은 동쪽과 높은 서쪽으로 구분되는데요.
서쪽은 단단한 바위가 많고 고지대인 레이크 지역이나 캄브리아 산맥
혹은 다툼 무어 같은 황무지가 펼쳐지는 반면
동쪽은 보다 평평하고 바위들도 더 약하고 잘 부서지는 형태의
무른 지형인데요.
도버의 화이트 클리프가
이런 바위 지형의 특색을 잘 보여주죠.
영국은 꽤나 지구 북쪽 편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러시아나 캐나다의 비슷한 위도 지역보다
훨씬 따뜻하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바다가 대서양인데
저위도인 카리브해에서 시작된 멕시코 만류가
따뜻한 습기를 품어 대서양을 따라 올라오는 것이고
이 따뜻한 습기가 강력한 온난 효과를 주는 것이죠.
물론 상대적으로 따뜻하다는 것이지
전체적 기후는 해양성 기후로 서늘한 편이에요.
또 대서양의 바람은
서쪽이 고지대에 막혀 수증기로 떨어지고
이 때문에 서쪽이 동쪽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되죠.
동서뿐만 아니라 남과 북으로도 지리를 나눌 수 있는데
또 동쪽보다 서쪽이 높으니
제일 높은 곳은 스코틀랜드의 북서쪽이라 볼 수 있죠.
이런 분리는 발전에 있어서도 차이를 만들었는데요.
높은 스코틀랜드보다는 낮고 평평한 잉글랜드 지형이
사회 기반 시설 건설에 유리했고
실제로도 잉글랜드 북동쪽에 리즈, 셰필드, 뉴캐슬
북서쪽에는 맨체스터, 리버풀 같은 산업혁명으로 유명해진 도시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또 잉글랜드 남부는
상대적으로 온난한기후, 평평한 땅과 강
상대적으로 농사와 목축업에 적합한 토양이 있었고
전통적인 중심지인 런던과 연결되었기에
교통과 상업도 발전할 수 있었죠.
이 때문에 아무래도 잉글랜드 지역이 더 발전했고
통합도 잉글랜드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국내외 투자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다방면에서 발전되며 경제적 기회도 많아지다 보니
내국인이든 이민자든
당연히 잉글랜드에서 많이 살게 되었죠.
그렇다 보니 전체 땅의 절반 정도 되는 잉글랜드 지역의
영국 인구의 80% 이상이 살게 된 것입니다.
유럽의 강대국 하면
보통 영국, 프랑스, 독일이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영국 내부의 지리만 본다면
그럴 이유가 크진 않아요.
섬나라니 유럽 중심국들만큼 접근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농업에 적합한 평지도 있지만
프랑스나 독일이 최고의 지리적 요건이라면
영국은 ‘그냥 괜찮다’ 정도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 보니 영국이 우리의 인식처럼
늘 강대국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분명 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기점이 있었겠죠.
--통합까지의 역사
그 기점으로 1707년에 주목해 보며
역사를 간단히만 볼게요.
사실 오래전부터 이 섬은 침략자들의 전쟁터였는데요.
오래전 켈트족이 살고 있던 이 섬에
서기 43년 로마가 침공하며
수십 년간 잉글랜드 일부 지역을 점령해 갔지만
이때부터 시작하여 이후의 침략 세력들도
주로 낮고 비옥한 동남쪽을 점령했기에
나머지 세력들은 자연스레 북쪽과 서쪽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 세력을 이루었고
이에 동서남북이 구분되는 지리적 분리가 만들어지며
지역 간 이질적 정체성이 형성되어 갔고
이게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죠.
교통과 도로가 발달했던 로마는
이 섬에서도 유럽 대륙과 브리튼 섬을 연결하기 위한 지역을 찾았겠죠?
로마 선박을 정박하려면
강 하구와 가깝고
배는 운항이 가능하지만 너무 넓어서도 안 되었는데요.
그에 맞는 강을 찾게 됩니다.
