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선택하고 나면 늘 찜찜합니다. 선택장애를 어떻게 치료하죠? (2025.3.29.)

Buddhastudy 2025. 4. 3. 19:49

 

 

선택의 어려움은

욕심과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며,

선택 후 책임을 지는 연습을 강조.

 

 

저는 선택 장애가 있습니다.

한 가지를 선택해서 그냥 개운하게 하면 될텐데

6040으로 찜찜함이 있습니다.

어떤 걸 선택할 때

! 이거 해야겠다!’ 하면서도 40퍼센트의 찝찝함이 있어서

그래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망설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작년에 백일출가를 하여 절에서 몇 달 살아봤습니다.

이제 다시 밖에 나와보니

제가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녀온 효과가 진짜 있네!’ 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쪽에는 또 직장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왕 나온 김에 취직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백일법문이 시작되었고, 참여해 보니 또 너무 좋았습니다.

취업 준비는 나머지 시간에 하고 법문을 열심히 들어야겠다!’ 하다가도

혹시 이력서를 냈다가 취직이 되면 백일법문 못 듣는데 어떻게 하지?’ 하며

고민이 됩니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그 일이 너무 지겨웠는데,

지금은 새로 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면서도

원래 내가 하던 일을 하면 경력도 살리고 직급을 높일 수도 있을 텐데!’,

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맞나?’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질문도 한 시간 전에는 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질문을 드리면 왠지

그런 걸 왜 물어? 그냥 아무거나 선택하고 후회하면 되지!’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질문했으니

혼나더라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여쭙습니다.//

 

 

제가 혼낼 걸 예상하셨다니 혼내면 안 되겠네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너무 잔머리를 굴린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하면서

너무 작은 이해를 따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선 가게에 갔다고 합시다.

그냥 생선을 사려고 갔는데

다른 해산물이 없고, 생선만 있었다면

아무런 번뇌 없이 그냥 사 왔을 거예요.

그런데 가보니 가게에 오징어도 있고, 조개도 있고

다른 좋아하는 해산물들이 많아요.

여러 가지를 사기에는 가진 돈이 부족하고

하나만 사려니까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맛있어 보여요.

질문자는 지금 그런 상태인 겁니다.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뿌리는 [욕심]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선택에 따른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습니다.

 

돈을 빌릴까? 말까?’ 이렇게 고민이 될 때,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빌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빌리지 않으면 생활이 궁핍하고, 빌리려고 마음먹으면

나중에 갚을 생각에 힘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돈을 빌리겠다면 기꺼이 갚을 생각을 해야 하고,

갚기 싫으면 빌리고 싶어도 빌리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갈치를 사겠다면 오징어를 포기해야 하고,

오징어를 사겠다면 갈치를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같아요.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중국집에 가서

가장 서민 음식이라는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짬뽕을 먹으려니까 짜장면이 아쉽고,

짜장면을 먹으려니까 짬뽕이 아쉬워요.

그래서 누군가 그릇 가운데가 나눠진 짬짜면을 만들었죠.

한쪽에는 짬뽕을 담고 다른 쪽에는 짜장면을 담아서 파는 겁니다.

누군가 이런 인간의 심리를 이해해서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이처럼 질문자도 항상 욕심을 내고 있어요.

노력은 적게 들이고 성과는 많이 낼 수 있는 효율을 너무 따지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좋지만

[잔머리]를 너무 굴리면 [결정 장애]를 겪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자신을 늘 자각하면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선택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백일법문과 취직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기 어려우면

동전을 던져서 나오는 대로 그냥 해버리면 됩니다.

취직이 되면 백일법문을 못 듣는 것이고

취직이 안 되면 백일법문을 듣는 겁니다.

 

보통 어디에 원서를 내고 나면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게 되죠.

그런데 이렇게 백일법문이 있을 때는 조건이 아주 좋습니다.

직장에 원서를 내어놓은 상태에서

취직이 되면 출근하면 되고,

취직이 안 되면 백일법문을 들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일법문은 번뇌의 원인이 아니라

마음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일부러 직장도 버리고 백일법문을 듣는 사람들도 있는데

취직 안 되는 김에 백일법문을 듣는 거예요.

 

배를 타고 가다가 물에 빠졌다면

그 참에 진주조개를 줍는 겁니다.

바다에 일부러 뛰어드는 사람도 있는데

사고가 난 김에 진주를 캐오는 거죠.

이걸 [수행]이라고 합니다.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죠?

고생은 돈 주고 사서라도 할 가치가 있는데

어려움이 생겼다고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고, 돈도 안 들이고 저절로 고생할 일이 생겼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것이 [주어진 상황][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불교 용어로 표현하면 [수처작주]라고 해요.

내가 처한 곳마다 주인 된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절에 가면 수행자로서의 주인 역할을 하고,

회사에 가면 직원으로서의 주인 역할을 하는 겁니다.

어디에 가더라도

손님이나 구경꾼 같은 자세가 아니라

주인 된 자세로 역할을 하는 거예요.

 

달리 표현하면

똥을 거름이 되게 한다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똥을 단지 버릴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름이네!’라는 관점에서 쓰는 거예요.

