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들이 내 일부를 함께 가져간 것처럼 느껴질 때
어떻게 하면 상실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끼는 물건을 잃었을 때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잃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집착’이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물건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있든 없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물건에 집착하게 되면
이 물건을 두고 멀리 갔다가도 다시 찾으러 옵니다.
찾을 수 없다면
며칠간 계속 마음에 남게 됩니다.
한낱 물건도 집착하게 되면, 잃어버렸을 때 아쉬운 마음이 커집니다.
물건보다는 자신이 길렀던 애완동물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고
애완동물보다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질문자가 그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내가 슬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옵니까?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슬퍼해도 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슬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것은 나를 괴롭히는 행위일 뿐입니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나만 괴로워질 뿐입니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 바보라고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는 집착을 사랑이라 부르며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바보 같은 짓을 하든, 바보 같은 짓을 지금 당장 멈추든,
그것은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만약 혼자 있는 게 외롭고 사람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지금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곧 다른 사람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애완동물을 잃었을 때 며칠 동안은 힘들지만,
꼭 필요하다면
결국 다른 강아지나 고양이로 대체하지 않습니까?
컵이 꼭 필요하다면
그것을 잃었을 때 다른 컵으로 대체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집착을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부인이 남편을 잃고 통곡합니다.
제가 위로해도 계속 슬퍼합니다.
부인은 ‘남편 없이 저는 어떻게 살아요?’ 하면서 걱정합니다.
그러면 제가
‘당신은 지금 죽은 남편을 걱정하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 자신을 걱정하는 겁니까?’ 하고 물어봅니다.
‘남편이 죽고 나 혼자 어떻게 사느냐?’ 이 말은
죽은 남편을 걱정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본인이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하는 것입니까?
사실은 자신이 살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죽은 남편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혼자 살아갈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자신이 가진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슬퍼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도 사람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많이 울고 슬퍼하는 사람일수록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빨리 찾게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남편이 죽어서 슬퍼하지만
남편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체물을 찾게 됩니다.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삶입니다.
이런 문제를 자꾸 윤리나 도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의 등을 두드리면서
‘괜찮아. 곧 다른 사람이 나타날 거야’하고 위로해 주면,
대부분 ‘내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란 말이에요?’ 하고 항변합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이 낮아지면
다른 물이 들어와 수평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만약 시간이 흘러도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간절해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집착과 사로잡힘이 지나치게 강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병원에 가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금방 좋아집니다.
남편이 질문자에게 너무 잘해줬나 봐요.
하지만 잘해주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잘해주다가 갑자기 떠나면, 그 슬픔이 더욱 커집니다.
또한 쉽게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그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 죽은 남편이 살아있는 다른 남자보다 훨씬 더 힘이 세서
나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를
다 쫓아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너무 아껴주는 남자나 여자를 지나치게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반드시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길게 살다 보면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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