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어디에서 오는가?
오랫동안 인류는
꿈이 어디서 오는가에 의문을 품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은
신이나 우리 영혼의 잠재의식, 혹은 악마가 보내온 징조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뇌과학이 꿈이 어디서 오는지를 밝혔습니다.
환자의 의식을 깨워둔 채로 진행하는 각성 뇌수술을 할 때
환자의 뇌에 직접 극소량의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데
뇌에는 통각수용기가 없어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 자극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곳을 건드리면 환자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고
다른 곳을 건드리면 레몬 냄새를 맡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을 건드리면 슬픔, 당혹감, 욕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어, 지각, 기억, 생각 등
자아를 구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자극하면
환자들은 환청을 듣고 충격적인 사건을 떠올리며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고
심지어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전기자극으로 악몽이 촉발되기도 하는데
뇌 표면의 특정 부분에 부착한 전극에 흘려보냈던 전류를 멈추면 악몽이 멈추고
다시 같은 부분에 전류를 한 번 더 흘려보내면
똑같은 악몽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신경외과 의학박사이자 신경과학 박사인 라홀 잔디얼은
책 <당신이 잠든 사이의 뇌과학>에서
현대 뇌수술 기술이 꿈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 없는 확실한 답을 준다고 말합니다.
꿈은 바로 우리의 뇌, 특히 뇌의 전기적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꿈은 외부 자극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신활동의 한 형태입니다.
다시 말해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뇌 신경세포, 뉴런 덕분입니다.
현재 과학기술은 뉴런을 개별 뉴런 수준까지 분리할 수 있는데
뉴런세포 1개를 페트리 접시 위에 올려놓으면
이 뉴런은 살아있지만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접시 위에 뉴런세포를 몇 개 더 추가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뉴런세포들이 스스로 덩어리로 합쳐지며
서로 미세한 전하를 주고받기 시작하고
이내 뉴런덩어리에는 곧 전기가 흐릅니다.
놀라운 점은 그 어떠한 유도나 외부 자극 없이도
뉴런에 전기가 흐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극비의존적’ 전기활동이라고 합니다.
1000억 개의 뉴런과 1000억 개의 지지세포가 있는 뇌 전체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뇌에는 외부자극 없이도
뇌 전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자체적인 전류 파동이 있습니다.
이를 ‘자극 비의존적 인지’라고 하며,
이것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서도
뇌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이자 우리가 꿈을 꿀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꿈꾸는 뇌의 주요한 현상
꿈을 꿀 때 우리에게 세 가지 주요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몸이 마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꿈을 꾸기 전에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수 내 특수 세포인
운동 뉴런을 차단하는 글리신과 감마아미노브르티산이라는
두 가지 신경 전달 물질 분비합니다.
이렇게 몸의 움직임을 억제한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꿈에서 펼쳐지는 상황대로 몸이 움직여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뇌의 수행 네트워크가 꺼지는 것입니다.
수행 네트워크는 논리, 질서 및 현실 감각을 담당하는데
뇌 양쪽에 위치해 함께 활성화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수행 네트워크가 꺼지면
우리는 시간, 공간, 이성의 일반적인 규칙을 무시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꿈의 기상천외한 내용과 흐름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꿈의 독특한 힘은 이러한 특성에서 나옵니다.
-세 번째는 상상력 네트워크가 켜집니다.
깨어 있긴 하지만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지 않는 상태로
수행 네트워크에서 상상력 네트워크 모드로 전환되어
우리의 주의가 내부로 향하게 되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서로 다른 부분들이 활성화됩니다.
상상력 네트워크 덕분에 꿈을 꾸는 뇌는
깨어 있는 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유분방하게 사고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 네트워크는 꿈이라는 경험의 핵심입니다.
덕분에 생각이 즉흥적으로 떠오르고
외부 자극 없이도 전기 활동으로 살아 움직이는
페트리 접시 위에 놓인 뉴런덩어리처럼
꿈꾸는 뇌는 주변세계와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도
전기적 활동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상상력 네트워크가 만드는 자유분방한 이야기는
무에서 창조된 것이지만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기억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정 유형의 부분 기억 상실증 환자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데
그들은 기억나지 않는 일과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도 가끔 이런 행동을 보이곤 하는데
이 모두는 상상력 네트워크가 가진 힘이며
그 덕분에 꿈속의 줄거리도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꿈은 무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무작위적이지 않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꿈을 꿀 때 우리는 다양한 시각, 소리, 기억, 감정을 취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로 합성을 합니다.
따라서 인터넷에 널려 있는 꿈 해몽은 쓸모가 없으며
꿈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우리가 꾼 꿈을
현실에서 다시 재생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꾼 꿈을 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을까?
교토대학의 가미타니 유키아스 교수는
꿈을 해독하여 영상으로 변환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의 fMRI 뇌 영상 촬영을 통해
꿈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막 잠에 들어 시각적 이미지가 풍부해지는 수면 진입상태에서
반복하여 참가자들을 깨우고
깨어나기 직전에 꿈에서 본 것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봤다면
이러한 이미지를 당신의 뇌 활동과 대조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다시 잠들도록 요청합니다.
이 과정을 충분히 반복하면
AI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참가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들이 꿈에서 봤다고 보고한 이미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기 시작합니다.
약 20년간의 연구로
현재는 잠에서 깨기 직전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있게 될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놀랍게도 꿈에서 등장한 것이
사람이었는지 나무였는지 동물이었는지를 알아낼 만큼 정교해졌습니다.
하지만 꿈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 가지 어려움은 뇌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뇌 지도를 만들어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또 다른 과제는 fMRI 기술의 한계 때문입니다.
fMRI는 예를 들어 초당 24프레임 영화보다
훨씬 느리게 이미지를 캡처하기 때문에
이미지들 사이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또한 해상도도 부족합니다.
현재의 기술은 마치 지도의 거리뷰가 아닌
동네의 위성 사진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더욱더 정확도가 높아지는 차세대 MRI가 나오면
훨씬 더 정밀해진 뇌 맵핑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라울 잔디얼은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SF영화와 같이, 기업들이 당신의 꿈을 이용해 광고를 할 수도 있고
꿈을 다시 재생하고 해독하는 것이 가능해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영화를 고르는 것처럼
꿈을 선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책 <당신이 잠든 사이의 뇌과학>에서는
꿈에 대해 뇌 과학적인 관점으로 심도 있게 다룹니다.
모든 인간의 꿈의 공통점과
왜 모든 사람은 악몽을 꾸는지
꿈이 건강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아가 자각몽에 대한 연구들과
어떻게 하면 자각몽을 꿀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뇌과학이 말해주는 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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