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북툰·SOD

[1분과학] 이 중 두 가지를 묶으시오

Buddhastudy 2024. 10. 10. 19:27

 

 

여기 앉아봐.

여기 버스 있고, 철도 있고, 여기 기차 있잖아, 두 개를 묶어 봐.

여기서 기차, 철길,

기차가 철길을 달리니까.

 

아빠도 앉아봐.

버스, 철길, 기차, 두 개를 묶어봐.

기차, 철도? ?

철도 위에 기차가 달려서?

 

 

여기 기차, 버스, 철길이 있다.

그대는 어떤 두 단어를 묻겠는가?

그대가 무엇을 선택했든, 그대가 그걸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

46억 년 전,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46억 년 전, 우주의 한 곳에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 구름이 탄생했다.

이 구름을 이루던 먼지들은

중력에 의해 한 곳으로 모이더니

자연스럽게 거대한 구 모양이 되었어.

 

이 구 모양의 물체는

점점 더 많은 물질을 끌어당겼고

더 많은 물질은 더 큰 중력을 야기시켜

물질을 이루던 원자들은

수십억 년에 걸쳐 어마어마한 폭발을 하는데

훗날 인간들은 이걸, 태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이보다 130만 배 작은 아기자기한 푸른 행성이 있었는데,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1회 차전에 6시간이 걸리던 이 행성은

회전 속도 점점 느려지더니

45억 년 후에 1회 자전에는 24시간이 걸리고

1회 공전에는 365일이 걸리는 행성, 지구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과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

우리 엄마와 아빠를 기차와 철길을 묶도록 만든다.

 

이게 무슨 말일까?

전 세계적으로 주요 식량작물은

벼와 밀, 2개로 나뉜다.

 

연 강수량 1mm가 넘으면 벼농사를,

연 강수량 1mm를 넘지 않으면 밀농사를 짓는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를 재배하고

서양에선 []을 재배한다.

많은 강수량을 다뤄야 하는 [벼농사]는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물을 담아두기 위한 저수지를 만들어야 하고,

이웃 주민의 땅에서 물기를 내 나의 논으로 물을 끌어 사용해야 하고

또 내가 쓴 물은

다시 길을 내주어 이웃의 논으로 전달해 줘야 한다.

 

게다가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라

정확한 시기에 이웃 주민들과 협심해서 벼를 심고 추수해야 한다.

따라서 협업이 중요한 벼농사를 하기 위해선

이웃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혹여나 행실이 좋지 못해서 이웃 주민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이웃 주민은 나에게 물길을 내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

저수지를 공유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에 대한 이웃 주민의 평판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밀농사]를 짓는 지역에선 혼자 걸어 다니며 씨를 뿌린다.

벼농사처럼 함께 줄을 맞춰 모내기를 할 필요도 없고,

이웃 주민과 물을 나눌 필요도 없다.

오로지 너의 밀과 나의 밀, 너의 땅과 나의 땅이 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서양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나타난다.

서양권 나라에선 사람들에게 기차, 버스, 철길을 보여주면

당연한 듯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지만

서로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동양에서는

개체 간의 관계를 생각해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다.

 

심지어 같은 나라 사람일지라도

밀농사를 짓는 중국의 북부 사람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지만

벼농사를 짓는 중국의 남부 사람들은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다.

 

결국 우리 부모님과 동생이

기차와 철길을 선택한 건

둥근 지구가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태양을 공존하며

동아시아의 편서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농경은

인류에게 처음으로 [잉여 작물]을 갖게 해주었다.

인류는 이 잉여 작물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라는 걸 만들었다.

처음엔 손가락으로 수를 셌다.

한 가마, 2가마, 10가마, 그리고 다시 10개 하고 1가마, 11가마.

 

이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10진법에 수를 쓰고

파동이 입자가 되는 걸 확인하기 위해 반도체를 만들고,

우주선을 띄우기 위해 십진법에 수를 쓰는 이유는

결국 우리의 팔에서 뻗어 나온 손가락의 수 10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를 만들고, 우주는 우리를 만든다.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이 우릴 만들었지만

23.5도 기운 자전축을

이 손가락 10개로 알아냈으니 말이다.

 

나라는 건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이 다른 것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상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키가 크다. 작다는 단순한 말에도 상대가 필요한 것처럼

내가 왜 기차와 철길을 선택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도 상대가 필요한 것처럼

나를 정의하기 위해 상대가 꼭 필요하다면

그 상대라는 존재도 사실 나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주적 존재다.

자전축의 기울기가 나를 만들고,

팔에서 뻗어 나온 손가락이 수를 만들 듯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며 우린 [서로]를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된다.

 

 

--

우리가 누구이고, 이 세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은 항상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우리가 [일상]이라 여겼던 것이

어떤 과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간단한 실험과 예시를 통해 다뤄보았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상 속, 과학기술 시리즈]입니다.

이 영상은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제작되었으며

과학기술진흥기금과 복권기금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저소득 및 소외계층의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대중과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과 과학을 소통하기 위해 힘써주시는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