그 적합한 강이 있고 그 강을 둘러싼 단단한 땅이 있는
우드게이트힐, 콘힐 두 언덕 지역에
로마는 도시를 건설하고 이 도시는 ‘론디니움’이라 칭해졌죠.
그리고 두 언덕 지역을 잇는 다리를 건설했는데요.
이게 최초의 런던 브리치가 된 것이고
‘론디니움’은 현재 ‘런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로마가 이 섬에 건설한 모든 주요 길들이 런던으로 향했고
런던은 번창해 갔죠.
시간이 흘러 잉글랜드의 로마인들은
본국에 쳐들어온 이민족들을 방어하기 위해 로마로 떠나게 되고
로마인들이 떠난 이 섬에
덴마크와 독일 북부 지역에 앵글족, 색슨족이 들어오죠.
이들도 로마와 비슷하게 잉글랜드 중심으로 영토를 점령하고
영국 땅은 계속 분리된 채로 있었습니다.
이 앵글로 색슨인들이 점령한 지역은
앵글린들의 땅이라 하여
앵글랜드라 불렸고, 현재 잉글랜드로 이어진 것이죠.
아무트니 섬에선 수세기 동안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노르만, 프랑스 등 여러 세력 간의 세력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마침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의 공식적 통합을 이뤄
하나가 된 그레이트 브리튼 섬이 만들어졌고
그때가 기점이라 이야기한 1707년인 것이죠.
--외부적 지리와 통합 이후의 역사
그렇다면 이 사건이 왜 기점이라 부를 정도로 중요할까요?
이제 내부가 아닌 외부적 지리를 보죠.
영국이 유럽 서쪽 변방의 섬나라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지도를 한번 돌려볼까요?
이렇게 보면 유럽 한쪽 측면의 중심에 있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세력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천혜의 요새인 반면
근방에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전략적 위치일 뿐만 아니라
더 넓게 본다면 세계의 중심에서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는 위치임을 알 수 있죠.
실제로 지구 경도의 기준이 영국일 만큼
한때 세계 패권국으로 영향력이 엄청났고
말 그대로 세상의 중심이었다 볼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아무리 뻗어나가려 해도
내부에서 세력 다툼이 있다면 힘들겠죠.
예를 들면 영국이 통합되기 전엔
오랜 기간 스코틀랜드와 프랑스가 협정을 맺어
한쪽이 잉글랜드와 싸우면
다른 한쪽이 잉글랜드를 공격하곤 했었거든요.
근데 이제 통합이 되니
더 이상 내부에서 뒤통수 맞을 일도 없어졌기에
영국은 외부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되며
눈부시게 성장해 나갈 수 있었죠.
약간 딴 얘기 같지만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산업 중 하나가 위스키고
이 위스키를 숙성하는 통을 오크통이라 하죠.
그리고 이 오크통은 오크나무로 만들거든요.
영국의 오크나무는 매우 단단하여
배를 만들면 적의 공격이나 좌초에도 강할 뿐만 아니라
해충이나 부식에도 강해
해상에서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고
또 건조시키는 시간은 짧아
지상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었죠.
위스키뿐만 아니라
영국 해군의 배에도 최고의 나무였던 것이에요.
또 브리튼 섬의 해안선은 들쑥날쑥해서
수심 깊은 항구들이 있다 보니
해상 무역도 가능하여 경제적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영국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안정된 내정을 갖추었으며
심해 항구와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여
주변국들이 쉽게 침공할 수 없는 요새가 되어 갔고,
유럽 땅을 휩쓴 나폴레옹의 침공마저 실패로 돌아가게 되죠.
또 1801년엔 실질적으로 지배해 오고 있었던 아일랜드도
영국의 일원이 되어 더욱 내실을 다져갑니다.
그러는 사이 유럽 본토에선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는데요.
영국의 기본적 자세는
자국의 위협이 되기 전에는 관망을 하는 것이고
경쟁국들이 서로 싸우며 약해지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었죠.
