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24)

한국에 살 때 제가 불행하다고 느꼈어요. 근데...

Buddhastudy 2020. 3. 26. 20:33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일까?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훨씬 수월하고 쉬워 보인다.

여기에는 가용성 편향, 혹은 손실 회피 편향 같은 우리의 기본적인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예전에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봤는데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가 어디인지 각국에서 조사해보니

대부분 조사한 해당 국가가 가장 부패했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사는 곳,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다 나쁘고 힘들어 보이게 마련이다.

 

최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국에 살 때 불행했는데, 외국에서 단기 거주로 살아보니 너무 행복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한국이 살기 힘든 주관적인 이유를 여러 가지 나열했다.

하지만 댓글은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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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때 제가 불행다고 느꼈어요. 근데

외국에서 단기 거주로 살아보니 왜 행복한 걸까요?

한국에서 너무 일에만 얽매여 있고 답답하고 사람들이 민감하고 모여서 남 욕하고 흉보고, 회사 일도 바쁘고, 짜증나고, 죽고만 싶었는데

왜 외국에서 살면 행복할까요?

 

날씨의 영향도 있나요?

전 한국 날씨도 겨울 되면 춥고 짜증나던데...

거기에 옷 못 입거나 패션 감각 없으면 매일 바꿔 입어야 하고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싫고 짜증나는데

외국은 일부 상류층만 그렇게 살고 다들 너무나 평범하게 사는 거 같아요.

 

살찌면 왜 부었냐? 남친 왜 안 만들어? 결혼은 언제 해?

저딴 것들도 다 짜증 나고 싫던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서 좋아요.

대체 뭐가 저의 한국 삶을 어렵게 만든 걸까요?

저만 한국이 복잡하고 싫은 걸까요?

다들 만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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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저주라 외국이 더 낫게 느껴질 수 있죠.

/한국에서도 서울 사람이 부산 단기 거주로 가서 살면 행복할 거예요.

/잠깐이라 그렇지, 거기도 정착하고 부류에 섞이면 사람 사는 거 비슷해요.

물론 외국인들은 오지랖 떨고 외모 지적 같은 건 조심하니까 차이는 있지만요.

/사람마다 적응하는 법이 다르니 외국이 좋은 사람도 있고, 향수병 걸려 금방 오는 사람도 있지요.

/제주도 한달 살기해도 좋을 걸요?

/단기 거주로 제주도 가도 행복하고 시골 가도 행복하고 산속에 있어도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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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국에서 6개국 이상씩 살아 본 적이 있다.

가장 오래 거주했던 기간은 5년이었다.

내 경험도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5년 정도 살려면 그 나라에서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전혀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죽어라 일을 했다.

 

그렇게 일하며 그 사회에 들어가 보면 이방인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반대로 한국에 좋은 점들이 보인다.

 

6개월을 지낸 곳은 어학연수 목적으로 갔던 캐나다였다.

그때는 돈 쓰고 공부하고, 친구들만 사귀면 됐다.

그렇게 좋은 시간이 없었다.

일종의 장기 휴가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에서 살아서 지적이나 간섭을 덜 받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엄청난 착각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외국인은 그냥 관심 밖의 대상이다.

언어의 장벽까지 있으면 말을 섞기도 어렵다.

오히려 외국인으로 해외에 정착해 살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겪게 된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간섭같은 것과는 레벨이 다른 고통이라는 것을 알 방법이 없다.

분명 우리나라보다 종합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라 문하에 완전히 적응했을 때의 일이다.

 

세계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GDP15위 안에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국에 속한다.

 

그리고 치안, 의료 서비스, 대중교통 등 좋은 부분도 많다.

만약에 신이 나에게 태어날 나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200개의 나라 중에서

경제적으로 20위 안에 들어갈 확률은 10%가 안 된다.

나는 그런 무모한 도박에 인생을 걸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