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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TV] 아베처럼 돈을 만들고 존슨과 트럼프처럼 돈을 쓰라!

Buddhastudy 2020. 5. 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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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처럼 돈을 만들고 존슨과 트럼프처럼 돈을 쓰라!>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 아래를 향한 양적 완화

최인호

2020512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어슬렁거리고 있다.재정건전성이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정치권과 학계, 시민과 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모두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은 재정건전성을 천사로 여기고, 양적 완화를 악마로 여기는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천사로 오인되는 재정건전성 유령을 때려잡지 않는 한, 악마로 오인되는 양적 완화에 착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코로나 경제위기의 불길에 스러지는 희생자들을 낳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 연설이 있었던 510일은 여전히 재정건전성 유령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의 안이한 통념을 확인하는 날이었으며, 적자 재정 없는 복지 확대약속을 듣는 날이었다.

 

재정건전성 유령을 때려잡고 아래를 향하는 양적 완화를 결행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응당한 영웅 송가 속에 임기를 마치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민주당의 정권재창출과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은 그러한 바람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하여 집필된 글이며,

 

I) 재정건전성 종교의 전도사인 기획재정부는 어떻게 문재인 정부를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정부로 만들었는가

 

II) 코로나 경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정부는 어떤 정책 목적과 목표를 가져야 하나

 

III) 미국, 일본 등이 실시한 양적 완화란 무엇이며, 대한민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떠한 양적 완화에 나서야 하나

 

IV)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에 답함으로써, 민주당 집권 연장과 20년 장기집권의 길목에서 만난 첫 번째 거대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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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통령은 기재부 관료들에게 어떻게 스텔스 공격을 당했나?

이 질문은 다음의 질문으로 치환될 수 있다:

김동연은 어떻게 소득주도성장을 암살했는가?

 

--성장을 내걸었지만 성장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표방한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단어 말미에 성장을 내건 이상, 경제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내건 전략임과 동시에,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으로 (근로)소득 제고를 제시한 전략이다. 그리하여 정권 초반기의 최저임금 인상 노력이 탄생하게 된다.

 

성장을 내건 전략이므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경제성장률 변화과정을 살펴봄이 타당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지만 이렇게 성장을 달성했노라고 보란듯이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내재적으로 분석·비판하거나 기타종합적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글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뚜렷한 결과 통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위의 도표에 정부전체예산 대비 사회간접자본 투자 비율을 추가하기로 한다.

 

 

--확연히 눈에 띄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율 감소--

 

SOC 투자의 경기부양효과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통계만으로 “SOC 투자 비율 하강으로 경제성장률 제고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이전 정부들에 비해 SOC 투자 비율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며, 2)예산 편성에서의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확실히 이례적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의 SOC 투자비율과 비교하면 50% 이하로 급격하게 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 3년 동안 SOC 투자비율은 높고, 경제성장률도 높고, 출산율도 높아졌고, 자살률도 낮아졌다. 이것이 그들의 재집권이 성공한 구조적 이유라고 봐야 한다.

 

 

--토건족과 삽질정부라는 손가락질이 불러온 자승자박--

통념의 저주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을 비판하고 조롱하기 위해서 많은 깨시민들이 진중권이라는 평론가와 공유한 그 통념: 토건족, 삽질정부. 이 통념은 시중의 워딩에서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공식화하는 데 이르렀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에 건설·토건으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겠다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했었다.

 

정부의 이러한 공식 입장은 김동연 휘하의 기재부가 매우 자연스럽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후륜구동차량의 타이어 바람을 뺄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했다. 자신들은 전륜구동을 주장했는데, 자신들의 주장을 꺾고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륜구동을 선택한 데 대한 침묵 속의 복수라고 볼 수 있다.

 

바람 빠진 타이어를 달고 열심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후륜을 구동했지만, 대한민국 경제자동차의 속도는 제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낮은 속도(=낮은 경제성장률)의 원인을 타이어가 아니라 후륜구동 채택 때문, 즉 소득주도성장 전략 때문이라고 믿게 되었다.

 

 

--타이어에 바람을 빼고 달린 후륜구동차량--

정부가 이 과정을 끝까지 몰랐을 수는 없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기왕에 벌어진 문제를 신속 보완하기 위해서 긴급 조치에 착수했다. 20191월에 발표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예타면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점의 예타 면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건설·토건으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겠다는 애초 입장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고, “김동연 기재부가 문정부의 경제정책을 몰래 질식시켰다는 이 글의 인식이 타당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텔스 공격을 인지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연말에 김동연과 장하성을 동시에 물러나게 하고, 20191월에 예비타당성면제 발표를 하면서, (매우 늦었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 성숙근본적 성찰과 학습에 기반한 환골탈태는 아니었다.

