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란?
깨달음을 단번에 깨칠 수 있다면
사상이란 것은 애초에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세존과 같은 타고난 성자가 아닌 한
누구나 단계별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계단을 밟듯 차근차근 깨달음을 향해 올라야 하는데
그 과정이 바로 사상이다.
선도에서 아홉 단계로 나눈 것에 비히면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수행을 하면서
의식이 성장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떠올려 보자.
그것이 과연 사상과 잘 맞아떨어질 것인지...
깨달음에 관심 없이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의식을 보면 어떨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나’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아무튼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의 영성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두말할 거도 없이 인생이란 무대의 주인공이다.
이점은 수행자가 됐다고 해서
아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큰게 변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나’ 외의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인데
이 차이에 의해 사상은 명확히 구분된다.
외계의 모든 것을 나의 삶을 위한 들러리,
다시 말해 엑스트라 정도로 본다면
아집이 남달리 센 경우라 하겠다.
이렇게 나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한 일반적인 성정을 일러 아상이라 한다.
이 아상을 지닌 자가
시공의 한계를 느끼고 수행이란 것을 시작했다고 치자.
사마타로 분별을 지우고
위빠사나로 분별을 초월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에 대한 집착은 그만큼 줄어들 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주변을 보면
그들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조연급으로 성큼 자라나 있을 것이다.
엑스트라는 없으면 그만이지만
조연은 다르다.
그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연인 나의 위치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절로 주변과의 관계에 애정을 쏟게 되고
쌓았던 벽은 봄눈 녹듯 하여 원활한 관계망이 형성된다.
나와 남을 비슷한 선상에서 바라볼 줄 알게 된 것으로
이런 정도의 의식 수준을 일러 인상이라 한다.
인상은 글자 그대로 인(남)이 나의 심중에 자리 잡게 됐다는 뜻이다.
인상이 되면 그만큼 의식의 시공이 넓어진 것이다.
여기서 더 수행에 정진하면
나와 남으로 견주는 것을 넘어 물아일체의 경계까지 들어간다.
이때 공에 대한 이해가 부쩍 깊어지면서
나와 남이 본질적으로 둘이 아니라는 관념이 생겨난다.
이렇게 의식이 더욱 커지고 나면
좁은 시공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남들의 삶이
우매하거나 측은하게 다가온다.
나가 깨달음에 성큼 다가서다 보니
남이 진닌 중생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한 자로 나누어 보는 관념이 싹트고
그래서 이런 경지를 일러 중생상이라 한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주인공이니 조연이니 하는 겉치레에 둔감해지고
오로지 작품(창조성)과 연기(가치와 보람)만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중생상에서 더욱 수행에 정진하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공 아닌 것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를 포함하여 모든 것은
그저 시공이란 무대에서
공이 유력과 무력을 번갈아 일으키며
정보 놀음을 펼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감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정보의 이합집산으로 보게 되는데
이런 경지를 일러 壽者相이라 한다.
壽수란
생명을 지닌 존재에게 부여된 시간을 말하며
그 속엔 공간이란 개념도 더불어 포함된다.
그래서 수자상에 이르면
시공에 놓여진 정보에 보다 주목하게 되고
자연히 주연, 조연 작품, 평가 같은 개념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시나리오라는 정보만 휑하니 남아 있게 된다.
정보만 남아 시공을 가득 메우는 상태
바꿔 말해 공으로만 보고 듣고 해석하는 의식 상태가 된 것이다.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은 이처럼
수행의 진전에 따른 의식의 성장 과정을 구분한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중생이 거쳐야 할 필수 단계이며
그렇기에 수행자라면 필히
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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