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24)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냉철한 인간관계 조언

Buddhastudy 2023. 12. 7. 19:27

 

 

--적당한 침묵으로 신비감을 유지하라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이해하는 것은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보다 이국적인 것이 더 비싸고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과대평가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신비감을 느낄 때

당신을 더 높이 평가한다.

 

따라서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당신이 하는 말에 의미를 알아듣되

당신을 비판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가 적절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왜 칭찬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나 신비로운 것을 숭배한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마라

 

사람들은 상대가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을 통해

그의 생각을 유추한다.

따라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실질적인 지혜는 없다.

 

자신의 패를 보여주고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진 돈을 모두 잃게 된다.

말과 행동을 아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물리쳐야 한다.

 

사람들이 집요하게

당신의 생각을 알아보려고 할 때에는

먹물을 내뿜은 오징어처럼

당신의 생각을 감춰라.

 

당신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고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당신의 성향을 파악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깔아뭉개거나

아첨하는 식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친밀한 교제는 피하라

 

남들을 너무 친밀하게 대하지 말고

그들도 당신을 그렇게 대하지 않게 하라.

너무 친밀해지면

완벽함에서 나타나는 우월함도 빛이 바래고

존경도 얻지 못한다.

별들은 우리와 멀리 있어서

그 화려한 광채를 유지한다.

신적인 것은 존중을 얻지만

인간적인 것은 경멸을 낳는다.

 

사람 사이에서는 더 많이 보여줄수록

가진 것이 적어진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조용히 숨겨져 있던 결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와도 너무 친밀하게

지내는 건 좋지 않다.

 

윗사람과 친밀하면 위험하고

아랫사람과 친밀하면 조심성이 없어진다.

천박한 사람들과 친밀한 것도 안 좋다.

그들은 어리석어서 무례하게 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호의를 얻으면

상대방의 당연한 의무라고 착각한다.

 

이렇게 과도한 친밀함은

천박함과 맞닿아 있다.

 

 

--칭찬을 구걸하지 마라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부끄러움 없이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지만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이러한 허풍선이들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면서

사람들을 기만한다.

 

한편 음식 부스러기를 찾아다니는 개미처럼

다른 사람이 이룬 성과의

부스러기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역시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로채려고 하다가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큰 성과를 이루었다면

굳이 그것을 뽐내지도 말고 허풍을 떨지도 마라.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고

공적에 대한 칭찬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라.

사람들이 영원히 자신을 칭찬하게 만들려고

자신에 대해 찬양의 글을 쓰게 하지 마라.

 

영웅처럼 보이기보다는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가장 안전한 생존법은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난다.

하지만 그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사귐도 있고

생각만 해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심지어 스치기만 했는데도

생각지도 못한 위험으로 나를 끌어들이는 이와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나에게 해를 주는 이들과는

애초에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태도다.

사람을 사귀는 일을 항해로 비유하자면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려 난파될 위기가 있는

위험천만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시인 호메로스는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현자 오디세우스의 입을 빌려 이런 말을 남겼다.

위험해서 멀어져라.

언제나 가장 안전한 생존법은

못 본 척, 못들은 척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일을 떠맡지 마라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이 없으면 부도, 건강도, 사람도, 심지어 삶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적인 일이나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특히 쓸데없는 일을 떠맡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헛된 공명심 때문에

혹은 단순히 거절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일을 떠맡는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시기를 받고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자신의 영혼을 질식시킨다.

 

 

--사태를 관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열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물이 얕고 안전한 항구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때로는 약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물리적으로, 때로는 도덕적으로

그것을 방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의사에겐 처방의 학문만큼이나 무처방의 학문도 필요하며

때로는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술이기도 하다.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평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손을 놓고 누워버린다는 것이다.

적절한 때에 양보하는 것은

훗날의 승리를 보장한다.

 

샘물은 약간만 휘저어도 흐려진다.

이럴 때 샘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둬야 맑아진다.

꼭 나쁘지만은 않은 인생의 규칙 한 가지는

그것이 지나가도록 놔두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윗사람의 비밀은 듣지도 말하지도 마라

 

윗사람의 비밀을 알려고 하지 마라.

그가 당신에게 비밀을 고백했다고 해서

당신이 그의 신복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윗사람의 비밀을 듣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마음의 짐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취한 모습을 상기시켜주는 거울을

언젠가는 깨버린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참 모습을 본 사람을 멀리하고

단점을 아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다.

그는 잃어버린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이성까지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때 권력자의 심복이었다가

한순간에 파멸당한 사람이 부지기수에 이른다.

 

따라서 윗사람의 비밀은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것이 현명하다.

 

 

--혀를 확실하게 관리하라

 

혀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혀는 통제하기 어려운 짐승과 같다.

한번 통제해서 벗어나면 좀처럼 다시 붙잡기 어렵다.