 

거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패스트트랙 정국이 시작되었고, 아베의 무역왜란이 발발했으며, 윤석열 사태가 폭발했고, 어느덧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코로나 경제위기가 터졌고, 재난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이슈가 불거졌다.

 

--토건 정부 기피병증보다 더 심각한 재정건전성 유령--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이 당시에 근본적 성찰에 도달하지 못했음은 김동연 부총리 사임 한 달 후 기재부 주도로 국채 4조원 조기상환이 이뤄졌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또는 청와대는 건설·토건에 대한 시야만 유연해졌을 뿐, 여전히 재정건전성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2017년 초과세수 14조원에 이어 2018년 초과세수까지 25조원을 넘겨버리는 재정운용참사가 일어났다. 그런데도 국채 4조원 조기상환이라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 점에서, <1>20192.0% 경제성장률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샅바만 잡고 있다가 놓쳤다--

20195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을 40%로 본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보고에 미국은 107%, 일본은 220%, 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바 있다.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을 따지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홍남기 부총리에게 던진 대통령의 질문은 재정건전성 40% 마지노선의 근거를 채근하는 과정 속에서 2020년도 확장재정 예산을 도모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할 것이다.

 

5월의 질문은 근본적 지점을 둘러싼 치열한 논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기재부는 는 기축통화국, 부채는 국내조달이라며 예봉을 피해나갔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패스트트랙 정국아베 무역왜란윤석열 사태코로나 경제위기재난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슈로 숨가쁜 정국이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당정청의 경제철학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2020512일 다음과 같은 언론의 공격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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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코로나 경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현 위기의 성격: 외생적 위기, 선택된 위기, 딜레마적 위기--

현 위기는 정부의 방역 조치들이 경제순환을 동시다발적으로 단절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외생적 위기고, 선택된 위기며, 딜레마적 위기다. 볼드윈 등은 경제 순환표를 활용하여 여덟 개의 경제순환 단절 지점을 제시했는데, 이들의 분석은 현 위기의 총체적 파악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3)

3)Richard Baldwin and Beatrice Weder di Mauro, Mitigating the COVID

Economic Crisis, CEPR Press, 2020, p. 10

 

 

· 소비/생산 단절

1단절: 사회적 거리 두기 수요 감소

2단절: 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 (한국은 상대적 미약 상태)

 

· 금융 단절

3단절: 금융기관의 신용 공여 축소

4단절: 기업과 가계의 상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금융 부실 심화

 

· 공급망 단절

5단절: 국내 공급망 단절

6단절: 해외 공급망 단절

 

· 지급 단절

7단절: 수출/수입의 차질

8단절: 대외 지급 교란

 

 

 

이렇듯 현 위기는 경제 순환의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적 단절이 발생하는 위기이므로 경기 부양을 위한 수요관리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기 경제정책의 목표는 수요 회복을 통한 경기활성화나 미래산업 발굴·투자가 아니라 경제 생산역량 보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은 기업·가계에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려는 정책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입은 손실을 보상해 주지는 못한다. 통화정책은 기업과 노동자가 금전적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서 분산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만약 통화정책에 의존하여 위기를 타개한다면 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경제의 조속한 회복이 방해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재정건전정을 내세우면서 정부부채를 늘리지 않으려고 버티는 기재부의 대응은 현재의 위기를 통상적 경기침체와 구별하지 못하는 무능과 안일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가계 소득 지원 재난지원금--

현 위기가 일반적 경기침체라면, 가계소득 감소는 거시경제적 경기부양으로 대처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가계에 대한 직접적 현금지원의 불가피성은 여기서 도출된다. 상당수 정부가 이미 이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가계에 대한 직접적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번 위기가 시작되자 의외로 곧바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생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 이번 위기의 특성 때문에 현금 이전은 여러 나라들에서 정치적 입장을 떠나 큰 논쟁 없이 수용되었다. 특히 실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미국, 한국 등에는 적절한 방안이었다. (유럽 국가들 중에는 현금의 직접적 이전보다 기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활용한 곳들도 있다.)

