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험담하는 사람에게 거부반응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별 생각 안 하고
가만히 무언가를 치우고 있는데
문득 가까이 다가와서는
‘저 사람은 인간성이 나쁘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 ‘저 사람은 잘난 척한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남을 험담하거나 아니면 본인 자랑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내뱉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을 들은 날은 저의 온몸이 경직되고, 불쾌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소름까지 돋습니다.
마치 바로 앞에서 저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험담의 주인공이 된 대상자를 변명해 주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납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의 험담을 툭 던지고 가는 사람에 대해서
시비심이 계속 듭니다.
저의 어머니도 남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저와 같은 거부반응 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집에서 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남 얘기를 험담하듯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남의 험담을 안 하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은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다 한국말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세상 사람들은 영어도 하고, 일본어도 하고, 독일어도 하는 것처럼
각 나라말을 제각각 사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다 불교를 믿으면 좋을 것 같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각각 본인의 종교를 믿습니다.
지구환경의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이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검소하게 살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 주위에는 사치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 만물이 서로 화합해서 오순도순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부지간에도 싸우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우고, 지역 간에도 싸우고,
정당 간에도 싸우고, 나라 간에도 싸웁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전쟁을 안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지금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남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서 핵무기를 안 만들면 참 좋겠지요.
그런데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렇게 우기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독도는 본인들의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것이 세상입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남을 험담하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라고 하고
남한은 ‘평양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하고
이렇게 위험한 발언도 뉴스에서 듣고 살면서
‘저 사람은 말이 많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다.’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생각합니까?
물론 그런 말을 안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험담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험담이 사회에 끼치는 피해도 별로 없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이나 말버릇 같은 것을 어떻게 다 고치겠습니까?
질문자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일을 갖고 마치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겁니다.
지금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화가 나고 잠을 못 이루고 욕을 해주고 싶다면,
질문자가 너무 민감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남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분명 험담은 좋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험담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시비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싸우기까지 한다면
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수행은 ‘이런 속에서도 내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에게 거슬리는 일들을 모두 내 마음대로 고칠 수는 없습니다.
고치려면 오히려 더 큰 걸 고쳐야지
사회에 별로 피해도 주지 않는 소소한 것들을
무엇 때문에 자꾸 고치려 들어요?
방 안에 큰 쓰레기가 있으면 그것부터 먼저 치우고 난 뒤에
때가 낀 정도는 나중에 닦으면 돼요.
먼지 하나 남아 있다고 손가락에 묻혀서
‘이거 봐라. 아직도 먼지가 남아 있지 않으냐’ 하고 시비를 하면
그것은 결벽증이에요.
먼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병을 가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가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험담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닙니다.
험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그만한 일에 형사처벌을 할 수도 없고요.
그런 정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 비가 너무 내려서
열매를 맺는 수확 철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일값과 채솟값이 마구 오르고 있죠.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좀 더 주고 사 먹든지, 아니면 먹는 걸 줄이든지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을 잘하는 행동이라고 하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무조건 포용하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겨울이 되면 찬 바람이 불고, 여름이 되면 더운 바람이 불 듯이
세상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그런 일들이 늘 일어납니다.
별일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시비해서 큰일이 되는 겁니다.
첫째, 우리의 습관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험담부터 시작해서
친구나 시어머니 등 주변 사람에 대한 험담이 나옵니다.
만약에 세상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말을
모두 녹음해서 들어본다고 합시다.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남을 험담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보통은 사는 것 자체가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의 말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수행자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질문자가 너무 민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는 자세가 잘 안 된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을 권합니다.
동시에 스스로 수행을 좀 더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은 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남을 험담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합니까?
남의 험담을 듣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한 일을 겪는 것에 비하면 소소한 일입니다.
그런 정도는 그냥 두는 것이 낫습니다.
마당을 아무리 깨끗하게 쓸어놓아도
돌아서면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다시 쓸고 돌아서면 또 나뭇잎이 떨어져 있습니다.
나뭇잎 한두 개 떨어졌다고 마당 쓸기를 반복하면
종일 마당만 쓸게 됩니다.
나뭇잎이 많으면 가끔 한 번씩 쓸고
한두 개 떨어지는 정도는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많이 쌓이면 그때 또 쓸면 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
그렇다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제가 시골 친구들을 만나면
시골 친구들은 술과 담배 이야기, 노는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다고 친구들과 의절할 수는 없잖아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죠.
‘세상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저런 고민이 있구나’
‘지금 저런 스트레스가 쌓여 있구나’ 하고 그냥 봐야죠.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시비하면
혼자 살아야지 누구하고 같이 살겠어요?
질문자처럼 험담을 듣고 몸이 아플 정도라고 하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신경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니까
필요하다면 안정제를 좀 먹고 긴장을 풀어야 해요.
남이 험담하는 것을 무심히 흘려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 이번 추석에는 이런 마음으로 지내면 좋겠습니다. (2023.09.28.) (0) | 2023.12.12 |
---|---|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층간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0) | 2023.12.11 |
[법륜스님의 하루] 갈수록 대립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냥 침묵해야 할까요? (2023.09.26.) (0) | 2023.12.11 |
[법륜스님의 하루] 다툼 후 남편이 말을 안 한지 10개월이 되었습니다.(2023.09.25.) (0) | 2023.12.11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69. 어떻게 기도하면 시험날까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0) | 2023.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