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이 자주 씻지 않아서 너무 힘듭니다. (2023.09.05.)

Buddhastudy 2023. 11. 28. 18:56

 

 

제가 결혼한 지 몇 년 되었는데요.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남편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집에 있게 되니 결혼 전에 알지 못했던 남편의 생활 습관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든 것은 남편이 씻지 않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열흘이 다 되도록 씻지 않고, 여름에는 더운 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씻지 않습니다.

함께 지내려니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싫은 건 아닙니다.

그 부분만 좀 고쳐주면 좋겠는데 바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너무 화가 납니다.

정말 치사하지만 씻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건 해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남편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세요.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죠.

매일 씻게 되면, 물도 많이 낭비하고, 비누도 많이 낭비하고, 에너지도 많이 낭비하게 돼요.

 

남편의 말이 맞아요.

제가 아는 독일 교민의 아들이 중학생인데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일절 옷이나 운동화를 사지 않고

해진 옷을 입고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물론 잘 씻지도 않고요.

 

며칠 전에는 뒤셀도르프에서 강연을 하는데

중학생 아이가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먹지 않고

소박하게 먹고 옷도 간단하게 입는 실천을 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엄마를 만났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그게 걱정이 되어

아이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좋은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기후 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왕위를 버리고 출가했을 때

부처님의 아버지는 부처님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부인이 볼 때도 부처님이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출가를 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겠죠.

그러나 부처님의 삶과 실천은

우리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있잖아요?

 

질문자의 남편은

습관이 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안 씻는다는 거잖아요.

안 씻으면 물도 아낄 수 있고, 비누도 아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러니 남편에게 밥도 더 주면서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이 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해요.

 

...

 

게을러서 안 씻어도

결과적으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거잖아요.

지구 환경을 위해 안 씻는 것은 이해가 되고

게을러서 안 씻는 것은 왜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결과는 똑같잖아요.

그 말은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안 씻는 사람과는 한 집에서 살기 싫다는

질문자의 기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자기 인생이니까 알아서 살겠죠.

남편이 어떻게 살든지 질문자가 걱정할 게 뭐가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칫솔이 없었어요.

여름에 개울에 가서 씻는 것 말고 겨울에는 딱 한 번 목욕을 했습니다.

설 전날에만 목욕을 했어요.

그래서 손등이 갈라지고 터져서 피딱지가 덕지덕지 내려앉고

내복에도 비늘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때가 계속 나오는 게 아니에요.

씻지 않고 한 달쯤 지나면 때가 나무껍질 벗겨지듯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겨울에는 방에서 내복을 벗으면 하얀 각질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방을 쓸어 보면 가장 많은 먼지가 각질입니다.

이렇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피부 각질은 저절로 떨어집니다.

 

동물은 씻지 않아도 깔끔합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기름기가 나오기 때문에

때가 저절로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네팔이나 티베트에 가보세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거의 씻지 않습니다.

대신 몸에 기름을 바릅니다.

그러면 피부에 막이 형성되어서 여름 햇살에 노출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안 씻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동물이 씻지 않습니다.

더위를 피해서 물에 들어갈 때가 가끔 있지만 씻지는 않습니다.

저절로 몸이 적응하게 되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씻지 않는 남편이 질문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이혼을 하면 돼요.

질문자는 지금 상대가 나에게 맞추라고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질문자가 상대에게 맞추는 방법도 있어요.

물론 안 씻는 사람과 함께 사는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남을 해치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하루에 세 번 씻는 것이야말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입니다.

안 씻는 것은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에요,

만약 잠자리를 할 때 불편하다면

그때만이라도 씻도록 이야기를 해보면 됩니다.

그런 정도는 서로 맞출 수 있는 일이지

문제로 삼을 일은 아닙니다.

 

저는 요즘 농사를 짓고 사는데

농사일을 하고 나면 땀이 물 흐르듯 나서 옷이 다 젖습니다.

제 생각에는 땀을 흘렸을 뿐이지 옷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니까

널어뒀다가 밥 먹고 나서

또 농사일을 나갈 때쯤 다시 입습니다.

 

그런데 시봉하는 사람은 세탁기에 돌리면 금방 되는데

왜 말려서 또 입느냐고 그럽니다.

아마 냄새가 난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작업복에 땀 냄새가 좀 나면 어때요?

 

그것처럼 남편과 질문자는

서로 생활 습관이 다른 것이지

남편이 문제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습관이 나와 좀 안 맞을 뿐이에요.

물론 깔끔한 사람과 지저분한 사람이 함께 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생활 습관을 인정하고

당신 습관대로 사세요하면 문제가 될 일은 아닙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이혼을 하면 돼요.

 

이혼하기 싫다는 말은

결국 상대방이 내 취향에 맞춰서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라는 말밖에 안 됩니다.

안 씻어서 냄새나는 것도 싫고, 이혼하는 것도 싫으니까

당신이 고치라는 말 아닙니까?

그것은 독재자의 마음이에요.

 

(제가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마음을 다스릴 것까지는 없어요.

요즘 아토피 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현대인들이 너무 자주 씻어서 피부가 손상된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아요. 물론 식습관이나 체질적인 요인이

더 큰 원인이긴 하겠죠.

 

그러나 비누 없이 물로만 씻어도

처음에는 끈적끈적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적응을 합니다.

피부 각질층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피부가 전혀 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를 샴푸로 안 감고 그냥 살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자주 안 씻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 측면에서 보면

태생적으로 지구를 살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집에 성인이 났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세요.

 

위대하신 부처님은

옷은 분소의를 주워 입고,

음식은 얻어먹고,

잠은 숲속이나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목욕은 했을까요?

우리가 존경하는 부처님은 남편보다 백배는 더 목욕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분을 위대하게 생각할까요?

 

여러분들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이 사실은 별일 아니에요.

온갖 일이 내 앞에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게 인생이에요.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직장에 취직해서 기뻐하다가 잘려서 슬퍼하고

돈을 벌었다가 까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들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