유럽 내륙 강대국들의 세력이 약해진 사이
영국은 탄탄한 경제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다 보니
1780년경 산업혁명의 기초 기술 중 하나인 방적기가
프랑스엔 900대밖에 없어 없었지만
영국에 이미 2만 대의 면사 방적기가 있었거든요.
그리 크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국토에
강과 수로를 이용해 물품의 운송이 쉽고
또 막강한 해군력까지 바탕이 되니
국내외 물품 유통에 유리한 고지를 가질 수 있었죠.
그렇다 보니 산업화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으며
공업도시 가까이 풍부한 석탄 광산까지 있었고
1830년대엔 철도망까지 발달하면서
영국의 산업화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영국은
지중해, 대서양, 희망봉,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인도 말라카 해협을 지나
중국까지의 영향력을 확보하였고
1869년 수에즈운하가 개통되며
이를 통해 인도나 아시아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게 되죠.
세계 곳곳에 식민지, 혹은 영향력이 닿는 지역에서
저렴하게 원자재를 확보하고
그 원자재를 활용하여 산업화된 영국은
대량의 물품을 생산했으며
이것을 유럽이나 세계 곳곳에 팔다 보니 부가 축적되어 갔고
대형 제국의 힘은 절정에 다다르게 되며
말 그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국도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고
힘의 중심은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결정적 사건은 잘 아시는 1차, 2차 세계대전입니다.
물론 영국이 승리했지만
사실은 유럽인 모두가 패자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은
군사력과 재정을 소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 사용할 함선을 얻는 대가로
영국이 자랑하는 해외 해군기지의 대다수를 미국에 넘겨주었죠.
예전에 영국이 영국 해협 넘어
유럽 본토의 싸움을 흐뭇하게 바라본 것처럼
이번엔 미국이 대서양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은 것이죠.
동시에 세계 힘의 중심도
대서양을 건너버린 것입니다.
--최근의 움직임
시간을 당겨 현대로 돌아와 보죠.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인데요.
득실이 불분명한 브렉시트를 결정하게 된 것도
경제, 이민자, 안보 등 여러 이유도 있겠지만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영국만의 정체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유럽에 완전히 속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유럽 속의 영국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인 최강대국이었던 때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이나 기대 혹은 자신감, 향수 같은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미 브렉시트에 대해선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기
마지막으로 최근 영국에 주목할 만한 상황에 대해서만 말씀드릴게요.
일단 경제는 최악입니다.
2023년 역성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 수치가 얼마나 낮은 거냐면
전쟁으로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보다 낮은 수치예요.
임금은 안 오르는데 물가 상승률은 10%를 넘어가다 보니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실제적인 시민들의 고통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57%의 사람들이 브렉시트가 실수였다고 응답했죠.
‘브레그렛’이라는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리그렛이 합쳐진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죠.
이렇게 경제가 어렵다 보니
영국의 공적 개발 원조 기금인 ODA가
기존엔 유엔에서 권고하는 국민총소득 대비 0.7% 수준이 유지되었는데
0.5% 수준까지 내려왔죠.
글로벌 브리튼으로 향하려는 희망으로
브렉시트를 외쳤는데 경제가 나쁘다 보니
역설적으로 오히려 실천은 퇴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한 행보가 또 있는데요.
지난 3월 31일 영국의 CPTPP 가입이 최종 확정 났습니다.
CPTPP는
호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동남아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11개국이 참여하는
경제 동반자 협정인데요.
여기에 12번째 참여국으로
유럽 최초인 영국이 가입하게 된 것이죠.
가입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래 영국에서 가장 많은 무역이 일어나는 시장은 유럽이었는데
인구 감소에 따라
유럽 시장은 지는 해라고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브렉시트 후 무역 거래량이 줄게 되어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려움에 있는 것이죠.
이에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뭐 미래 시장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경제가 어렵기에
새로운 국가들과 FTA 협정을 맺는데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볼 수도 있겠죠.
오늘 영국의 지정학적 측면과 최근의 행보를 간략히 보았는데요.
영국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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