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일 커피 한 잔씩은 대부분 하잖아요.
이 커피의 기원 자체가 에티오피아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인데요.
근데 사실 이 커피 말고는
우리가 에티오피아에 대해 아는 사실이 많이는 없을 거예요.
그 많은 아프리카 국가 중
왜 하필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기원이 되었는지
왜 에티오피아는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으며
어떻게 한국 전쟁에까지 참여하게 되었는지
왜 잠재적 수력 패권국가인지 등
사실 다양한 부분으로 특징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내 독특한 영향력을 갖춘 나라입니다.
이런 에티오피아를
오늘도 지리와 지정학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지리를 먼저 살펴볼게요.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동쪽
돌출된 부분이 마치 코뿔소의 뿔처럼 생겼다 하여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요.
주변에는 에리트리아, 지부티, 소말리아, 케냐, 수단과 남수단이 있으며
인접한 해상은 없는 내륙 국가입니다.
에티오피아를 구분 짓는 첫 번째 지리적 특성은
바로 대지구대에 속해 있는 ‘에티오피아 고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지구대는
아프리카 동부, 동해, 서아시아까지 약 5,950km나 이어져 있는
길쭉한 계곡과 산맥들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이 생긴 이유는
이 지역이 아프리카판과 소말리아판의 경계로
서로 다른 두 판이 만나며 일어난 지각 변동에 의해
산맥과 계곡이 만들어진 것이죠.
이 대지구대의 중앙의 계곡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산맥과 고원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이 계곡의 평균 너비만 50km나 되고
또 고도가 낮은 계곡 지역에는 강과 호수도 있기에
동쪽과 서쪽 고원을 구분하는 결과를 나타냈죠.
그리고 이렇게 지도로만 보아도
동쪽보다는 서쪽이 넓을 뿐만 아니라
청나일강 등
주요 강들의 발원지도 서쪽에 보다 많이 위치하기
역사적으로 에티오피아의 중심이 된 곳은
수도 아디스아바바가 있는 서쪽이었습니다.
이 계곡의 양쪽으로 나 있는 산맥들로 높은 고도를 나타내는 지역을
에티오피아 고원이라고 부르는데요.
대부분 해발 1,500m 이상이며
가장 높은 봉우리인 라스다센은 무려 4,550m나 되죠.
단순 높이뿐만 아니라
고원 자체의 면적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기에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도 불립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과 티벳고원을 떠올리시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겁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는
무조건 더운 나라라고 인식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적어도 에티오피아는 예외라고 볼 수 있죠.
보시는 것처럼 에티오피아의 기후는 극명하게 나뉩니다.
크게는 에티오피아 고원 쪽의 고산 기후와
오른쪽으로 갈수록 반건조 기후
뜨거운 사막성 기후로 이어지는 세 가지 기후로 구분할 수 있어요.
동쪽의 반건조
뜨거운 사막성 기후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고산 지역의 기후만 놓고 본다면
열대 사바나 기후, 지중해성 기후, 습한 아열대 기후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죠.
습한 아열대 기후에 속한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연중 최고 평균 기온은 26도
최저 평균 기온은 4도입니다.
절대 덥다라고 할 수는 없는 수치죠.
또 아프리카는 대부분 건조한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이렇게 강수량 지도를 보면
이 에티오피아 고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비교적 강수량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구는
당연히 더운 고온대가 아닌
고산 기후 지역에 거주를 하고 있습니다.
인구 1억 명이 넘으며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에티오피아인 것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비교적 시원하고
습한 기후를 나타내는 환경적 조건도 영향이 있었겠죠.
이렇게 고산의 평원, 풍부한 인력
그리고 이후에 말씀드릴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지리적 특성인
풍부한 물까지 결합되어
농업이 발달한 것이고
높은 고도와 산악 지역은
커피 재배에 적합한 훌륭한 성장 조건이기에
서쪽의 고원 지역에 커피 농장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커피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티오피아의 산업이라 할 수 있죠.
재밌는 것은 이렇게 비교적 시원하다고 볼 수 있는 에티오피아에
지구에서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곳은 에티오피아 북쪽의 다나킬 사막으로
이곳은 오히려 저지대로
해수면보다 약 90m 정도 낮으며
낮 기온은 약 50도나 되는 매우 덥고 건조한 지역인 것이죠.
이 대지구대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고원이 생긴 것이
어떻게 보면 에티오피아에는 다행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으로는 에티오피아의 종교에 대해 말씀드릴 텐데요.
에티오피아의 주요 종교는
기독교와 이슬람입니다.
여기서도 특이할 만한 점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식민지 시기에 강제로 들어오거나 한 게 아니라
역사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럽이나 중동과 가까운 지리적인 영향도 컸죠.
먼저 기독교에 대해 볼 텐데요.
