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뇌와 몸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특히 서양에서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상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다른 몸으로 이식하면
그 새로운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해 왔고
이것을 실제로 실현시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약 100여 년 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랑스 외과의사 알렉시 카렐과 찰스 거스리는
최초로 ‘개 머리 이식 실험’을 했습니다.
수술을 받은 개는 보고, 짖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몇 시간 뒤에 죽었습니다.
이후 1954년, 러시아의 의사 블라디미르 드미코프도
여러 번 ‘개 머리 이식 수술’을 했지만
모두 며칠 만에 죽었고, 가장 오래 산 경우는 29일이었습니다.
윤리적인 비판이 일어났지만
이후 여러 해 동안에도 이런 실험은 쥐, 심지어 영장류에도 실시되었는데,
1970년대 로버트 와이트가 시행한
‘머리 이식 수술’을 받은 붉은 털 원숭이는 8일간 생존했고
그는 원숭이가 정상이었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한 정상의 의미는
원숭이가 물고, 씹고, 삼키고, 눈으로 추적하고,
특징적인 EED, 즉 뇌파 패턴을 나타낸다는 의미였습니다.
실은 원숭이가 질식하지 않도록
계속 약물을 투여하고, 주기적으로 산소 공급을 해주는 기계가 필요했습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를 옮겨 다니고
바나나를 먹으며 생활하는 정상 원숭이와는 달랐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머리 이식 수술’은
머지않아 인간에게도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중국의 신경외과 의사 렌샤오핑은
쥐 머리 이식에 성공했는데
그가 접합한 쥐는 6개월까지 생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어 2013년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조 카나베로는
인간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2016년 척수성 근위축을 앓고 있었던 발레리 스피리도노프는
이 수술을 자원했는데
카나베로는 90%의 성공 확률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스피리도노프는
어느 여성과 사랑에 빠진 후 이 수술을 취소했습니다.
2017년 카나베르와 렌은
머리 부상으로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증자의 사체에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이식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몸에서 나타나는
새 머리에 대한 거부 반응을 억제할 면역요법과
머리를 살아있는 상태로 새 몸에 부착할 때까지 유지하는
최신 심부 저체온 기술을 이용하면
이 수술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말기 환자 중 자원자가 많으리라고 확신했고
미국이나 유럽의 연구소에서는
그런 실험을 허가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은 중국에서 수술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2017년 2구의 인간 시신에 대해
18시간의 수술 끝에
머리와 몸을 접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최초의 신장 및 심장 이식의 경우에도
많은 윤리적 비판이 있었지만
현재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거부되었다가
나중에 채택된 아이디어의 사례가 있고
말기 질환이 있지만 뇌 기능은 손상되지 않은 환자에게
머리 이식을 수행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머리 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문제 말고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이 실험은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실험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비용이 천억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는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고
곧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카나베로와 렌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려면
심리적 회복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사례로 든 실험은
고작 손 이식이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머리를 다른 몸에 이식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을 문제를
손 이식 때와 같은 문제 정도로만 과소평가하는 것이죠.
물론 머리를 새 몸에 이식하는 이 혁신적인 수술은
불치병을 앓고 있지만 머리와 뇌가 건강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희망적인 소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서
다수의 뇌 과학자들은
머리 이식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머리 이식을 받은 사람이 광기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몸이 작동하려면 뇌가 필요하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마찬가지로 뇌도 몸에서
그저 산소가 든 혈액만 공급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둘 사이의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낯선 몸에 뇌가 연결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위험성 이외에도
머리를 이식하면
뇌가 맡고 있는 여러 기능과 관련된 문제도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뇌가 만들어 내는 감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험해 보지 않는 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재향군인 병원의 심리학자인 조지 호만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척수 부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이전보다 감정을 덜 느꼈고,
심리학자였던 그는
그의 하반신으로부터 뇌로 가는 신체적 정보의 피드백이 사라졌기 때문에
감정을 덜 느끼게 되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다른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면담하며
부상 전후의 일부 감정적 느낌을 비교했는데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서 분노, 성적 흥분,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을 보여줍니다.
즉 신체에서 뇌로 보내는 정보가 감정에 영향을 준 것이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의 뇌는
그동안 끊임없이 몸을 감시하고 몸에 반응하며 적응한 뇌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몸을 가지면
뇌는 새로운 모든 입력에 맞춰 완전히 재배열되고
점점 뇌의 근본적 본질과 ‘커넥톰’이라는 연결 경로가 바뀔 것입니다.
뇌가 막고 있는 기능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몸이 바뀐다면
거의 모든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생명윤리 및 신경과학의 편집자인
폴 루트 울프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머리를 잘라내면
원래 몸에 붙어 있던 뇌가 아니게 된다.”
여러분은 머리 이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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