 

이렇게 모든 존재는

이것은 똥이다’, ‘이것은 오물이다’, ‘이것은 거름이다하고

원래 이렇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하고

똥을 밭에 뿌리면 거름이라고 합니다.

처한 위치에 따라 역할이 정해지는 거예요.

 

질문자는 먼저 직장에 원서를 내시는 게 좋겠어요.

취직이 되면 다니고,

취직이 안 되면 백일법문을 듣는 겁니다.

어느 것을 할지 고민하지 않고 둘 다 신청하는 거예요.

신청했는데 취직이 되면 직장을 우선 다니면 되고,

취직이 안 되면 백일법문을 계속 들으면 되고,

법문을 듣더라도 중간에 취직이 되면 회사에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우리는 집착을 하죠.

백일법문을 신청했으니 취직이 되어도 끝까지 들어야 해. 갈 수 없어!’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둘 중 좋은 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걱정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입니다.

 

취직이 되면 직장에 다닐 수 있어서 좋고,

취직이 안 되면 백일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게 필요해요.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관점을 바꾸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뒤에

무조건 딱 책임을 지는 걸 일단 해보시면 좋겠어요.

망설이지 마시고요.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이 되는 것은

둘 다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어떤 걸 해도 괜찮습니다.

남자를 사귀어도

이 남자가 좋을까? 저 남자가 좋을까?’ 둘 중에 고민이 되면

아무 남자나 우선 만나보면 됩니다.

이 남자가 마음에 별로 들지 않으면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나면 됩니다.

다른 남자가 이미 다른 데 가버렸으면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돼요.

망설이는 것보다는 이게 나아요.

결정하겠다면 둘 중의 하나를 잡거나, 아니면 둘 다 버리면 돼요.

둘을 두고 늘 견주어 보기만 하면 후회만 생겨요.

 

...

 

습관을 고치려면 이렇게 몇 번 해보시면 돼요.

오늘부터 어느 정도 횟수를 정해놓고 망설일 때마다

무조건 바로 하나를 결정해 버리는 겁니다.

그에 따른 손실은 받아들이고요.

이렇게 한 열 번 정도 해보면 반쯤은 고쳐질 거예요.

무조건 딱 선택해서 해보면

이거나 저거나 비슷하네!’ 하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망설임이 많이 줄어들어요.

 

...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질문자가 결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제가 차선으로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린 거거든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면 그냥 두고 살면 됩니다.

아무 문제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결정해야 할 일이 수백, 수천 가지나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두고 살아요.

그냥 두면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이 일은 이렇게 하자!’ 하고 결정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이 일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하고 건의를 해서 결정할 때도 있습니다.

 

쉽게 비유를 들어 볼게요.

두 남자 중에 어느 남자를 선택할까?’ 하고 고민이 될 때는

결정하지 않고, 그냥 두고 기도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한 남자가 저절로 떠나면서 결정이 날 수도 있고

어떤 남자가 딱 달라붙어서 결정이 날 수도 있습니다.

기도를 하다 보면 마음이 한 남자에게 딱 꽂힐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둘 다 별거 아니네!’ 이렇게 결정이 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결정이 안 될 때는 그냥 두면 됩니다.

질문자는 결정을 꼭 해야 해!’라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예요.

결정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당장 결정해야 하는데, 빨리 결정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한 가지를 무조건 해버리면 됩니다.

도저히 결정이 안 된다면 그냥 두어도 됩니다.

그러면 세상은 내가 결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결정이 되도록 되어 있어요.

 

혼자 살까? 결혼해서 살까?’ 이런 것도 결정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가 결정하고 싶으면 결정하면 되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결정이 됩니다.

어떤 남자가 딱 달라붙어서 결혼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혼자 사는 겁니다.

그래서 망설여질 때는 그냥 두면 됩니다.

어느 쪽으로든 저절로 결정이 나게 되어 있어요.

질문자는 특별히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데, 왜 그렇게 잔머리를 굴리세요?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

 

질문자 하고는 오늘 밤새도록 얘기해도 끝이 안 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저게 문제이고, 저렇게 하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내게 이런 미련이 생기는구나!’ 하고 그냥 알면 됩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다만 [알아차릴 뿐]이에요.

해결책이 생기면 그때 행동하면 됩니다.

지금 내게 후회하는 마음이 있구나!’ 하면서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왜 들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에요.

그건 심리학자가 연구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잘 때 어떤 꿈을 꾸었으면

이런 꿈을 꾸었구나!’ 하고 거기서 끝내야 합니다.

꿈은 현실이 아니에요.

그래서 잠에서 깨면

꿈이었구나! 깜빡 속을 뻔했다!’ 하고 끝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꿈은 뭐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거기에 어떤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꿈은 허황한 것입니다.

수행자라면 , 꿈이네!’ 하고 끝내야 합니다.

그게 헛것임을 알면 해석할 필요가 없잖아요.

꿈에 대해 자꾸 해석하려는 이유는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해서 그렇습니다.

분석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라 사색입니다.

! 꿈이었구나!’ 하고 끝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