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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cience] 따개비는 정말 거북이에게 피해를 줄까? (반전주의) - 따개비 해부

Buddhastudy 2023. 6. 21. 19:47

 

 

 

이것은

따개비가 가득 붙어 있는 돌입니다.

이 돌을 물속에 넣어보면

무언가 하나둘씩 나옵니다.

이것이 따개비의 본모습이죠.

 

최근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따개비들이

거북이나 다른 생물들에 붙어서

그 생물의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고

살을 파고들어 죽게 만드는 나쁜 생물이라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개비는 정말

다른 생물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생물일까요?

 

 

오늘은

따개비를 해부해 보겠습니다.

직접 따개비를 채집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제부도에 다녀왔습니다.

 

제부도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어서

제부도로 들어가는 도로는 주기적으로 바닷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물이 빠져나가면

도로 주변으로 이렇게 갯벌이 펼쳐지는데

이렇게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조간대가

따개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죠.

 

그래서 물이 빠진 후의 도로 주변을 관찰해보면

도로 분리대에 따개비들이 가득 붙어 있고

주변의 바위에도 이렇게 가득합니다.

조금 징그럽죠?

 

따개비가 가득 붙어 있는 돌을 하나 주워서

실험실로 가져왔습니다.

짜잔~!

이것이 바로 따개비입니다.

지금부터 이 따개비로 따개비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따개비는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따개비가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빨아 먹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따개비가 어떤 생물인지 알아야 합니다.

따개비는 건조한 안경에서는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부리 같은 껍데기(각판)를 꽉 닫고 있어서

무생물처럼 보이지만

바닷물을 넣어보면

따개비의 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속에 따개비를 관찰해보면

부리 같은 부위가 열리며

무언가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죠.

이렇게 촉수 같은 것이 계속해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합니다.

 

따개비는 갑각류 중 덩굴 같은 다리를 가지는

만각류(덩굴같은 다리인 만각을 6쌍 가지는 절지동물(갑각류))에 해당하는 생물로

예전에 보여드린 거북선, 조개삿갓과 비슷한 생물입니다.

조개 삿갓의 물속 모습을 보면

따개비와 똑같은 것을 볼 수 있죠.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따개비는 거북선 조개삿갓과 달리

자루 같은 부위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따개비의 속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따개비에 몸은

석회질로 이루어진 껍데기인 각판에 둘러싸여 있는데

종마다 각판의 모양이 달라서 다양한 형태를 띠지만

기본적으로 화산 분화구 같은 형태의 측판에

중심에는 4개의 각판이 부리모양처럼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측판은 움직이지 않고 중심에 있는 각판은 움직일 수 있죠.

날카로운 핀셋을 준비해서

각판 사이로 넣은 다음

각판들을 제거해주고

내부의 속살을 꺼내주면

이것이 바로 따개비의 속살입니다.

 

속살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따개비는 여기 덩굴 같은 다리를 6쌍 가지는데

다리(만각)에는 많은 선모들이 있어서

다리를 각판 밖으로 뻗어서

물 속의 유기물들을 걸러 각판 내부로 가져올 수 있죠.

 

따개비 속살은 각판 내부에 누워있는 듯한 모습인데

다리 밑부분에 입이 위치에서

다리로 가져온 먹이를 바로 섭취하며 살아갑니다.

 

따개비는 이런 식으로

각판 윗부분을 통해 먹이 활동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숙주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생물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죠.

 

 

<따개비는 숙주의 몸을 파고든다?>

 

두 번째로 따개비가 숙주에 몸을 파고든다는 말이 많은데

비어있는 따개비를 가져와서 떼어내보면

따개비의 밑면은 이렇게 시멘트 같은 재질로 막혀 있습니다.

 

따개비가 속하는 만각류들은

유생시절에는 자유롭게 헤엄치다가

성체가 될 때 몸 아랫부분의 분비샘에서 접착성 단백질이 나와

단단한 표면에 부착되어 평생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따개비는

표면에만 부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생물의 몸을 파고드는 습성을 지닌 생물이 아닌 거죠.

