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2025.02.10.)

Buddhastudy 2025. 2. 13. 20:27

 

 

제가 부탄에 온 이유는

기후 위기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세계는 소비 수준을 가지고

잘 살고 못 사는 기준을 잡고 있습니다.

잘 사는 기준을 GDP 또는 GNP에 두고 순위를 매깁니다.

 

그런데 부탄의 제4대 국왕께서는

이것은 잘못됐다. 사람이 어떻게 물질 지수만 가지고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가하며

국민총행복지수(GNH)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습니다.

 

20년 전에 이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 기후 위기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행복 지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뉴질랜드나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투자를 할 때

그 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행복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유발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만 계산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우리는 부탄에서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사는 마을을 한번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은 뒷받침되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마실 물이 부족한데

마음만 먹으면 행복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 되려면

식량과 옷, 거처할 집이 있어야 합니다.

전깃불은 들어와야 하고, 도로 연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요즘 핸드폰 안 쓰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좋은 옷,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집

이런 것은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하나 만들어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관찰하다가

부탄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그런 실험은 한국에서 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도의 소비 수준을 가진 국가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에도 저의 뜻에 동참하는 정토회 회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 지역 전체를 이런 모델로 만들려고 하면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리고 소비 수준을 낮추는 일은 실제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한 번 소비하는 습관이 든 사람은

그것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제 자동차를 타지 마라하고 말하거나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사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쓰지 말라하고 말하면 반발이 심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소득 수준이 조금 낮으면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을 찾았습니다.

또한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할 수 있으려면 마음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부탄이었습니다.

부탄은 자연환경이 좋고, 아직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인 개발은 이루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전통문화가 보전되고,

종교적으로는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탄에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역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팀푸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탄에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팀푸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저는 부탄 국왕과 의논해서

제일 가난한 지역을 우선 모델로 삼기로 했습니다.

내각의 비서실장과 함께 의논했을 때

젬강이 제일 어려운 곳이라고 해서

여기 오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