 

한국의 경우, 오로지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집착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다른 용도로 지출이 예정되어 있던 재원을 전용하여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왼쪽 팔에서 피를 뽑아 오른쪽 팔에 수혈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 있는 정책 구현이었다. 더구나 최종적 행정 행위와 도달할 때까지 당정청이 보여준 갈짓자 걸음과 혼선은 이후의 위기 대응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문재인 정부의 미래에 대한 안타까운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이 글의 작성은 바로 이러한 의구심과 안타까움,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국채 발행을 통한 가계 지원--

재정건전성은 평상시의 경제 운용에서 국가 신인도 제고를 통해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할 때 고려하는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앞세운다는 것은 현 위기의 본질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현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방역 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만약 바이러스 퇴치가 지연된다면 (그런데 이태원 사태가 터졌다!) 가계에 대한 현금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재난지원금은 국채 발행을 통해 추가로 마련한 재원으로 제공해야 소득 감소를 상쇄한다는 원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가계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몇몇 나라는 세금을 납부할 수 없는 가계에 대해서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납부를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납부 유예는 저소득 가계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공공요금이나 주택대출이자의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국채 발행을 통한 기업 지원--

방역 기간이 길어지면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나라는 세금 유예 등을 통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지원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 및 투자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 많은 기업은 유동성 지원이 있더라도 파산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방역으로 영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고용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가계 소득 단절이 심화 되면서 경제는 침체의 악순환에 빠진다. 더구나 조업 중단 등으로 인한 영업 차질이 지속되면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그렇게 될 경우, 방역 조치가 종료되어 위기가 끝나더라도 유무형의 자본을 상실함으로써 경제 회생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에즈와 주크만 교수가 제안했듯이 국가가 최종 지급자(payer-of-last-resort)의 역할을 맡아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더라도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임금, 월세 등 기업의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4)

4)Emmanuel Saez and Gabriel Zucman, <Keeping Business Alive: The Government Will Pay>, Social EuropeMarch 16, 2020

 

사에즈 교수 등의 제안에 따르면, 이 방식은 향후 빈발할 수 있는 전염병 유행에 대비한 일종의 사회보험제도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보건상의 위기는 기업의 의사 결정과는 어떤 관련도 없으며 기본적으로 일시적인 사건이다. 정부가 방역 기간 중에 기업의 유지비를 부담한다면, 기업들은 거리 두기나 조업 중단으로 인한 영업 단절 이후에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고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만약 금융적 지원으로 위기를 버텨 낸다면 위기 이후에는 큰 부채 부담을 지게 된다.

 

사에즈 교수 등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3개월간 수요의 30%가 줄어든다고 했을 때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 GDP3.75%가 필요하다. 사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이 손실을 기업과 가계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서 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사회화되고 경제 역량을 보존할 수 있다. 기업이 가동되지 않는 동안에도 고용과 기업이 유지된다면 가계의 소득 손실도 최소화되기 때문에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이전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기업과 가계가 겪는 손실이 공공 보건을 위한 사회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그에 따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당성이 있다.

 

영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미국 등이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을 중심으로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이 아베처럼 돈을 만들고 존슨, 트럼프처럼 돈을 쓰라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아베처럼 돈을 만들어라를 말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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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미국, 일본 등이 실시한 양적 완화란 무엇이며,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떠한 양적 완화에 나서야 하나

 

앞에서 제안한 것처럼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에 정부가 가계 소득을 지원하고 기업 유지비를 부담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국채를 발행하고 적자재정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많은 중앙은행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금융 부문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국채, 회사채,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 매입은 정부와 민간의 차입 비용을 경감시켜 준다. 따라서 정부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채를 민간에 매각하면 위기 기간 중에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정부의 적자재정에 맞추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돌입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금리를 0.75%로 유지하는 한편 시중에 무제한적 신용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국채를 직매입하기도 하고 정부의 보증이 있을 경우 회사채도 매입하겠다는 다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균형재정의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를 화폐화하는 정책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결합--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의 담보가 증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담보 증가는 중앙은행으로부터의 대출 증가와 동의어다.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증가하면, 다시 말해 신용 공급이 증가하면 시중의 통화량이 많아지고, 금리가 낮아지게 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제공되는 신용이 증대하여 총수요가 증대하고, 이는 경기 부양으로 이어진다.