서기 300년경부터 기독교가 퍼지기 시작했고
에티오피아 종교회라는 독자적인 기독교의 형태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에티오피아의 민족적 뿌리를
기독교에 두고 있는데요.
에티오피아 건국 신화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시바 여왕은
홍해를 건너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을 만났고
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메넬리크가 시바 여왕의 왕조를 이어받게 되죠.
그리고 그 왕조를 솔로몬 왕조라 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에티오피아 민족이
성경 속의 인물 솔로몬의 후손이 되는 것이죠.
에티오피아가 민족의 기원을 기독교에 찾는 것을 보았을 때
기독교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한편 이슬람교는
실제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초기 추정자들이
615년경 박해를 피하여 중동에서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 지역의 악순 왕국으로 피신해 왔는데
당시 기독교도였던 왕은 그 피신을 도왔죠.
당시 이슬람이 이 지역에도 뿌리를 내렸고
무슬림들은 동부 저지대 쪽에 퍼져 있습니다.
지금도 3분의 2 정도는 기독교를
3분의 1정도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종교적 갈등이 클 것으로 생각되지만
과거 기독교 왕조가 무함마드 초기 추종자들의 피신을 도왔던 일로 공존이 시작되었기에
실제로 두 종교 간 관계는
비교적 평화적, 상호 존중적인 관계로 유지되어 왔다고 볼 수 있죠.
아무튼 에티오피아는 뿌리 깊은 기독교 국가이다 보니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초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의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고
유럽 열강들에게 에티오피아는
잠재적 동맹국,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식민 침략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문명 혹은 기독교 전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종교적 이유도 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또 다른 지리적 특성인 물을 살펴볼 텐데요.
에티오피아의 물은 강점이기도 약점이기도 합니다.
먼저 강점이 되는 물에 대해 알아보죠.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해발 1,5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가장 많이 이어진 지역이
에티오피아 고원 지역으로
이곳을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 부르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아프리카 여러 강의 발원지가
실제로 고도가 매우 높은 이곳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강들은 담수원이 되어
수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시작되는 주요한 강들 몇 개만 볼까요?
먼저 동쪽 편에 보시면
셰벨리강과 가날레강이 흐르는데요.
이 강들은 고원에서 시작하여
저지대와 소말리아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중앙 계곡을 중심으로 흐르는 오모강은
에티오피아 중심을 거쳐 케냐로 흐르며
서쪽의 테케제강, 청나일강은
수단을 거치며 나일강에 합류하고
이집트의 나일 분지를 통해 지중해로 나가죠.
이렇게 에티오피아로 시작된 강들로부터
이웃 나라에 물이 공급되다 보니
특히 동부 아프리카 쪽에 급수탑으로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수자원을 이용한 더 큰 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주요 강들인 청나일강, 아와시강, 오모강, 쉐벨리강 등
여러 강들의 댐과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청나일에 건설할 예정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은
엄청난 수력 에너지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2011년부터 이 댐은 건설 중이고
작년 2월에는 처음으로 시범 전기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제는 건설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며
세계에서 20번째로 큰 수력 발전소가 되는 것이며
연간 15,000Gwh 이상의 에너지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으로 에티오피아는
국내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국가 전체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또 잉여 전기는 주변국에 판매될 수 있어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으며
여전히 농업 의존도가 높은 에티오피아의 가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워낙 큰 규모의 댐이다 보니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어
이곳에서 연간 최대 7,000톤의 물고기 어획이 가능하여
어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청나일강은
수단에서 흘러오는 백나일강과 합쳐 나일강이 되고
이게 이집트를 거쳐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거거든요.
이집트 하면
나일강이 떠오를 정도로 나의 강은 이집트의 젖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도 수자원의 85% 이상을 이 강에 의존하고 있는 이집트 입장에서는
나일강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죠.
에티오피아가 이 댐을 만들면
하류에는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뭄이나 홍수의 피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에티오피아가 물의 흐름을 잘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상류 국가가 물의 흐름을 끊어버리면
가뭄이 발생하고
또 갑자기 물을 방류하면
홍수에 처하게 되는데
이것을 실제로 당장 실행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위협을 줄 수 있는 힘을
상류 국가가 가지는 것이
하류 국가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큰 위협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흐르는 강이 하나뿐인데
그 강이 중국에서 시작되고
중국이 강 상류에 댐을 짓는다고 가정해 보면
끔찍하지 않나요?
그 중요도가 조금 더 와닿으실 거예요.
실제로 에티오피아, 이집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가
양국 사이에서 중재를 하기도 하죠.
뭐 에티오피아가 물 조절도 잘하고
저렴한 가격에 주변 국가에 전기도 공급한다면
동북부 아프리카의 전체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앞으로의 행보를 잘 지켜보아야겠죠.
원래 늘 영상 한 편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 왔는데
에티오피아의 여러 이슈들을 짧은 시간에 끝내기는 쉽지가 않네요.
추가적인 에티오피아의 지리와 지정학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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