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tbsTV 도시의 품격

[도시의 품격]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참사, 삼풍 백화점 붕괴, 용산참사,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Buddhastudy 2019. 3. 1. 23:19


지금 그곳엔 아무것도 없네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것도 없네.

 

그곳은 텅 비었고

인적 없는 평지가 되었고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출퇴근하는 도심 속 대로변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 2711

살해당한 유럽의 유대인들을 위한 기념비

도심 한복판에 만든 빽빽한 검은 공간

 

700만 명 유대인 희생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사람들

자신들이 학살의 가해자였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것은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기념비 지하 박물관에 적힌 작가 프리모 레비의 말

 

뉴욕 맨해튼 한복판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희생자를 기리고, 참혹한 비극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9.11 테러로 아들을 잃은 유족

 

2001911

테러에 의해 산산조각 났던 세계 무역센터

그 자리

2983명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 둔 그 자리

(1993년 지하주차장 폭탄 테러, 20019.11테러 희생자 수)

 

그리고

우리는 기억한다 (We remember)”

9.11 추모박물관 내

그 날의 기억을 인터뷰 한 264개국 400여 명의 이야기

 

시간이 지나도 결코 그대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리

-

로마 시인 버질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기억

도심 한 가운데 세워 둔 기억

 

 

그리고

서울의 기억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있었던 그 자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던 그 자리

2009년 용산 참사가 있었던 그 자리

 

지금 그곳엔 아무것도 없네.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것도 없네.

 

그곳은 텅 비었고

인적 없는 평지가 되었고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 용산참사 희생자 추보시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심보선 작 중에서>

 

2016517일 강남역

한 여성의 죽음 앞에 놓이는 작은 종이 한 장

다시 태어났을 땐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언니가 최선을 다할게. 나와 만 하루차이로

그곳에 있었던 널 잊지 않을게.’

 

2016528일 구의역

어린 노동자의 죽음 앞에 놓이는 작은 종이 한 장

이 곳에서 열심히 일했던 19살 청년이 죽었습니다.

이 청년의 죽음을 잊지 말아 주세요.’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

 

그 자리

그 순간

그 사람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

 

나지막한 돌 하나를 남기는

품격있는 도시

도시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