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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역시 인간관계 중의 하나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저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가장 적응하기 좀 힘들었던,
힘들었던 인간관계가 있다면 시어머니와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참 왜 예의 것 대하자니 또 친근감이 떨어지고,
너무 친근하게 대하자니 또 사실은 너무 가까이 가면 약간 다치는 느낌?
뭔가 이런 것들도 있고...
어디까지 시어머니랑 어떻게 하고 잘 지내야 하는지 나도 되게 살면서 고민들을 많이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또 시어머니가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내 기분, 성품이나 이런 것들...
사실 인간관계가 다 그렇잖아요.
나도 시어머니의 성품이라든지, 말하는 투라든지, 이런 것을 안 좋아할 수도 있고 이랬거든요.
사실 약간 섭섭했던 것들이 있다면 이런 것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내 자랑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잘 안 들어요. 자꾸 딴 짓을 해. 이렇게 뭘 방을 닦고 이렇게... 우리집 얘기하면
“내 동생이 있잖아요 어머니...” 이렇게 얘기하면 잘 안 들으시고 딴짓하면서
“얘, 거기 있잖아, 네 오촌당숙 그 사람 어땠는지 아냐?”
그리고 나서 또 오촌당숙 자랑을 해요. 당신네 집안이 얼마나 괜찮았는지 이런 얘기를 하고
나는 어디 말도 못 꺼내겠어.
그래서 나중에 몇 번 해보다가
“아우, 말하지 말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그것도 다 초기죠. 결혼 초에는 그랬거든요.
물론 나이들어가면서 다 변해요.
그 며느리 노릇은 얼마 동안 하게 될까요? 보통...
우리가 결혼을 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한다 치고
어머니가 80 90까지 산다치면 그 인간관계는 무려 60년이나 함께 가는 인간관계에요.
그러기 때문에 제일 좋은 건 뭔지 아세요?
억지로 시어머니가 원하는 나를 만들려고 애쓰다가 보면 스트레스받아서 정말 가기 싫어져요.
그러니까 시댁 가서 편안해야 되요. 내 집처럼.
왜냐하면 사실, 자식이 되어지는 거 잖아요 우리가.
왜냐하면 60년이나 사는데 어머니랑.
또 어머니도 60년이나 얘를 데리고 살려면 이게 내 자식같아야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가 잘되는 집을 제가 봤더니
그 성격 그대로 다 놓고, 처음엔 조금 갈등을 겪더라도 한 10년 20년 가면서 둘이서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아이고, 쟤는 원래 그래” 이렇게 오히려 단점도 귀엽게 여기면서 넘어가는 사람이더라고요.
우리 직원 중에 이런 사람 있어요. 게을러터졌어요. 엄청 더러워.
나 게네 집 가봤다가 깜짝 놀랐잖아요. 하도 청소를 안 해서. 나는 시어머니도 아닌데
“아우 얘, 너 왜 이렇게 더럽게 살아?”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게네 시어머니는 오죽 했겠어요.
집에 오시면 막, “아우, 세상에 까치발 들고 다녀야 되요.”
발 디딜틈도 없어야 되어서 까치발 들고 다닐 정도로 정말 그렇게 더러웠거든요.
처음에는 며느리 얼마나 못마땅하겠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이 며느리가 장점이 있네.
뭐냐하면 수더분해. 수더분한 바람에 지저분 한 겨. 지 눈엔 그게 안 띄어. 더러운지 안 띄어.
그러니까 어떤 장점이 있냐하면요,
다른 며느리한테는 이런 얘기 살짝 하면 며느리가 대게 예민해서 일주일 속 썩고 아들을 붙잡고
“어머니 나한테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고, 이런 식인데
이 며느리한테는 좀 섭섭한 소리 해도
“아휴, 어머니 괜찮아요. 저는 금방 잊어버려요.”
애가 자기 더러운 거랑 똑같이 살아요, 애가.
집도 너저분해도 참고 살 듯이, 시어머니가 이런저런 소리 한 거 다 마음에 담고도 아무 문제 없이
“어머니 어머니” 그러면서 웃으면서 잘 사는 거예요.
애가요, 장점이 많은 거예요.
그러니까 집이 조금 더럽게 쓰는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안 되더래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 거죠.
여러분, 그 친정엄마 어땠을까요?
얘 어렸을 때부터 지저분했을 거 알았죠.
그러나 친정 엄마가 아는 거 아니에요?
”야, 얘가 이렇게 청소도 안 하고 지저분하게 하고 살아도 쟤가 얼마나 수더분한 애인데..
쟤는 그거 갖고 잘 살 거야“ 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얘를 시집을 보냈죠.
