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이란
중도, 중용의 우리 식 표현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안 온다’는 말이 있듯이
가온이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지혜이다.
주자가 말하기를
“중용이란 치우지지 않고 기대하지 않아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는 평상의 도리이다”라고 하였고
공자는
“오로지 하겠다는 바도 없으며
또 하지 않겠다는 바도 없으니
단지 의를 쫓을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또 세존이 말하기를
“세간에서 욕망을 구하는 것은 부족함이요
산속에서 고행을 하는 것은 지나침이다.
두 쪽을 다 여의어 버리면 이것이 곧 중도이다”라고 하였다.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고 너무 높고 고고한 곳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고하고 청아하다.
세속과 어우러지면서도 세속을 떠난다.
세속을 벗어났지만 세속과 함께한다.
풍류도라고 일컫는 겨레의 전통 수행은
이런 가온의 도에서 시작한다.
세속과 더불어 수행하며 세속에 머무르지 않는 것
이것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선仙이다.
仙이란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도를 닦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仙자에서 山은 자연을 가리킨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서 사는 것이 선이다.
자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아름다운 환경이요
또 하나는 순리이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순리를 따라 사는 소박한 삶이 곧 선이다.
仙은 속세도 아니요 그렇다고 탈속도 아니다.
그래서 아득하고 오묘하여 현묘지도라 부른다.
이것이 노자의 무위이고, 유교의 중용이며, 불교의 중도이다.
가온이란
글자 그대로 어느 한 면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은 중심을 잡았다는 것이고
중심을 잡았다는 것은 본 바탕에 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본 바탕이란 만물의 근원인 한얼이다.
그러므로 한얼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가온이다.
모든 존재가 진리에 어긋남이 없이
통일과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자유롭고 만족한 삶을 살게 하는 원리가 가온이다.
한자에 전수한다는 傳자가 있다.
人(사람)+ 專(오직)으로
오로지 하나만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이 하나가 바로 가온이다.
그래서 요임금은 순에게 왕위를 넘기며
“진실로 가온을 잡도록 하라”하였다.
공자 또한
“중용의 덕이야말로 지극한 것이다”라고 하였고
노자는 다음과 같이 가온의 도를 극찬하였다.
“강물 위에 떠서 흐르는 나무토막이 바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강의 양쪽 기슭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이쪽이고 저쪽이고 간에
어디든지 걸려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수행 또한 이와 같아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한자의 마칠 了자를 보면
아들 子에서 양팔이 떨어진 형상으로 되어 있다.
바로 균형과 조화를 잡아주는 잣대를 잃고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인생을 마치게 된다는 뜻이다.
부처를 가리키는 佛자 역시 가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人(사람)+ 弓(활)+ 刂(두 화살)로
절대계와 상대계 양쪽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부처와 같이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직 한얼만을 지키며 사는 것
이것이 참다운 가온이다.
가온만이 저 너머 피안에 안전하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태극선법은 시종일관 가온의 원리
즉 저울의 원리에 의하여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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