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12)
네. 지금 잘 되고 있다고 자랑하려고? 자랑할 만합니다. 안 되고 있는 자기를 발견했다. 이 말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얘기요. 그러니까 농구 배우려고 공을 골대에 자꾸 집어던지는데 공이 안 들어가요. ‘아~ 스님, 저는 열 번 넣어도 한 번도 안 들어갑니다.’ 이렇게 절망 섞인 말로 말한단 말이오. 그때 내가 빙긋이 웃으면서 ‘나는 안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이래. 왜? 나는 배우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안 들어갔다고 애걸애걸하는 거는 지금 연습하고 있다는 거요? 안 하고 있다는 거요? 하고 있다는 거요.
애가 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넘어진다고 불평하는 것은 지금 타고 있다는 거요? 안타고 있다는 거요? 타고 있다는 거요. 그런데 연습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던질 뿐이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를 자꾸 따지면 안 돼요. 안 들어가니까 연습하지. 들어가면 뭣 때문에 연습하겠으며, 자전거를 탈 때 잘 타면 왜 연습을 하겠습니까? 안 타지니까 연습을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넘어진다, 넘어진다, 넘어진다 하는 거는 지금 배우고 있다. 연습하고 있다. 곧 타질 거다. 이런 걸 말하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 얘기대로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것도 아버지 대를 물려가지고, 화내는 연습을 엄청나게 해 놨는데, 그게 거의 태생적으로 몸에 배어 있다 시피. 이렇게 내 것이 돼 있는데. 그걸 한번 깨달았다고 싹~ 없어지기를 바란다면 인과응보에 안 맞잖아요. 인연과보에 안 맞다. 그러니까 연습을 좀 더 하셔야 되요. 그걸 어떻게 단박에 없애는 법 없겠느냐? 그거 회사 다니지 말고, 경마권 사거나 복권 사서 해결하려는 거와 똑같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걸 끝없이 알아차리고, 다시 도전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도전하고, 이렇게 하면서 화내고 한 시간이 지나도 씩씩대다가 화내고 10분만 지나면 아이고 내가 또 속았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참회하고. 시간이 점점 경과되면 화나고 1분 만에, 화나고 1초 만에, 더 경과되면 화가 일어나는 중에, 더 연습을 하면 화가 일어나려고 할 때, 이렇게 횟수도 하루에 스무 번에서 하루에 열 번으로, 하루에 다섯 번에서 하루에 두 번으로, 이렇게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 이런 얘기요. 얘기 들어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좋아져 가고 있어요.
조급하다. 조급한 건 욕심이라는 얘기요. 연습을 좀 더 하셔야 되요. 음~ 그래요 꾸준히 알아차림을 지속해서 일어나려고 할 때 알아차리면 그 자리에서 없어지고, 일어난 뒤에 알아차리면 과보가 안 남고, 하루 안에만 알아차리면 과보가 빨리 사라지고, 꽁해가지고 며칠 몇 년을 가면 과보가 생겨서 빚이 자꾸 누적이 되고. 그러니까 부지런히 정진하면 이미 과거에 빚진 거는 업장은 점점점점 소멸되고, 상처는 치유돼가고, 새로운 빚은 안지고, 이렇게 해서 시간이 좀 경과되면 어때요? 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알아차리고, 놓쳤다 해도 화내고 난 다음에 금방 알아차리고. 이런 과정으로 가게 된다. 꾸준히 더 정진하십시오.
좋은 증상이지. 좋은 증상이요. 왜? 몸이 아파야 화를 안 내지 앞으로. 화가 한번 울컥 날 때마다 며칠이 아니라 한 달 내내 그냥 고개도 끄떡 못하고, 입에서 말도 안 나오고, 그 정도로 벌이 심해지면 어때요? 빨리 고치겠지. 그러니까 화를 내는 게 얼마나 몸에 안 좋은가? 하는 것을 자기가 알아차린 거요.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라 좋아지고 있는 증상이오. 좀 더 아파야지. 그 정도 아파서 되나? 한번 화내면 심장이 따갑고 정신이 없고, 이렇게 해야 정신을 차리지. 빨리 나을 징조네. 자~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