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일에 온 지 5년이 되었고
독일에 온 지 3일째에 여자 친구를 만나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희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취직 비자를 받고 그동안 일을 못 찾다가
한 달 전에 일자리를 구해서 지금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얼마 전 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일을 막 시작해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독일을 떠나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독일에 있는 것이 더 좋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함께 한국에 가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이 독일에 있다면
내 행복을 위해서 독일에 있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까요?//
진짜 고민이 되겠네요.
...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주도권이 여자 친구한테 넘어가 있네요.
질문자가 여자 친구를 더 좋아하나 봐요.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면 이렇게 주도권을 잃게 되는 거예요.
반대로 여자 친구가 나를 더 좋아하면
내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이미 여자 친구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어요.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여자 친구 따라 한국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어차피 질문자는 평생 주도권을 잃고 살 것 같거든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첫 단추를 이미 잘못 꿰었기 때문에
헤어지든지 아니면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살든지
두 길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서 내 주장을 자꾸 내세우면 사랑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여자 친구는 한국에 가면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할 수 있나요?
남성이 주로 돈을 벌고 여성이 집안일을 할 때는
주로 여성이 남성한테 주도권을 빼앗깁니다.
그럴 때는 남성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는
지금 여자 친구가 주도권을 갖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남자 친구가 한국에 가서 직장을 변변히 못 구하더라도
여자 친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괜찮아. 내가 돈 벌어서 먹여 살릴 테니
당신은 집에서 아기 키우고, 파트타임으로 적당히 일해.
내가 책임질게’
여자 친구가 이런 마음을 가져야 갈등이 없어져요.
여자 친구의 친정 집안은 형편이 좀 괜찮은가요?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따라 한국에 가면 먹고살만한지 묻는 겁니다.
옆에 앉은 여자 친구가 한 번 대답해 봐요.
그럼, 본인이 남자 쪽으로 붙어야죠.
본인은 능력도 없으면서 독일에 뿌리를 막 내리려고 하는 사람을
뽑아서 데려가면 어떡해요?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사람이 조금 더 의논을 해보세요.
요즘은 부부가 어느 한쪽만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둘의 경제력을 비교해 봤을 때
남자 친구가 돈을 버는 조건이 낫겠다 싶으면
여자 친구가 불편을 좀 감수하고
남자 친구가 자리를 잡는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여기에서는 살 수 없고
한국에 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안 가겠다면 헤어져야 하고,
당신이 한국에 오면 내가 책임질게’ 이런 마음이라면
둘이서 함께 한국에 들어가도 됩니다.
아니면 여자 친구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남자 친구는 독일에서 자리를 잡고, 원거리 연애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면 헤어질 수도 있고요.
이렇게 따로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
그 얘기는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내 욕구도 충족시키고
한국에 들어갔을 때 경제적 책임도 남자 친구가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은 이기주의예요.
얄미운 생각입니다.
좋은 건 다 하려고 하는 심보예요.
그래서 충분히 의논해야 합니다.
본인은 ‘너는 여기 있으나 저기 있으나 다 괜찮지 않냐?
나는 한국에 꼭 가야 해’
이런 생각이 들지만,
남자 친구는 ‘한국에 가도 되지만
여기서 좀 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잔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몇 년 후에 결정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남자친구가 동의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 남자친구의 제안도 선택해 볼 여지가 있어요.
아니면 각자 뿌리를 좀 내린 다음에 몇 년 뒤에 결합을 하자고 해도 됩니다.
한 명은 독일에 남고, 한 명은 한국에 들어가도 돼요.
이렇게 의논해서 합의를 보면
둘 다 독일에 있어도 괜찮고, 둘 다 한국으로 들어가도 괜찮고
따로따로 떨어져 지내도 괜찮아요.
합의가 안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자 친구도 약간 주도권을 빼앗겨 있네요.
이럴 때는 남자 친구가 독일에 있어야 한다고 세게 강조하면
그렇게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별일 아니에요.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면 주도권을 잃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헤어지는 것까지는 감수하기 어렵다면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어요.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애에는 밀당이 있다고 하잖아요.
이서 밀당을 한 번 해봐요
중요한 것은 합의를 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꼭 한 가지 결정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결정도 있고, 저런 결정도 있고, 완전히 헤어지는 결정도 있고,
각자 떨어져서 미래를 계획하는 결정도 있어요.
모든 것을 검토해서 합의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님이 보기에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다 좋아 보여요.
이것은 나쁜 결정이고, 이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보이지가 않아요.
어떤 결정을 해도 괜찮고
했던 결정을 중간에 바꾸어도 괜찮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낳고도 이혼하는 세상인데
이런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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