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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인드] 동물의 감각을 사람에게 추가 한다고? I 최신 뇌과학 뇌의 놀라운 가능성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Buddhastudy 2023. 8. 29. 19:39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뇌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고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이렇게 뇌에는 어느 특정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들이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새로운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뇌 피질의 어느 부위도

시각, 청각 등에 미리 배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입력되는 데이터가 뇌의 영역을 결정합니다.

영역이 정해져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후에 연결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뇌의 피질 어느 영역에 눈을 연결하면 그곳이 시각 피질이 되고

귀를 연결하면 그곳이 청각 피질이 된다는 말입니다.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2천년 MIT 과학자들은 흰 족제비의 눈에서 입력되는 정보를 청각피질과 연결해

청각피질이 시각 데이터를 수신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청각피질은 1차 시각피질의 회로들과 비슷하게

자신의 신경회로를 조정했고

청각피질로 들어오는 정보를 정상적인 시각정보로 해석했습니다.

즉 뇌는 어떤 데이터가 들어오든 거기에 적응하고 작동한다는 말입니다.

 

뇌의 입장에서 사실 모든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모두 전기 신호의 수단으로 변환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뇌는 그 전기 신호를 해석하는 법을 터득하려고만 하지

감각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들어왔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뇌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말입니다.

뇌의 이런 특성을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가소성이라고 말하면 어렵게 들릴 수 있는데

영어로 plasticity

즉 플라스틱 같은 성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플라스틱이 원하는 모양대로 마음껏 변형이 가능한 것처럼

뇌도 이와 비슷하게 유연성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뇌에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감각 정보들을 통해 현실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뇌는 항상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 기준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현실을 재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강물이 계속 아래로 흐르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주위 나무 같은 것을 보면

마치 나무가 잠시 동안 흘러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처음에 강이 흐르는 것을 봤을 때는

그것이 극적인 새로운 정보였지만

한참 동안 바라보면 아래로 흐르는 것이 새로운 현실의 기준이 됩니다.

하강운동이 현실의 기준으로 재조정되었기 때문에

이제 뇌는 상승운동보다 하강운동을 더 기대하게 되고

원래는 정지해 있던 주위 나무가

하강운동을 하는 것처럼 환각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식의 뇌의 재조정을 항상 겪습니다.

소형 보트를 타고 출렁거리는 바다에 한참 있다가 보트에서 내리고 나면

잠시 동안 땅이 출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트램펄린을 한참 타다가 내려오면

잠시 동안 땅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뇌는 항상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측을 하고 있는데

예측과 일어나는 일들이 일치할 때는 뇌는 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변화가 있을 때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평소 걸어다닐 때 당신은 운동화를 인지하지 않고 그냥 걷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가 들어가면

뇌는 운동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예측하는 일과 실제 일어나는 일에 차이가 있을 때만

뇌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뇌는 항상 예측을 하기 때문에

세상의 형상을 기준 모델로 구축하고

거기에 맞춰서 자신을 조정해서 예측의 성능을 높입니다.

그래야 뜻밖에 일어나는 일에 민감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기 조정을 하는 뇌의 가소성은 생각보다 엄청난 능력입니다.

 

과학자들은 뇌의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인간에게 없던 감각을 대체하거나 추가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현대인의 피부 감각이 옷 안에 숨어 거의 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고성능 컴퓨터의 기능으로

소리를 촉각으로 바꿔주는 장치, 네오센서리 조끼를 만들었습니다.

 

이 조끼를 입은 청각장애인은 적응기를 거치면

사람이 말하는 단어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보통 사람들이 듣는 방식과는 다르게

소리를 몸으로 느껴서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철새들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감각을 통해

머나먼 거리를 날아 정확하게 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스나브뤼크 대학의 과학자들은 필스페이스라는

북쪽을 가리킬 때 진동하는 허리띠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촉각을 이용해서 진동을 뇌에 전달하여 북쪽을 항상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실험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귀찮게 진동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북쪽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나중에 방향 감각이 좋아져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 곳에 있어도 방향을 알 수 있었고, 새로운 공간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뇌 가소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플라스틱은 유연하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모양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뇌는 이보다 훨씬 유연하고, 태어난 이후에 새롭게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아

이를 생후배선이라고 불렀습니다.

뇌의 생후배선은 뇌가 적응하지 못할 신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6개월부터 자잘한 발작을 겪었던 엘리스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뇌 검사를 했더니 충격적이게도 이 아이는 뇌의 좌반구만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뇌는 왼쪽 시야를 우반구에서 담당하고,

오른쪽 시야를 좌반구에서 담당하는데

엘리스의 뇌는 놀라운 생후배선 능력으로

시야 전체를 좌반구가 모두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시력도 정상이고, 눈과 손의 협조도 정상이었습니다.

 

이렇게 근본적인 회로 재편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놀라운 생후배선 능력을 통해

뇌 신경세포들이 뇌의 영역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뇌가 이렇게 항상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애 초기, 생후 약 6년 정도까지의 민감기라고 불리는 시기 동안에 가장 유연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신경 지도의 변화가 점차 어려워집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어린 시절 사용하는 언어가 모국어가 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 다른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거나 언어를 구사하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나이가 들어 뇌 가소성이 감소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회로재편은 평생동안 계속 이루어집니다.

유연성이 떨어지기는 해도 발전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수녀원에 사는 수백 명을

수십 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일부 수녀들은 인지력이 전혀 저하되지 않았는데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뇌를 잔뜩 헤집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퇴화했는데도

기능은 저하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결은 그들의 생활 습관이었습니다.

그 수녀들은 마지막까지 계속 뇌를 사용했습니다.

각자 맡은 일이 있었고, 서로 교류도 했습니다.

말다툼도 하고, 밤에 간단한 게임도 하고, 집단 토론도 했습니다.

은퇴 이후 텔레비전 앞 소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과는 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책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에서

최신 뇌과학이 밝히는 뇌 가소성의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와 함께

뇌의 생후배선을 통한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을 통한 감각 대체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합니다.

 

또한 다양한 장애에 대한 치료 및 치료법에 사용될

뇌 가소성의 잠재력에 대해 논의합니다.

 

우리의 뇌는 태어났을 때, 마치 조각되기 전에 대리석 덩어리와 같습니다.

각자의 환경, 경험, 친구, 문화, 신념에 따라 평생에 걸쳐 나를 만들어 갑니다.

각자의 조각상이 되어 갑니다.

 

데이비드 이글먼은 말합니다.

생후배선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