 

이전에는 이러한 통화량 증가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라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0에 가깝게 되면, 이러한 기준금리 인하에 의한 시중 금리 인하 유도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시중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게 되는데, 기준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으니 시중 금리를 효과적으로 내릴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뛰어넘고자 고안되고 실행된 것이 양적 완화. 그러므로 양적 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양적 완화에는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채권, 즉 국채를 매입하여 이를 담보로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편의상 양적 완화 I이라고 부를 텐데, 이 글이 요구하는 정부 정책들이 실행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돈을 빌려간 정부가 그 돈을 시중에 지출하는 재정정책을 펼치게 되면 시중 유통 통화량이 증가할 뿐 아니라, 앞서 말한 가계 및 기업 지원의 재원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서 코로나 위기 생산 능력 보존과 시중 금리 인하를 도모할 수 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서의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의 결합이 필요한 이유다.

 

--양적완화와 중앙은행 자산증가--

중앙은행이 민간으로부터 회사채 등을 매입하여 이를 담보로 민간에 돈을 빌려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편의상 양적 완화 II라고 부르자. 중앙은행에 회사채 등을 판매하여 자금을 조달한 회사들이 그 돈을 이용하여 경제활동을 지속하게 되므로 시중금리가 인하되고, 경기 부양 효과가 생긴다.

 

어떤 나라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그 나라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담보’(=자산)의 양이 늘었는지만 살펴보면 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그래프다. 언제 양적 완화가 이뤄졌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급격하게 그래프가 증가한 2008~2009년과 2013~2015, 그리고 2020년이다.

 

--일본의 양적 완화--

정부가 써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만 말하면 안 된다. 국채의 매입 주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시중에 국채를 판매하는 것은 민간의 통화량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고, 이를 만기일까지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재정정책의 재원마련 용도로만 국채 발행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결합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통화정책을 통한 시중 통화량 증대가 발생해야 디플레이션을 막고, 목표 수준의 인플레이션, 즉 경기 부양을 이룰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크게 세 번에 걸쳐서 과감하게 실행한 양적 완화도 바로 그러한 것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양적 완화를 실행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깊은 디플레이션 늪에 빠졌을 것이다. 아베처럼 돈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일본의 양적 완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양적 완화를 통해서 시중에 공급된 돈이 금융권과 자산가에 집중되어, 이들이 생산 투자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가치가 하락한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를 통해 공급되는 통화가 정부의 재정 정책을 거쳐서 모두를 위한양적 완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 위기 대응 과제들, 즉 가계와 기업 지원, 고용 유지 지원 등을 통한단절 극복과 생산 능력 유지에 자금이 집중 공급되어야 한다. 고로 영국의 존슨 총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돈을 써야 한다.”

 

--양적 완화와 중앙은행 자산부실 우려--

원화 표시 국채를 정부가 발행하고, 이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한 후, 만기일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특별한 경제적 우려 없이 풍부한 재원을 확보해서 경제 생산 능력을 보존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기초 받침대를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30년 만기로 100조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은 이 국채를 받고 정부에 100조원을 준다. 정부 통장에 100조라고 인쇄하면 정부에 100조원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이자를 매년 받게 되면, 이 이자가 한국은행의 이익 증대에 기여하고, 한국은행은 이 증대된 이익을 정부에 다시 주도록 되어 있다.

 

미국 연준 역시 국채로부터 얻은 이익을 미국 재무부에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왼쪽 주머니로부터 오른쪽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것과 같은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술 같은 일은 법정화폐 시스템 자체에 내재한 원리로서, 정부의 화폐 주조 이익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기 대응에 사용하는 것이 된다. 중앙은행의 자산 부실 우려는 발권력과 중앙은행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양적 완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근거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추진되는 행위가 바로 양적 완화인데, 인플레이션 우려를 내세운다는 것은 체중 불리기를 목표로 하는 운동선수에게 체중 증가 우려를 말하는 것과 같다.

 

일본은 엄청난 양적 완화를 실행했지만, 인플레이션 비슷한 것도 생기지 않았고, 금리는 내려갔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더욱 근거가 없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단순 통화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정부로서 아예 필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혼란 시기에만 생기는 것이고, 역사적으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 오스트리아에서 단 한 번 있었던 일일 뿐이다.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등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국가로서의 기본 기능 수행이 난망할 때 생긴 사건들일 뿐이다.

