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척추 수술 후 삶이 망가졌습니다. (2024.09.20.)

Buddhastudy 2024. 9. 25. 19:34

 

 

1년 반 전에 척추를 다쳤습니다.

굉장히 일을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4주 전에 수술을 받고 좀 좋아진 듯합니다.

그런데 3시간 정도 자면 잠을 깹니다.

관계, 직업에 대한 생각이 쏟아집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해서 잠을 잘 자고 싶습니다.

수술 후 제 인생이 망가졌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계속 누워서 자려고 하지 말고,

잠 깨면 일을 하다가, 졸리면 다시 자면 됩니다.

 

척추를 다쳐 치료를 받았으니

그 이후에 몸이나 정신에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변화가 일어났으면 그 변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지금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처럼 될 수 없는지를 자꾸 생각하는 것입니다.

변화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잠이 들면 6시간을 잤다고 합시다.

그리고 하루 종일 깨어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시간 만에 잠에서 깹니다.

그런데 또 3시간을 계속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잠이 오지 않으니까 온갖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3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나머지 3시간은 일을 하십시오.

그러다가 졸리면 다시 자면 됩니다.

 

잠을 왜 계속 자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3시간씩 나눠서 잘 수도 있고

3시간, 2시간, 1시간으로 나눠서 잘 수도 있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직장 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직장에 질문자의 상황을 공유하고

직장에 침대를 하나 갖다 놓든지 해서

1시간 정도 직장에서 잘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등

직장과 조율을 하면 됩니다.

제가 볼 때는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과거에 살아온 습관을 고집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질문자가 교통사고가 나서 두 다리를 다쳤다고 합시다.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산에도 오를 수 있었고, 계단도 잘 올라갔는데하며 생각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휠체어를 타고도 움직일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학교에 휠체어를 타고 다닐 경사로가 없고

계단으로만 되어 있어서 오르기 어려우면

학교에 요청을 해야죠.

질문자의 사정을 설명하고 경사로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면 됩니다.

수업을 해야 하는 교실이 3층에 있으면

1층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면 되고

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하지만 요청이 다 받아들여질 수는 없습니다.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까지는 불편을 감수하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수용하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과거를 고집하려면

수면제를 사용해 본다든지,

명상을 해서 수면을 조정해 본다든지 해볼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은 해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습관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먼저 테스트해 보고

안 되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 받아들이면 어떡할 겁니까.

다른 길이 없잖아요.

 

변화된 상황을 안 받아들이고 자꾸 과거만 생각하면

결국 괴로움만 남습니다.

척추를 다쳐 수술을 하고

수면 시간이 바뀐 것은

내 인생에서 조그만 변화입니다.

크게 보면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고

정신이 바른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고

큰 물건은 못 들지만

내 몸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은 일입니다

 

과거에 했던 걸 못하는 것에 자꾸 집착하면

자기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자기 비하를 하게 됩니다.

 

과거만 생각하니까 답답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저는 허리를 다치지 않았는데도

잠을 연달아서 자지 않습니다.

보통 2시간 정도 한꺼번에 자고 나머지는 분산해서 잡니다.

비행기를 탈 때 많이 자고, 차를 탈 때 좀 잡니다.

저처럼 분산해서 자면 되잖아요.

 

음식도 그렇게 먹잖아요.

시간이 되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지만

바쁠 때는 한 끼를 빼 먹을 수도 있고,

김밥 몇 개만 먹고 나중에 따로 챙겨 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그냥 받아들이세요.

과거로 돌아가려고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