오히려 따개비를 제거할 때

피부가 함께 떨어지며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따개비가 가득 붙은 거북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따개비는 해양생물의 부력이나 이동성을 떨어뜨려

죽음으로 몰고 간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따개비가 과하게 부착될 경우

이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겠지만

순서가 조금 잘못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수의사나 해양생물학자는

따개비가 붙은 양으로

야생 바다거북에 건강상태를 추측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건강하지 않고 힘이 없는 거북이들은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해변이나 바위섬 등 한 곳에 가만히 머물게 되면서

따개비들이 너무 많이 붙어버리기 때문이죠.

 

즉 따개비가 거북이를 병들게 만든 것이 아니라

거북이가 이미 아팠던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거북이나 고래등 해양생물들은

스스로 따개비를 어느 정도 제거하기도 하고

건강한 생물들이라면 따개비가 붙은 것이

이동성이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따개비가 가득 붙은 고둥을 가져와 봤습니다.

따개비는 보통 움직임이 적은 단단한 물체에 부착되어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 때문에

움직임이 느린 연체동물의 패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이 고둥에는

이렇게 패각 가득히 따개비가 붙어있지만

고둥을 물에 넣어보면

아주 건강하게 잘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산시장에 가면

따개비가 붙은 수많은 해산물들이

대부분 큰 피해 없이 아주 잘 자라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렇듯 따개비들은

부착된 생물의 움직임으로 일어나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고

그 생물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기생이 아니라

대부분 따개비만 이득을 보는 편리공생 관계라고 표현되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건강한 해양생물이라면

대부분 따개비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하죠.

 

 

<따개비는 불필요한 생물일까?>

 

사실 따개비는 사람에게만큼은 어느 정도 피해를 주는 생물이 맞습니다.

선박의 아랫부분이나 사람이 만든 구조물에 부착되어

기능을 방해하거나 부식을 촉진시켜서

물질적인 피해를 주기도 하고

해변에 가득 붙어 있는 생김새는 혐오감을 유발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고

따개비가 해양생태계에서 불필요한 제거 대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개비는 끊임없이 다리를 뻗어

물속에 유기물과 플랑크톤을 걸러 먹으며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여러 해양생물들의 서식지와 먹이가 되어주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따개비는

오히려 해양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생물이라고 표현되죠.

 

 

저는 이번 영상을 만들며

이런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모기나 특정 해충처럼

우리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생물을 미워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거북이를 괴롭히는 생물이라며 따개비를 혐오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거북이 한 마리의 생명이

따개비 수백 마리의 생명보다 가치 있게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 중요한 이야기를 깜빡할 뻔했습니다..

따개비류는 고착생활을 하며 주변 개체와 교미를 해야하기 때문에

주변 개체의 각판 내부까지 뻗어지는 아주 기다란 생식기를 가집니다.

그래서 따개비는 생물들 중 신체 대비

가장 긴 생식기를 가지는 생물로도 알려져 있죠.

 

따개비의 생식기는

다리 중간에 위치하며

주름진 구조라 길게 늘어나는 구조인데

대부분의 따개비는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암수 구분없이 주변의 개체들과 서로 종자를 교환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영상 중간에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따개비의 몸 내부 구조는

같은 만각류인 거북손, 조개삿갓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러니 만각류의 몸 구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거북선이나 조개삿갓 영상도 참고해주세요.

 

따개비에 대한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거북손, 따개비, 조개삿갓

이 세 가지 생물은

외부 모습이 꽤나 다르지만

내부 모습과 생활습성이 거의 같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이러한 같은 분류군의 생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들은

분리학적으로 가까운 생물들이

가까운 공통 조상을 가지고

그 조상에서 분화되었다는 진화론의 증거입니다.

 

그래서 영상 제작을 할 때마다

틈틈이 같은 분류군의 생물들을 언급해 보고 있으니

특정 생물의 흥미를 느끼셨다면

그 생물과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생물들의 영상을 찾아 비교하며 시청해주시면

생물학의 즐거움을 좀 더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요.

 

이번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