 

--정책 방향 제안 소결 아베처럼 돈을 만들고 존슨, 트럼프처럼 돈을 쓰라--

코로나 경제 위기의 본질적 성격을 규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경기 부양이 아니라 단절 메꾸기생산 능력 보존이 정책 설정의 근본 목적이 되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근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가계 지원기업 지원을 통한 고용 유지, 소득 유지를 정책의 목표들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목표들을 구현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방법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통일을 제안했으며,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확보,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과 보유라는 돈 만들기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므로 아베처럼 돈을 만들라!”가 된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가계 및 기업 지원, 고용 유지 지원 재원으로 집중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므로 존슨과 트럼프처럼 돈을쓰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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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구상을 검토한 결론은 내용 없음이다.

 

정부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코로나 위기로 사회경제적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적거리두기의 경험으로 인해 비대면디지털화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비대면 디지털 중심으로 혁신 성장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창출하겠다.”

 

이게 끝이다. 정부가 발표한 9페이지 문건을 요약하면 내용은 그렇다. 다른 내용은 없다.

 

눈 밝은 지지자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교훈이 비대면 디지털화의 필요성밖에 없을까? 온 세상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달라지는 것이 비대면 디지털화에 한정될까?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위기는 또 올 것이다. 그때에는 비대면 디지털화만 되어 있으면충분한가?

 

물론 대통령은 고용보험의 전 국민적 확대를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을 뿐 구체성이 너무 없다. 게다가 증세 없는 복지처럼 적자재정 없는 복지 강화로 들린다. 심각한 문제다.

 

뉴딜은 단순한 산업정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루스벨트의 뉴딜은 자본주의 경영의 자유방임 기조를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대체한 경제 운영의 세계관 변화이다. 자본주의는 가만히 놔두면 자율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당시까지의 절대적 원리를 수정하는 데 뉴딜의 핵심이 있다. 뉴딜의 교훈으로 대다수 정부는 경제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 다시 자유방임으로 회귀하자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득세하면서 뉴딜적 사고의 후퇴가 있었고, 2008년 위기 이후 새로운 뉴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은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을 하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전통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 민영화, 세계화의 이름으로 국가의 책임있는 경제 경영을 배제하는 신자유주의적 기조가 우리 사회의 경제운영에도 큰 영향을미쳤다. 현재 재정건전성이라는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남아 있는 신자유주의 원리이다. 재정 건전성의 핵심은 국가 지출을 제약하는 작은 정부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의 구상은 사실 특정 산업의 육성책에 불과하며 뉴딜이라는 이름에 값하지 않는다. 최소한 코로나 위기가 다시 한번 상기시킨 국가의 책무에 대한 재 규정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 대처하는 방안이 단기간에 만들어져서 한번의 선언으로 마무리 될 성질은 아니다.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교훈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교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논의 없이 서둘러 위기 이후 대책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직 이번 코로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재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에 대해서 대처 방식과 방침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방역의 상대적 성공과 재난 지원금 지급으로 코로나 위기가 마감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 디지털화에 한정 된 한국판 뉴딜을 서둘러 발표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재부와 청와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이 글에서 제안된 정책들이 구현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부의 일은 관료가 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료와 청와대 관료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의 문제를 빼고 정책만을 논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지점을 놓치는 아마추어적 서생적 접근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내의 경제 정부이고, 기재부 장관은 경제 대통령이며, 이 경제 대통령의 신념과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 그런데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코로나 위기를 통해 완전히 파산 선언을 당한 상태다. 전세계는 /의 문제를 넘어서 재난자본주의패러다임으로 넘어간 상태다.

 

전쟁에는 좌우가 없고, 총알에도 좌우가 없다. 대통령이 말한 전시경제는 그런 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의 독소 전쟁에서 독일은 우파적 전쟁 전략/전술을 쓰고, 소련은 좌파적 전쟁전략/전술을 쓴 게 아니다. 승리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전시 동원경제를 효과적으로과감하게 수행했을 뿐이다.

 

전쟁이 발발했는데, ‘적자재정을 펼치지 않는 정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다.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 연설에서 경제전시상황을 선언하고, 기재부 장관은 재정건전성과 균형재정을 말하는 상황이다.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상황의 모순을 온몸으로 지적하고 수정하려는 사람들은 정당에도 언론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정부 지지세력 전체의 역량 부족이 역사 앞에 드러나는 순간이 될까 두렵다.

 

인사 문제를 정치적으로해결하여 첫 단추를 풀고, 코로나 경제전시상황을 위한 경제적승리를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지지세력 내 힘 있는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가 역사적으로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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