그런데 시어머니가 그걸 몰라주면 되겠어요?
이 시어머니도 참 똘똘하신 분이세요.
”아하, 이 지저분하고 방청소 안하는 거 이면에 또 저런 수더분한 성격이 있구나
수더분한 성격과 방 대충해놓고 사는 성격이 다른 게 아니구나
얘가 이거 하나로 버티는 애구나.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야지. “
얼마나 둘이서 친하게 지냈는데요.
자, 이런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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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에 하나는 또 웃기는 애가 있어.
며느리 성공사례로 발표해야 해요.
아후 얘는요, 애가 집안일을 너무 못해. 집안 일을 또 그렇게 못해요.
하려고 엄청나게 애써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워낙 애기 같아요.
지금도 애기 콘셉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얘에요.
시어머니가 결혼 초에 밥을 하는데, 콩나물을 다듬으라고 했데요.
그런데 자기가 볼 때는 콩나물을 왜 2시간씩 다듬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더래요. 대게 순수한 애거든요.
만나보면 지금도 그래요, 걔는.
그래서 다 잘라 버렸대요. 위 아래를.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콩나물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걸 보더니
”얘, 너 뭐 한 거야?“
”그냥 깨끗하게 다듬었는데요, 어머니 이렇게 하면 5분 만에 끝나요, 앞으로 2시간씩 하지 마세요.“ 그랬데.
시어머니가 너~~~무 기가막혀서 입을 딱 벌렸데요.
다음에는 쪽파를 다듬으라고 그랬대요.
며느리들이 싫어하는 음식 3대 재료 아시죠?
쪽파, 콩나물, 미나리. 아주 죽어요. 부추도 포함시켜야 돼.
이걸 한올한올 하려면 2시간 걸리지 않아요? 얘는 어떻게 했게요?
쪽파 아래위 잘라 버렸지. 하하하
그다음부터 ”어머니 제가 미나리 다듬을까요? 하는 순간에 어머니가 미나리를 냉큼 채가시면서
“너는 앞으로 다듬는 거 하지 마!“ 그래서 다듬는 걸 안 한다네...
얘 지금까지 얼마나 순진무구한 이 콘셉으로 밀고 나가는지
애가 되게 말랐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먹으라 그래도 안 먹어요.
그런데 마르는 체질이에요.
어머니는 어떤지 아세요?
침대 맡에다 초콜릿을 이만큼 놓고 편지를 쓰고 나가신데요.
”우리 며느리 살쪄야 된다. 내가 주는 초코렛 꼭 먹어라.“
지금 얼마나 친구처럼 지내는지...
또 시어머니의 특성도 있으세요.
시어머니 너무 깔끔 떠셔서 되게 힘들게 사신단 말이에요.
방 청소하느라고 집을 못 나가시는 분이에요.
얘가 가끔씩 가서
”어머니 외출해요. 지저분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막 어머니 끌고 나가서 맛있는 거 같이 먹고, 같이 쇼핑도 하고...
얼마나 둘이서 친하게 지내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사실은요, 인생을 산다는 건 불행도 인생의 재료이고, 행복도 인생의 재료죠. 그죠?
불행포함해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이듯이
한 사람과 살아간다는 것, 특히 새로운 사람과 적응하고 산다라는 것은
사실 어떻 게 보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단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단점을 포함해서 살아야지, 자식이 되죠.
그거 쳐내면 절대 60년, 내 며느리 내 자식 안됩니다.
그거 쳐내면 60년 시어머니 내 어머니 안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가 그런대로 괜찮아지는 이유는
어렸을 때 이해 못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에휴, 다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단점도 이해하지, 이젠 점점 어떻게 돼요?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그 사람을 담을 수 있는 부피가 커지면서 그런 게 오는 거 같아요.
여러분도 한번 가만히 살펴보세요.
그 사람의 지저분한 것 이면에 수더분한 면이 있다든지...
아니면 콩나물을 뚝뚝 잘라내는 그 뒷면에 보면 너무 순수한 점이 있다든지...
또 어머니의 그 깔끔 덕분에 그래도 이만큼 살아서 우리가 돈 걱정 안하고 산다는지...
정말 여러 가지 것들이 있거든요.
사람이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기 시작하는 건
바로 그 사람의 욕심, 그 사람이 그 사람을 사랑하려고 생각하지 않는 아주 좁은 마음 때문에 더 미운 거 아닐까요?
여러분, 조금 더 마음을 여시고 전체적으로 사랑할 줄 안다면
그래도 60년짜리의 이 엄청난...
남이 며느리가 되고 자식이 되고, 남이 내 어머니가 되는
이 인간관계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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