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의 오리아나 아라곤 박사는 3년 전에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100명 넘는 참가자들에게 일명 뽁뽁이라 불리우는 버블랩을 쥐어 주고 각종 동물 사진을 차례로 보여준 겁니다.
사람들은 어느 장면에서 이 버블랩을 많이 터뜨렸을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귀여운 동물의 사진을 만났을 때…웃음을 지으며 이 뽁뽁이를 가장 많이 터뜨렸다고 하는군요.
심리학적 용어로는 '귀여운 공격성' (Cute Aggression) 이렇게 부르는데, 흔히들 쓰는 '깨물어 주고 싶다'는 표현 역시 이 공식에 따르면 나름 근거 있는 말이 될 겁니다.
세상이 이렇게 '귀여운 공격성' 정도에서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노동자가 물과 유리 접시를 몸으로 막아내야 하고 모욕과 멸시를 가득 담은 폭언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갑의 사회'.
그렇습니다. 오늘 경찰에 출석한 그와 그의 일가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죄다 부수어버릴 듯 위세가 등등했죠.
그리고 공교롭게도 노동절 날 경찰에 출두한 그는 마치 데자뷔처럼…
4년 전 언니의 사과를 이어받았습니다.
참으로 진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집안의 언니와 동생이 같은 갑질로 같은 사과를 하면서 같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시민들이 되었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조현아 2014년 12월 12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조현민 2018년 5월 1일
언니를 위해 복수해주겠다던 동생은 결국 누구를 위해서, 누구를 향해서 복수한 것일까…
영혼까지 모욕당했던 피해자들의 반응은 그래서 냉담했습니다.
폭언과 고성을 견뎌가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던 사람들은 재벌 3세 1명 처벌한다해서 세상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그는 아직도 '겨우 물컵 하나 바닥에 떨어뜨렸을 뿐'이라면서 억울해할지도 모를 일…
그의 말대로 그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갈 사람이니 그에게는 그저 이 모든 것이 Cute Aggression…
즉, 귀여운 정도의 공격성을 보인 것에 지나지 않는데…
세상이 지나치게 놀라고 있는 것일까…
오늘, 5월의 첫날… 연둣빛 가득한 세상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되찾아야 할 진짜 봄은 어디서 오는가.
그 연둣빛을 모두 삼켜버린 자욱한 미세먼지처럼…
노동하는 사람들의 진짜 봄은…어떻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저작권: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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