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통증은 뇌에서 인식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의 뇌는 생각만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주술사나 일부 종교인들은
그들만의 비밀의식이나 행동을 통해
인간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했고
실제로는 통증을 완화하는 성분이 없는
가짜 마법의 약을 팔면서
이득을 취한 약장수들도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일부는 정말로 통증이 완화되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시대에서 잘 알려진 위약효과라고 불리는
플라세보효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가짜 알약, 식염수 주사, 심지어 특정한 의식 행동같이
직접적인 치료 효과가 없는 방법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한때 의료계에서는 가짜 시술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면
아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가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2015년 한 연구에서
통증 환자의 약 33%가
설탕으로 만든 플라세보로 통증이 완화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잠잠해졌습니다.
플라세보가 통증을 완화하는
유효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아무런 치료적 효과도 없는
설탕이나 식염수, 심지어 특정한 의식 행동 등이
어떻게 누군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뇌의 작용 중에 크게 두 가지 때문입니다.
1_내인성 아편유사제
첫 번째는
우리 뇌가 생산하는 ‘내인성 아편유사제’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뇌 안에 있는 마약과 같은 진통효과를 내는
화학물질을 말합니다.
“아니 뇌 안에 마약성 물질이 있다니?” 라고 놀랄 수도 있지만
바로 이름도 유명한 엔도르핀 혹은 내인성 모르핀을 말합니다.
사실 모든 약물은
그저 기존의 뇌 영역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약물이 이미 뇌에서 진행 중인 과정의 속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하는 것이지
그 약물 자체의 작용이 아닙니다.
우리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통증이 줄어들 거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통증이 실제로 줄어들 거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우리 뇌의 수로 주변 회백질에서 아편유사제를 방출하고
실제로 통증을 줄여주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뭔가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뇌에서 [통증 신호를 차단]하고
[통증을 완화]하라고 재촉하는 것과 같습니다.
플라세보가 통증 완화에 성공했는지의 여부는
의사, 과학자 또는 플라세보를 제공하는 사람, 치료에 대한 지식, 격려의 말, 기분을 비롯한 여러 요인에 달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의 기대는
거짓말을 하는 과학자에 의해 유발됩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참가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로 유명한 ‘모르핀’을 투여했다고 말하면
심지어 아직 모르핀을 투여하지 않았을 때도 참가자의 통증 등급이 내려갑니다.
-그와 반대로 연구자가 모르핀 투여를 중단했다고 말하면
심지어 아직 모르핀 투여를 받고 있을 때도
참가자의 통증 등급이 다시 올라갑니다.
이것은 ‘노세보 효과’라고 불리며
플라세보 효과에 사악한 쌍둥이라고 불립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치료에 긍정적인 경우
플라세보가 통증을 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플라세보는
이전의 진통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더 훨씬 잘 작용하는데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플라세보 효과의 일부가 조건화로 불리는
무의식적 학습 과정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뇌에서는 이미 학습되었던 경험이기 때문에
더 쉽게 효과가 나타난 것이죠.
2_ 자각
두 번째는 우리의 통증에 대한 뇌의 ‘자각’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를 거닐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기본적으로 하늘, 나무, 집, 사람, 자동차 등등 주변도 의식하고 있지만,
개가 짓는 소리가 들리면
돌아서서 개를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감각이 특정 대상이나 사건에 주의를 집중할 때
자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각은 감각과 쌍을 이룹니다.
우리는 짖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개를 자각합니다.
개가 짖어도 소리를 듣지 못하면 개를 자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우리가 개 짖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면
우리는 개를 무시할 수 있게 됩니다.
쉽게 말해
의도적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감각을 무시하면
통증을 자각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마 여러분도 어딘가를 살짝 다쳤는데
아무 통증도 없고, 다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다친 부위를 발견하고
통증이 시작된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fMRI 뇌 영상 연구는
성공적인 플라세보 효과를 나타내는 환자의 통증을 억제하는데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좋은 정보들을 제공했습니다.
플라세보를 투여받은 대상은
치료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강해지면
전전두피질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이 신경세포는 전대상피질과 보상시스템의 일부인 측좌핵을 포함한
통증과 관련이 있는 다른 뇌 센터로 신호를 보냅니다.
신호가 전대상피질로 입력되면
신경세포의 활동이 감소하는데
이것이 통증에 대한 초기 자각을 감소시킵니다.
또한 전전두피질에서 수로 주변 회백질로 입력되면
결과적으로 내인성 아편제가 방출되어 통증을 완화합니다.
모든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대상피질이 ‘감각의 자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자각과 관련된 영역들이 속한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통해서도
가능성이 확인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병이 있거나
폭력적인 환자 중 일부는 전두엽 절제술로 진정됐는데
이들 중 어떤 환자는
부엌에서 일하던 중
뜨거운 난로를 만져 손에 심하게 화상을 입었을 때
자신이 통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전두엽절제술은
성가신 [통증]과 화상을 입었다는 [자각]을
어떻게든 분리한 것이었습니다.
최면이 줄이는 통증도 이와 같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는
뇌의 어느 영역이 최면과 관련돼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최면 상태에 있는 환자를 연구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 있는 피험자의 뇌 영상에서 플라세보를 믿는 사람들처럼
자각과 연결되어 있는 전대상피질의 활동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최면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통증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하면
전대상피질 활성이 증가하고
통증이 실제로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하면
전대상피질 활성이 감소했습니다.
통증의 경험 증가 또는 감소가
전대상피질 신경세포의 활동과
직접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인구 대부분 최면 중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인구의 약 10%만이 깊은 최면 상태에 빠질 수 있고
또 10%는 최면에 전혀 걸리지 않아
최면이 통증에 대한 대안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이처럼 최면과 플라세보는
뇌가 통증을 무시하도록 속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타인
즉 최면술사나 의사같이
플라세보를 투여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명상은
혼자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명상을 수련할 경우
의도적으로 마음을 특정 감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되고
피해야 할 생각이나 감각에서 멀어질 수 있는데
이것은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통해 가능성이 확인된 부분과
원리가 같습니다.
부상의 자각에서 고통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명상은
장기간 수련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런 플라세보 효과를 통해
생각만으로 신체의 변화를 만들어
통증의 원인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었는데
플라세보는 뇌 중추를 활성화시켜
심박수와 혈압의 변화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심신 상호작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생각만으로는
통증을 완화하거나 분리하는 것이 최선이지
통증의 원인을 없애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의 생각과 기대, 믿음만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뇌,
잘만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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