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들 하는데
그러려면 일을 하지 말아야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할 일이 너무 많을 때를
역할과부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역할과부하의 결과는 번아웃입니다.
역할과부하와 번아웃 모두
정신피로 또는 인지피로라고 불리는 포괄적인 경험의 일부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정신피로는
뇌 영상에서도 촬영될 만큼 아주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토네이도 레이더 영상같이
전전두피질에 과활성화를 보여주는 크고 흉한 붉은 점이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실질적 뇌 손상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실제로 뇌세포를 죽이는 것이죠.
이런 정신 피로의 해독제는 뭘까요?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켜지는 것입니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우리가 침착하고 편안하고 완전히 수동적이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
켜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에 천천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거나
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수족관의 물고기를 응시할 때의 나른한 감정으로
이른바 멍 때리기를 하는 동안에
뇌는 간접적 주의, 또는 가벼운 황홀감이라고 불리는
낮은 각성 상태를 일으킵니다.
목적을 두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 자유롭게 떠오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성과 아이디어 생성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스트레스, 역할과부하, 번아웃의 효과적인 정신적 피로 치료법입니다.
그러니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좀 쉬겠다는 생각으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으로는
몸은 쉴지도 모르지만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켜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뇌에게 진정한 휴식을 주는 것이 아니죠.
그럼 어떻게 해야 과도한 일정에 스트레스가 쌓인 뇌가
효과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켜고 정신피로를 풀 수 있을까요?
실험 심리학자 스티븐 캐플러는 주의 회복 이론을 고안했습니다.
요점을 말하면 우리 뇌는 도시 환경보다
아프리카 사바나와 유사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뇌의 균형이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이었던 아프리카 사바나는
무성한 식물로 유명한 녹색지역이 아니었습니다.
특정 계절 외에는 열대우림처럼 물이 넘쳐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결과 계절의 변화로 갑자기 나타나는 무성한 녹색은
드문 광경일 뿐 아니라
생명을 주는 물이 가까이 있다고 암시하는 행복한 신호였을 것입니다.
즉 인간에게 생존을 의미하는 환경이
뇌에게 회복을 주는 셈입니다.
주의 회복 이론을 체계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는
병실 창문 연구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들이
병실 창문으로 나무가 내다보일 때 더 빨리 낫고
회복기에 짜증도 덜 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공식적 수치가 개인적 진술을 뒷받침했습니다.
환자들은 벽돌 벽이 아닌 자연환경을 바라볼 때
진통제를 덜 사용했고, 간호사의 정서적 지원도 덜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퇴원 날짜도 앞당겨졌습니다.
이 연구의 책임자였던 로저 울리히는
자연 풍경을 바라본 환자의 상태가 4배 더 좋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연구자들은 자연광 같은 다른 자연 현상들도 관찰하기 시작했고
자연광으로 채워진 병실의 환자들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병실의 환자들보다
입원 기간이 무려 43% 더 짧았습니다.
심지어 사망률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햇빛이 비치는 집중치료실의 환자들은
햇빛이 없는 집중치료실의 환자들의 사망률의 절반이었습니다.
뇌는 분명히 숲속 같은 야외에 있기를 참으로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일하는 곳과 생활하는 곳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말로 큰 의미를 줍니다.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자연환경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울증, 편두통, 심장병을 덜 앓았고
알레르기 증상마저 적었습니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자연 가까이는
녹지에서 3km 이내를 의미했습니다.
네셔널지오그래픽은
경제적 질문까지 추가된 더 큰 규모의 국제 연구를 게재하기도 했는데
녹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얻는 건강 혜택은
2만 달러, 한화 약 2,700만 원의 봉급 인상과
맞먹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녹지공간의 어떤 요소들이
우리의 신체 및 정신에 그처럼 이로운 걸까요?
연구자들은 숲이 우거진 지역을 걸을 때의 행동을 측정한 다음
도시 환경에서 걸을 때와 비교했는데
짧은 시간이라도 숲속을 산책하면
행동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기분 변화 지수라는 심리검사로
숲의 효과와 도시의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이 지수를 사용해 긴장, 분노, 혼란, 우울, 피로를 측정한 과학자들은
숲에서 산책한 피험자들에게서는
이 모든 부정적 감정이 감소했음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산책 중에 개울이나 폭포 같은 물을 보면
그 효과는 배가 되었습니다.
또한 미국 연구자들 중 한 연구팀은
산책하는 숲의 나뭇잎 색깔, 주황색, 노란색, 녹색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모든 색소가 진정 효과를 보였지만
나뭇잎이 녹색일 때 가장 효과가 컸습니다.
스트레스를 실시간으로 정량화하는 한 방법으로 쓰이는 피부 전도 반응으로 측정해도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었습니다.
녹색 숲은 노란색 숲보다
거의 270%나 더 스트레스를 감소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왜 녹색이 우리를 진정시키는 것일까요?
녹색의 진정효과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은
부교감신경계입니다.
부교감신경계는 ‘자극 후의 진정’이라는 경험을 권장합니다.
휴식-재생 작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자연 요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감소합니다.
혈관은 이완되기 시작하고, 심박수는 느려지며
소화도 촉진되면서, 에너지 공급량이 보충됩니다.
이런 긍정적 효과는
몸이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평온한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직접 관찰할 수 있는데
자연계는 피부의 땀부터 가슴dml 심박수까지
무엇으로 측정하든
이 회복 시간을 기분 좋게 단축해 줍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매번 숲에서 산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행히도 실내 녹색 공간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실내를 산책해도 좋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내에 있는 식물들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녹색은 약 556나노미터 파장의 진짜 녹색을 의미하는데
그런 녹색 식물이 사무실이나 집 안에 있다면
그 파장과의 접촉으로도 생산성이 15% 향상되고
그 과정에서 피로도 덜 느끼며
아픈 빈도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식물이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식물은 휘발성 오일과 가스를 내뿜는데
그중 일부는 향도 납니다.
숲에서 맡을 수 있는 바로 그 향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가스들에서 피톤치드를 분리해 냈고
수십 년 동안 그것의 실용적 용도를 조사했습니다.
피톤치드 향은 자연살해세포 또는 NK세포라는 이름을 가진
면역체계의 세포 집단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NK세포의 표적은 바이러스와 종양입니다.
“실내 식물이 뭐 얼마나 효과가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실내 식물에 노출되면 NK세포 수가 20%나 증가하고
야외에서 식물의 향을 맡으면 무려 40%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7일간 그 수준을 유지합니다.
심지어 30일 후에도 통제집단에 비해 여전히 15%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무실과 집 안에 녹색 물을 많이 두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휴식을 취할 때 가능하면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식물과 흐르는 물을 볼 수 있으면 좋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녹색 자연환경에 노출된 지
0.2초 이내에 진정 효과가 빠르게 시작되고
10분에서 1시간 정도까지 그런 장소에 오래 머물수록 효과는 커집니다.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실내 녹색 식물이 많은 곳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뇌에 효과적인 휴식을 취해
정신 건강을 유지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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