입을 가볍게 놀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경박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고

결국 신용을 잃게 된다.

 

사람의 인격은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법이다.

자기 혀는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마구 날뛰지 않도록

확실히 제압하고 상황에 맞게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혀를 잘 다루는 것이야말로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이고 신뢰를 얻는 비법이다.

 

 

--현명한 사람은 쓸데없는 잡담을 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쓸데없는 잡담으로

다른 이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

해야 할 말만 간결하게 함으로써

일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

 

이렇듯 좋은 말은 짧게 하면 더욱 좋아지고

나쁜 말도 짧게 하면 그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다.

물 한 양동이보다

와인 한 잔이 더 값비싼 것과 같다.

 

명언집에 실린 금어는 모두 짤막하다.

지혜가 간결하게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말을 장황하게 내린다.

 

말하는 요령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에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줄줄이 늘어놓는 사람은

남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남들이 청하지 않으면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주제넘게 나서지 않으면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

남들의 존중을 받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라.

자신의 인격에는 관대하지 말고 엄격하라.

 

남들이 청할 때 들어서야 환영받는다.

부르지 않을 때는 절대로 가지 말고

남들에게 청해질 때에만 가라.

제멋대로 나서게 되면

일이 잘못될 경우에 모든 불만을 다 짊어지게 되어 있다.

반대로 일이 잘 된다 하더라도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제넘게 나서면 온갖 무시와 경멸을 당한다.

뻔뻔하게 달려드는 차는

창피를 안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대화가 없는 우리를 떠올려 보자.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나를 표현하기도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대화가 없으면 우리는 힘들다.

 

그러나 대화의 성격상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방심하다가는 실수하기 딱 좋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뜻밖의 오해를 부르거나

눈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입을 열 때는 주의하고 또 주의하자.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이든 해라.

그러면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주고받는 말 속에

심리와 성격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친 기대는 발목을 잡는다

 

지나친 기대감은 발목을 잡는 짐이 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마라.

머릿속으로는 손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일을 진행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때가 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는 쉬워도

그것을 실현하기는 어렵고

상상의 욕망이 더해져 지나친 기대를 갖게 되면

실망은 그만큼 더 커지는 법이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지나친 기대에

기만당하고 실망한다.

희망만큼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도 없다.

따라서 안전하게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으로 희망을 다스려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지나친 기대가 아니라

적당한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멋진 일이다.

또한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실현하면

그 기쁨과 영광은 두 배가 된다.

 

 

--남 얘기를 하지 마라

 

여러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되는 화제가 있다.

바로 남에 대한 이야기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헐뜯어 눈앞에 있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열한 짓이다.

 

이때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비열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사람이라면 남의 험담을 들었을 때

자신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무리로 묶는 것이라 생각해

무척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기왕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면

미덕이나 선행을 전하는 것이 좋다.

 

좋은 소문을 말하는 것은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애둘러 예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다

 

성공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복수이다.

자기를 비난하는 사람을 오히려

치켜세우는 것보다 훌륭한 행위는 없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시기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보다

영웅적인 복수는 없다.

 

당신의 성공은

당신의 불운을 빌던 사람들에게는 심한 고문이 되고

당신의 영광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이 된다.

 

성공함으로써 상대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복수이다.

시기심이 강한 사람은 단 한 번만 죽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시기하는 사람이 박수갈채를 받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죽는다.

 

시기 받는 사람의 명성이 지속되면

시기하는 사람의 고통도 끝나지 않는다.

 

전자는 영광 속에 영원히 살고

후자는 고통 속에 영원히 산다

 

명성의 나팔이 전자에게는 불멸을

후자에게는 근심 걱정의 교수형을 선포한다.

 

 

--선을 확실하게 지켜라

 

인간관계에서는

결코 정도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

늘 절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동이나 사상에 대해

다른 이가 참견하도록 허락해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과 자신 사이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이걸 확실히 지키는 것이

상대를 존중하는 길이다.

 

 

 

--발타자로 그라시안의 글은

어느 CF의 표현처럼 꼭꼭 씹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 목표 달성, 삶의 가치, 현명하게 산다는 것, 소통 등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전한다.

 

그가 건네는 모든 지혜는

칼날처럼 예리해서 세상과 인간을 꿰뚫어 보고

경쟁에 내몰린 사회에서

어떻게 나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우리에게 제시한다

 

독일의 대철학자 니체는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하고

전 유럽 지식인들에게 소개했다.

 

염세주의 철학의 대표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 마저

이 책을 직접 독일어로 번역 출간하고

삶의 지표로 삼았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사후 재평가를 통해

로마의 위대한 철학자 세네카와 배견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인생의 난관을 지혜롭게 돌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넘쳐나지만

그런 책이 수천권이라도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건네는

단 한 줄의 무게와 비교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400년의 시공간을 건너온 삶의 지혜를 받아들인다면

당신의 내일은 오늘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