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갑자기 내리는 큰 비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큰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가면서
노심초사하기도 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우리는 준비와 대비를 하기는 하지만
그 태풍이 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태풍과 맞서 싸우거나
길을 가로막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구요.
비바람이 불고, 태풍이 오면 고스란히 받아들인 채
야외활동을 자재하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릴 뿐입니다.
어차피 태풍은 인연 따라 왔고,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인연이 다하면 가라고 떠밀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태풍과 같이, 사실은 우리의 모든 괴로움, 힘든 일, 싫은 사람 등
모든 경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생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도
비바람이며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일 뿐입니다.
인연따라 생겨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들일 뿐이지요.
이것을 인연생(因緣生) 인연멸(因緣滅)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전부
생주이멸(生住異滅), 성주괴공(成住壞空), 생노병사(生老病死)하면 변해갈 뿐입니다.
쉽게 말해 왔다가 잠시 머물렀다가 갈 때가 되면 갈 뿐입니다.
그것은 내가 어쩌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연 그대로의 경계를
내가 이건 좋고 저건 싫다고 하면서 이런 일은 더 생기고
저런 일은 생기지 말라고 집착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겨납니다.
마치 어차피 올 비바람을 향해 비가 오지 말아야 한다고
화를 내고 미워하고, 거부하기 위해 온갖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방법을 총동원해 봐야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도 그와 같지 않았습니까?
그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 사연, 괴로운 일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은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 그 모든 문제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것은 사라지고 없는데
아직까지 의식으로 그것을 붙잡아서 걸려 넘어질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왔다가 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연 따라 왔다가 간 것은 실체가 없어요.
이것을 비실체성, 공성(空性)이라고 합니다.
걸려 넘어질 필요가 없지요. 실체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삶은 단순합니다.
삶의 모든 경험이 마치 비바람인 것처럼 자연현상인 것처럼
내 삶 위를 오고 가도록 허용해 주세요.
시비 걸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세요.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그것이 정견(正見)이고 깨어있음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허용해 줄 때
내가 온전히 그것이 되어 버립니다.
나와 세계가 둘이 아니게 계합됩니다.
이것이 불이법이라는 중도의 실상입니다.
나와 세계가 둘이 아니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이든 둘로 나누고 쪼갤 때 괴로움과 문제는 시작됩니다.
둘이 아닌 것을
생각으로 분별로 둘로 나누어 놓지만 않으면 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이 그대로 진실입니다.
이 벌어지는 현실과 그 현실을 감당하는 나는 둘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땅히 하나가 되어주세요.
그것을 마땅히 경험해 주세요.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받아들여 주세요.
그때 와서 세계는, 나와 현실은 하나로 계합되고
모든 괴로움은 소멸합니다.
하나는 하나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지혜로운 전통의
한결같은 깨우침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세요.
삶은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납니다.
경험되어야 할 것들이 경험됩니다.
괴로움조차 경험되어 해결되기 위해, 해소되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것을 경험해 주고, 받아들여 줄 때
그 괴로움은 충분히 풀려나 사라져 갈 것입니다.
단순합니다.
바람이 몰아칠 때, 그것과 싸우지 말고, 비소식을 허용해 주세요.
괴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과 싸우거나,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것 속으로 뛰어들어 충분히 괴로워해 주세요.
받아들여 질 만큼 받아들여지고 해소가 되고 나면, 비가 그치듯
그 괴로움 또한 그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놀라운 오래된 지혜의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